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태강 사직’ 유죄 선고하며 “박근혜 공범” 인정

이혜리 기자

법원은 27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연루자들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현 2차관)에 대한 사직 요구 혐의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공범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는 이날 김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유죄라고 판단하면서 “대통령이 지시하고 그 지시를 교문수석, 문체부 장관이 문체부 공무원에게 하달한 후 그 이행경과를 보고 및 승인하면서 실행한 것으로 공범관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작성·운용 혐의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 등의 공범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도 노 전 국장 사직 요구 혐의에 대해서는 공범이라고 명확히 한 것이다.

김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노 전 국장에게 사직할 것을 요구해 실제 노 전 국장이 사직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노 전 국장은 최순실씨(61)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다가 좌천된 사람이다.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이 나온 것은 김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이 재판 과정에서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공무원에게 사직을 권유하는 것은 권한 범위 내의 행위이므로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관인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그 자체로 위법·부당함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이에 복종할 의무가 있어 그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하면서 “대통령의 지시는 위법·부당한 지시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신분이 보장되는 노 전 국장으로 하여금 의사에 반해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해 면직한 것은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직업공무원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김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이 노 전 국장에 대한 사직 요구가 적법하다는 인식을 했을 가능성이 없다며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에는 노 전 국장에 대한 사직 요구 혐의도 포함돼있다. 현재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이 진행중이다.

형사22부는 형사30부의 재판 기록을 넘겨받아 심리에 활용할 계획이라서 노 전 국장 사직 요구 혐의에 대한 형사30부의 판단은 박 전 대통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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