[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 (10) 137억살이냐 138억살이냐..우주론의 '마지막 퍼즐' 풀릴까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입력 2017. 7. 27. 21: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우주의 나이 문제

우주 지도 인류는 유럽우주국(ESA)이 우주 관측용으로 띄운 플랑크(Planck) 위성 등을 통해 우주의 탄생과 나이 등을 꾸준히 분석하고 있다. 사진은 플랑크 위성의 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유럽우주국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제작한 가스와 먼지로 본 우주 지도.

처음 만나면 나이부터 따지는 습관 때문일까. 우주에 대한 강연을 하다보면 나이가 든 청중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우주의 나이가 얼마냐는 것이다. 질문하는 사람은 간단하게 우주의 나이는 몇 년이라는 정확하고 시원한 답을 듣고 싶을지 모르지만 내 답은 질문보다 한참 길어지곤 한다.

어떤 경우를 ‘우주의 나이’로 할 것이냐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가 옛날부터 그냥 그대로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우주의 나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다. 우주는 그냥 영원한 것이니까. 굳이 나이를 말하자면 우주의 나이는 무한대가 될 것이다. 우주의 나이를 이야기할 때 우주의 기원과 진화와 미래를 함께 이야기해야 하니 이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냥도 아니고 가속팽창을 하고 있다.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현재 우주보다 항상 작았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더 과거로 가면 갈수록 우주는 현재보다 더 작았을 것이다. 그렇게 과거로 과거로 가다보면 우주의 팽창이 시작된 지점까지 외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팽창이 시작된 그 시점으로부터 현재까지 우주가 팽창에 팽창을 거듭해 왔을 것이다. 아주 작은 점에서 시작한 우주가 팽창을 통해서 광활한 현재의 우주가 되었고 앞으로 계속 가속팽창을 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우주론이다. 빅뱅우주론이다.

구상성단 ‘큰부리새자리 47’ 태어난 별들이 둥글게 무리를 지어 있는 구상성단도 우주의 나이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 사진은 남반구 하늘의 ‘보석상자’로 불리는 구상성단 ‘큰부리새자리 47’(NGC104)의 아름다운 모습.

우주가 팽창을 시작한 시점을 빅뱅의 순간이라고 부른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걸린 시간을 ‘현재 우주의 나이’라고 할 것이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빅뱅이 시작된 후 시간이 흘러서 오늘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라는 말이다. 천문학자들은 현재 우주의 나이를 138억년 정도로 측정하고 있다. 빅뱅이라는 이벤트가 생긴 이후 138억년이 지났다는 이야기다. 이런 개념의 우주의 나이를 보통 ‘현재’라는 말을 빼고 우주의 나이라고 부른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는 현재의 우주의 나이가 120억년이었을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처럼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각 시점에서 측정하는 우주의 나이는 점점 커질 것이다. 우리가 운 좋게 생존한다면 현재 우주의 나이를 200억년으로 측정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도 현재 우주의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편의상 ‘현재’라는 말을 빼기로 한다.

‘우주의 나이 문제’가 천문학계의 화두였던 적이 있다. 에드윈 허블이 1929년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관측적으로 증명하면서 빅뱅우주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우리로부터 은하들이 멀어져가는 후퇴속도와 그들 은하까지의 거리 사이에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이 허블이 관측적으로 발견한 사실이었다. 은하의 후퇴속도와 거리 사이의 관계를 그려보면 일정한 기울기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허블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상관관계의 기울기를 허블상수라고 부른다. 허블상수는 단위 거리당 속도 단위를 갖는데 우주의 팽창률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허블상수의 단위를 정리해보면 시간 단위의 역수로 나타난다. 그래서 허블상수의 역수를 취하면 대략적인 우주의 나이를 알 수 있다. 팽창률이란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나 그 역수를 취하면 우주가 지금까지 그 팽창률로 팽창해오는 데 걸린 시간이 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빅뱅우주론에서의 현재 우주의 나이가 된다.

허블이 관측적으로 결정한 첫 번째 허블상수는 대략 550㎞/s/Mpc 정도 되는데 역수를 취해서 우주의 나이로 환산하면 대략 18억년쯤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지질학적으로 측정된 지구의 나이가 20억년 정도 된다는 데 있었다. 물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나이와 지구의 나이와는 차이가 나는 값이다. 하지만 지구의 나이가 지구 자신이 속한 우주의 나이보다 많은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빅뱅우주론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은하까지의 거리 관측이 더욱더 정밀해지고 지구의 나이 측정도 정밀해짐에 따라서 이 문제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우주의 나이 문제는 허블상수를 통한 우주의 나이 측정이 정밀해지면서 지구의 나이와의 모순은 해결되었지만 또 다른 문제와 만나게 되었다. 우주에 있는 오래된 별들의 나이와의 충돌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 무렵까지 허블상수의 값을 90~100㎞/s/Mpc이나 80~90㎞/s/Mpc 정도로 측정하면서 우주의 나이를 100억~120억년 정도로 보는 연구팀이 등장했다. 그 대척점에는 허블상수를 50~60㎞/s/Mpc로 측정한 연구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경우 우주의 나이는 200억년에 가깝게 측정된다.

