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계로 흘러간 부실채권 11조..정부 사상처음 "정리 좀 할 생각"

2017. 7. 2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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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소액 연체채권을 소각 등으로 정리할 뜻을 밝히면서 채무자 혜택 범위를 '40만명+알파'로 언급했다.

여기에서 알파의 핵심은 그간 방치됐던 매입추심 대부업계에 묶인 채무자로, 부실을 정리할 새 배드뱅크 정책의 윤곽이 8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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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빚 연체자 비상등]
학계선 과감한 정리 제안
"장기연체채권은 원금 2∼3%면 사
20조원 소각에 4천억원이면 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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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부실채권 시장에선 ‘미생’이 ‘미생’을 쫓고 있어요. 장기 연체 채무자들을 대부업체 비정규직들이 쫓아다니며 추심하는 영세하고 복잡한 동네에요. 추심도 더 가혹해지고…. 매입추심 대부업계가 보유한 연체채권 실태를 파악해 정부 차원에선 처음으로 정리를 좀 할 생각입니다. 부실 유통시장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에요.”(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지난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소액 연체채권을 소각 등으로 정리할 뜻을 밝히면서 채무자 혜택 범위를 ‘40만명+알파’로 언급했다. 여기에서 알파의 핵심은 그간 방치됐던 매입추심 대부업계에 묶인 채무자로, 부실을 정리할 새 배드뱅크 정책의 윤곽이 8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초 연체가 발생했던 제도권 금융회사가 보유한 가계 부실채권뿐 아니라 여러 차례 손바뀜을 거친 매입추심 대부업계 보유 채권이 정리 대상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정부 배드뱅크들은 주로 제도권 금융회사가 보유 중인 부실만을 정리 대상으로 삼았다. 올초 박창균 중앙대 교수(경영학)가 펴낸 <각국의 채권추심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선, 대부업계가 보유한 가계 부실채권 규모를 2015년말 기준으로 11조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역대 정부 배드뱅크가 합쳐진 행복기금이 관리 중인 연체채권 규모가 23조여원(추심중단 채권 제외)인 점을 고려하면 만만찮은 규모다.

하지만 새 정부가 꾸릴 배드뱅크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연체채권을 사오는 데 필요한 재원 문제뿐 아니라 매입 기준, 가격, 정리 방안 등이 아직 유동적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민간 시민단체처럼 원금을 100% 탕감하는 방식으로 소각하긴 어렵고 원금 감면을 하는 채무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이전 정부보다는 훨씬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재원 문제도 만만찮다. 기획재정부와 재정투입 문제를 협의 중이지만, 예산으로 직접적인 빚 탕감을 한 전례가 없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약탈적 대출 전횡기 등을 거치며 누적된 장기 연체채권에 대해 일시적으로 과감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박창균 교수는 “가계 부실채권은 금융산업이 존재하는 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악성 부산물인데, 현시점에선 과거의 부산물이 워낙 많이 쌓여 있는 게 문제”라면서 “은행 등이 재원을 마련하고, 민간 비영리기구가 이 재원으로 채권 소각에 나서고, 정부가 이런 금융회사의 재원 기여에 대해 법인세 감면을 해주는 등 제도적 지원 인프라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장기 연체채권은 원금의 2~3% 수준에서 거래되는 경우도 많다. 원금 20조원을 소각하는 데도 4천억원이면 되는 셈이다. 박 교수는 또 “부실채권 매매를 함부로 못하게 요건을 강화해서 부실채권 유통에 대한 수익기대가 떨어지도록 간접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단기적으론 누적된 가계 장기연체 채권을 사들여 소각하고, 장기적으론 파산면책 제도를 채무자 친화적으로 바꾸어 금융회사가 직접 채무조정에 나설 만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 배드뱅크는 장기 연체채권에 대해 공식적으론 원금을 100% 탕감하는 등 소각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추심을 하지 않고 사실상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놓아두는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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