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수제맥주로 건배·비빔밥 만찬..文, 화합·소통 메시지

강계만 2017. 7. 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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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없는 회사의 맥주 임종석·장하성 실장이 따르고 최종구·김상조 위원장이 배달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의 안주, 갈등·폐단 씻자는 의미 담아
손경식 회장 "오늘 너무 만족"

◆ 文대통령 - 재계 첫 회동 / 文 "수첩없이 얘기하자"…2시간30분 허심탄회한 회동 ◆

오뚜기 함영준 회장과 건배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재계 주요 총수 및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과 건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27일 오후 5시 20분 청와대 정문 앞. 국내 7개 그룹 총수·전문경영인들을 비롯해 일자리 우수 중견기업인 오뚜기 회장을 태운 차량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호프미팅을 위해 긴장된 분위기 속에 줄줄이 등장했다. 경제인들은 간단한 보안검색을 거쳐 사전 만남의 장소인 청와대 상춘재 앞뜰로 향했고 이곳에서 마중 나온 청와대 경제라인 인사들을 비롯해 정부부처 경제장관들과 환담을 나눴다. 이곳에는 이례적으로 생맥주를 내리는 기계가 설치됐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350㎖ 잔에 소상공인이 만든 맥주를 참석자들에게 직접 따라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득 찬 맥주잔을 들고 배달했다. 양쪽에 따로 떨어져 있던 테이블을 헤드테이블로 붙이는 데 구본준 LG 부회장이 돕기도 했다. 이어 오후 5시 57분께 문 대통령이 입장해 환하게 웃으면서 경제인들과 한 명씩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도 직접 맥주를 따른 뒤에 그 맥주잔을 들고 경제인들이 있는 테이블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잔을 들고 첫 건배사로 "건강하시라"고 말하면서 새 정부 출범 후 79일 만에 경제인들과의 첫 공식 간담회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경제인 만남을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으로 이름 지었다. 특히 여러 맥주 중에서 31명 직원 전부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중소기업에서 만든 첫 수제맥주 브랜드 '세븐브로이'를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진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강서 마일드 에일'로 대접했다.

첫날인 이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이 참석했다. 재계 소통 창구인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모두 노타이 정장이었는데 문 대통령과 함께 재킷을 벗어놓고 와이셔츠 차림의 편안한 복장으로 격의 없이 소통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인들의 현안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부분까지 사전에 충분히 습득한 듯 한 명씩 바라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맥주와 함께 제공된 안주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더했다. 자연 재료를 활용해 신선한 음식을 만들기에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특별한 안주를 준비했다. 무를 이용한 카나페,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한입 요리, 시금치와 치즈를 이용한 안주 등 세 가지다. 접시 대신 나뭇가지와 풀잎 위에 안주를 올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독작용을 하는 무를 이용한 카나페는 우리 사회의 오랜 갈등과 폐단을 씻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소고기 한입 요리는 끝까지 기운을 잃지 않고 한뜻으로 가자는 의미, 시금치와 치즈는 화합의 상징"이라며 특별히 준비한 안주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부터 야외에서 20여 분간 경제인들과 편안하게 대화했고 곳곳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고초를 겪었고 새 정부의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에 따라 주눅들었던 경제인들이 오랜만에 기를 폈다. 문 대통령이 두 번째 건배사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며 "다들 국민 경제를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고 외쳤고, 참석자들은 "위하여"라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경제인들은 상춘재 안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간담회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람 중심 경제'라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등 경제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 머뭇거리던 재계 총수들과 전문경영인들도 말문을 열고 새 정부 경제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 간 호프미팅에는 사전 시나리오가 없고 정해진 발표 순서도 없으며 발표 시간 제한도 없다"며 파격적인 3무(無) 간담회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화합의 비빔밥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에서 만찬 메뉴로 나온 미역과 조개, 낙지를 넣은 비빔밥. [이충우 기자]
토론 말미에 임지호 셰프는 화합과 소통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 자리를 빛내는 '비빔밥'을 준비해 경제인들에게 제공했다. 미역과 조개, 낙지를 이용한 특별한 저녁식사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빔밥의 진짜 묘미는 각각의 다른 재료들이 모두 살아 있어 각각의 맛과 의미가 공존하는 데 있다"며 "서로의 차이를 무조건 한데 섞는 것이 아니라 각자를 존중하며 하나를 이뤄내는 공존의 미학과 미감이 비빔밥에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음식 속에 담은 것이다.

경제인들과의 만남은 예정된 75분을 훌쩍 넘긴 150분(2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혹시 못하신 말씀이 있다면 추가로 말씀하면 좋겠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을 물었고, 손경식 회장은 "오늘 너무 만족한다"며 "대통령 말씀을 듣고 푸근하게 느끼고 간다"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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