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최저임금 인상 등 현안 놓고 '노타이 토론'

문지웅,조희영,이희수 2017. 7. 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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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사드·美보호무역 애로 호소..그룹별로 현안 1~2개 준비

◆ 文대통령 - 재계 첫 회동 / 어떤 이야기 오갔나 ◆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간담회는 시간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토론을 이어갔다. 각 그룹사별로 개별 현안보다는 법인세·최저임금·비정규직 전환 등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했다는 전언이다.

앞서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6일 "이번 간담회는 과거 형식적인 회의 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게 될 것"이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나리오나 발표 자료, 발표 순서, 발표 시간에 제한이 없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3무(無)' 간담회를 예고한 것이다. 청와대가 3무 간담회를 예고했지만 총수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지만 할 말은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업들이 많았다. 한 그룹 관계자는 "시간이 촉박해 많은 준비를 못했지만 그룹 개별 현안과 재계 공통 현안 1~2개씩 자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 등 공통 현안에 대해 총수들은 재계의 우려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나 정부가 재계의 부담이 고용·투자 확대에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견기업이지만 이례적으로 재계 총수 회동에 참석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상생과 사회적 책임 모범사례로 꼽히며 청와대 회동 전부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청와대 회동에 앞서 오뚜기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쓰지 않고 정규직 위주의 고용 정책을 앞으로도 유지하고 상생과 같은 정부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고 정부 측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잘 들어볼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대신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중국 내 자동차 판매 실적 부진을 걱정하며 청와대와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은 강성 노조로 인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자료를 준비했다. 현대차는 지난 2012년부터 매번 반복되는 노조 측의 파업으로 연간 1조원 안팎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 수위가 높았던 지난해의 경우 노조가 24번의 파업을 강행하면서 생산 차질 14만대에 손해액만 3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 결과도 그룹의 핵심 현안이다. 소송에서 질 경우 기아차는 최대 3조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대신 금춘수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회장은 오랫동안 경영 일선에서 떠나 있어 현안을 잘 아는 금 부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든 한화는 향후 신성장동력에 대한 확대가 고민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도 주목된다. 두산그룹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원전에 들어가는 핵심 설비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 들어가는 원자로 등도 두산중공업에서 만들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날 회동에서 서비스·문화 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설명하며 정부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CJ그룹의 임직원 수는 2015년 6만659명이었지만 지난해 6만5076명으로 1년 새 4417명이나 늘어났다. CJ그룹 관계자는 청와대 회동 전 "우리나라 산업 정책은 아직도 수출과 제조업 위주가 많다"며 "서비스문화 사업이 제조업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만큼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강구해 달라고 정부 측에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관심이 쏠린 총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었다. 권 회장은 앞서 지난달 말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서 빠졌다. 따라서 이번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처음 대면한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이 철강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만큼 업계 공통 이슈인 미국의 보복관세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참석한 신세계그룹은 정부 출범 직후 매년 1만5000명이 신규 고용 창출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일자리 만들기 정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유통 규제가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정 부회장이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최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복합쇼핑몰을 대형마트 수준으로 영업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런 방침이 시행될 경우 복합쇼핑몰은 월 2회 주말에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또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면 정부의 역점사업인 고용 창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신규 매장이 생겨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문지웅 기자 / 조희영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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