이들 연구팀 사이에는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학계에서는 ‘허블상수 전쟁’이라고까지 불렀다. 어쨌든 새로운 허블상수가 측정되면서 우주의 나이는 100억~200억년 사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별들의 나이가 개별적인 방법을 통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천체 중 하나인 구상성단의 나이 측정도 우주의 나이를 가늠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인식되었다. 우주 속 구성원의 나이가 우주의 나이보다 많을 수는 없었다. 구상성단의 나이가 11억~18억년 사이로 광범위하게 측정되면서 우주의 나이보다 그 구성원의 나이가 많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다시 문제가 된 것이었다. 허블상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큰 걸림돌이 은하까지의 거리 측정의 부정확성이었다. 측정이 정밀하지 못하면 우주의 나이 측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상성단의 나이 측정도 같은 문제를 갖고 있었다. 구상성단까지의 거리 측정이 매우 부정확한 상황이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허블 우주망원경이 허블상수 측정을 핵심 프로젝트로 지정하고 수행하면서 우주의 나이 문제는 급속히 해결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2000년대가 되면서 허블 우주망원경의 핵심 관측이 결실을 맺었고 허블상수는 72㎞/s/Mpc 근처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주의 나이도 이 값을 바탕으로 몇몇 우주론적인 요인을 고려하면 137억년 정도인 것으로 측정되었다. 측정 오차도 10% 정도 수준을 유지하게 되었다. 한편 히파르코스 우주망원경의 관측 덕분에 구상성단까지의 거리 측정 기술이 발달하면서 구상성단의 나이 측정의 정밀도도 5~10% 수준으로 높아졌다. 2013년에 돈 반덴버그 등이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한 구상성단 55개의 나이 측정 결과를 보면 구상성단이 120억~130억년 정도의 나이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의 나이 문제가 일단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윌킨슨 극초단파 비등방성 탐색기’(WMAP) 관측위성이 발표한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 정도였다. 2015년에 발표된 플랑크(Planck) 관측위성이 측정한 값은 138억년이었다. 우주의 나이 측정이 137억~138억년 정도에서 정밀하게 측정되고 있다. 우주의 나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길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구상성단의 나이가 120억~130억년 근처로 지속적으로 측정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값을 갖는 관측들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우리은하 밖 외부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나 큰마젤란은하에 속한 구상성단의 나이 측정값이 150억년 근처로 관측되기도 한다. 물론 그 오차가 30억~40억년을 넘기 때문에 오차 범위 내에서 우주의 나이와 일치하고 여전히 측정값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외부은하에 속한 구상성단의 나이 측정은 우주의 나이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가장 오래된 별 중 하나인 HD 140283 같은 별은 137억~145억년 정도로 나이가 측정되고 있기도 하니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이어서 우주 공간으로 발사될 예정인 제임스 웨브 우주망원경을 활용해 한 단계 더 정밀하게 구상성단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구상성단의 나이 측정의 정밀도를 높이는 작업과 더 많은 외부은하에 속한 구상성단 관측 그리고 오래된 개별 별들의 독립적인 나이 측정이 우주의 나이 문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허블상수를 통한 우주의 나이 측정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허블 우주망원경 핵심 프로젝트같이 직접 관측을 통해서 측정한 허블상수의 값은 72㎞/s/Mpc 정도에서 수렴되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의 나이 137억년 정도와 잘 일치하는 값이다. 반면 WMAP 관측위성이나 Planck 관측위성으로부터 우주론적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한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과 잘 맞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허블상수 값도 68㎞/s/Mpc 정도로 측정되고 있다. 두 측정 방식이 모두 아주 작은 오차 값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작은 차이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해야만 우주의 나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의 나이보다 작게 측정된 우주의 나이 값을 보고 딜레마에 빠졌던 1920년대 말의 풍경을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우주의 나이 문제가 얼마나 세밀한 디테일의 문제인지 알 수 있다. 100억~200억년 사이에서 우주의 나이가 오고 가던 시절의 논의와는 또 다른 차원의 우주의 나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노력들이 큰 틀에서 우주를 스케치하는 작업이었다면 137억년과 138억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주의 나이 토론은 그야말로 마지막 장식품의 위치를 결정하는 마지막 터치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숫자의 차이가 가져올 우주론적 혁명이 무엇일지는 또 아무도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 조화로운 우주론이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우주론의 마지막 퍼즐을 조율하는 시점에 살고 있고 그 과정을 목격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우주의 나이 문제는 그 퍼즐 해결의 정중앙에 있다. 측정된 우주의 나이와 구상성단과 오래된 별들의 나이가 하나의 종착역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는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제 어떤 양상으로 우주의 나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지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필자 이명현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