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오뚜기도 감추고 싶은 게 있다
[경향신문] ㆍ청와대 초청된 유일한 중견기업…모범 이미지가 전부?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간담회에 초청된 오뚜기는 ‘갓뚜기(god+오뚜기)’로 불린다. 2008년 이후 라면값을 올리지 않았고, ‘비정규직 없는 기업’ ‘1500억원대 상속세 납부’ 등으로 착한 기업이란 이미지가 부각된 것이다. 그러나 뜯어보면 이미지가 다소 부풀려진 측면도 없지 않다.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배석한 이날 간담회에는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했다.
■ 10년째 ‘사실상’ 라면값 동결
오뚜기는 2008년 가격을 올린 후 진라면·스낵면 등 주요 라면 제품의 출고가를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삼양 등 경쟁업체가 원자재비,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라면값을 올릴 때 유일하게 묶은 사실을 높이 평가받는다. 그러나 2013년 편의점의 오뚜기 용기면 가격이 50~100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오뚜기 측은 “편의점에 15% 할인가격에 납품하던 것을 7~8%로 조정하면서 최종 판매가격이 올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격이 올랐으니 가격 인상이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신제품 가격도 다른 업체와 비슷하다. 2015년 출시한 오뚜기 진짬뽕과 경쟁하는 농심 맛짬뽕의 편의점 가격은 거의 같다.
오뚜기 측은 각종 비용 상승으로 인상할 요인이 있었지만,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고려해 가격을 동결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격 동결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오뚜기의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2012년 삼양식품을 제치고 업계 2위로 도약할 때만 해도 점유율은 10%대 중반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25.2%까지 치솟아 1위 농심을 추격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군도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다른 라면업체는 전체 매출 중 라면 비중이 80%에 이르지만, 오뚜기는 라면 비중이 20%대이다. 라면에서 낮은 수익을 내더라도 마요네즈·케첩류, 레토르트 식품, 참치, 식용유 등 다양한 상품군에서 더 큰 이익을 내 보전할 수 있는 구조이다.
또 하나의 비결은 오뚜기가 라면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뚜기 라면제품은 함 회장이 개인 대주주(35.6%)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 ‘오뚜기라면’에서 생산한다. 오뚜기라면은 라면을 생산해 99%를 모회사 오뚜기에 판다. 라면 생산에 들어가는 설비비, 인건비, 관리비 등은 오뚜기가 아닌 오뚜기라면이 부담한다.
■ ‘일감 몰아주기’ 그늘
일감 몰아주기는 오뚜기의 약점이다. 지난 2월 경제개혁연구소는 오뚜기그룹의 13개 국내 계열사 중 5개가 일감 몰아주기 수혜 회사라고 지목했다.
오뚜기라면 이외에 상미식품·알디에스·오뚜기물류서비스·오뚜기SF 등은 오뚜기 지배주주 등이 35~8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이다. 2010~2015년 내부거래 비중이 적게는 63%, 많게는 97~99%에 달했다.
박동흠 공인회계사는 “2015년 국제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서 농심은 영업이익이 늘어난 반면, 오뚜기는 늘어나지 않았다. 오뚜기 이익이 늘어나지 앉는 대신 오뚜기라면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36% 가까이 늘었다”며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이익을 오뚜기라면이 챙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인 중견기업의 사익편취는 현 정부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때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중견기업에서도 분명 (사익편취) 문제가 있다”며 “현행법 집행을 엄정히 한 후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피해 중견기업이 오너 일가의 사익을 챙기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장 정책실장과 김 위원장이 오뚜기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온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도 오뚜기의 약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는 ‘라면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와 악연을 맺기도 했다. 공정위는 2012년 농심과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 4곳이 9년 넘게 라면값을 담합했다며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조형국·노정연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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