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 또다시 거수기..반발에도 부사장 인사 용인

최승영 기자 2017. 7. 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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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직능단체 "퇴진요구 받는 사장이 웬 인사인가"

공영방송사 안팎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과 KBS이사회(이사장 이인호)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KBS에서 새로운 부사장 인사가 단행됐다.  KBS이사회 내 다수를 차지한 구 여권추천 이사들이 고 사장이 추천한 인사의 신임 부사장 임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KBS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사퇴요구를 받는 사장으로서 인사권 행사의 부적절성, 고 사장의 불참에도 이 같은 결정에 동의한 KBS이사회의 거수기 노릇 등을 지적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KBS는 27일 인사발령을 내고 조인석 제작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KBS이사회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조인석 부사장 임명의 건’을 처리한 데 따른 결과다. 표결결과는 6대0. 구 여권 추천 이사 6인은 일제히 찬성표를 던져, 고 사장이 추천한 조인석 현 제작본부장의 신임 부사장 임명에 동의했다. 구 야권이 추천한 소수이사 4인은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는 결정에 반발, 표결 전 퇴장했다. 조우석 구 여권 추천 이사는 타 일정을 이유로 중도 퇴장,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소수이사 4인은 고 사장의 이사회 불참. 현 시점에서 인사 불필요, 인사 대상 인물의 부적격 등을 이번 결정의 반대 이유로 들었다. 한 KBS 구 야권 추천 이사는 “현 부사장의 비리나 부정이 발견된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인사할 이유가 없다. 당장 직원들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판이다. 불필요한 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 본부장 인물만 해도 정율성 다큐를 불방시키는 등의 사례들로 부적격 인사로 거론된다”며 “당장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데 조직을 안정시켜야 할 판에 분란을 만드는 이런 인사를 왜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KBS 양대 노조(KBS노동조합, 언론노조 KBS본부)와 사내 직능단체로 구성된 ‘고대영, 이인호 퇴진을 위한 KBS비상대책위원회(이하 KBS비대위)’는 지난 26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고 사장의 이번 인사와 조 본부장 부사장 임명의 부적절함에 대해 꼬집은 바 있다. 이들은 고 사장에 대해 “대표적인 언론부역자로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즉각 직을 물러나야 마땅한 인물”이라며 “퇴진은커녕 박근혜 정권을 대변하는 이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이사회를 동원해 새로운 부사장 임명을 동의받은 뒤 대대적인 본부장 국장 인사를 통해 ‘2기 체제’를 구축하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인석 제작본부장과 관련해선 “MB정권 출범 이후 이승만 다큐 제작 강행, 정율성 다큐 방송 보류, 황교익 선생 출연 취소 등 제작자율성 침해와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적시했다. 구 여권추천의 KBS이사회 다수이사들은 고 사장이 자리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신임 부사장 임명에 찬성표를 던졌다. 고 사장은 앞서 지난 26일에 이어 27일 이사회에도 불참했다. KBS 구 야권 추천 이사는 “부사장 임명동의인데 사장이 이사회에 나오지 않았다. 고 사장은 앞서 전진국 현 부사장 임명 동의 시에도 오지 않았다. 어제도 지적을 해서 올 거 같은 분위기로 봤는데 코빼기도 안 보인 것”이라며 “구 여권 추천 이사들도 올 줄 알았던 것으로 안다. 이사회를 완전히 무시하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이사들이 왜 들러리를 서는지,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통상 사장 참석이 당연하게 여겨져 온 사안을 두고 사장이 불참한 것,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이사회 구성의 수적우위(7대4)를 앞세워 주요 사안처리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행태를 또 다시 반복한 것 등에 대한 지적이다. KBS이사회는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경영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최고 의결기관이다. 

KBS비대위는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호텔 시설 복도에 나란히 서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이사 등에게 항의의사를 표현했다. 이후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의 부적절성과 KBS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현진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KBS구성원들이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한지도 한 달이 넘었다.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고 수명을 연장하려는 고 사장의 편법과 꼼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저지투쟁을 피해서 새벽에 기습 출근을 하거나 늑장출근을 하며 6주째 요리조리 피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위원장은 “급기야 장기전에 들어가겠다고 부사장 임명까지 기습적으로 시도하고 회사에서 하면 시끄러울 거 같으니까 시내 호텔에서 이사회를 연 것”이라며 안팎에서 퇴진 요구를 받는 사장이 부사장을 임명하는 게 말이 되느냐. 더욱이 특별한 사유도 없는데 이사회를 불참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모욕적인 일”이라며 즉각적인 퇴진을 주장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이 마약에 연루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검찰이 덮었다는 게 (어제) ‘추적60분’에 방영됐다. 3년도 더 된 사건이 왜 이제야 KBS에서 방송돼야 하는 건가”라며 “단 한 가지 이유다. 권력의 눈치만 보는 KBS사장, KBS이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그러면서 “KBS가 국민의 신뢰 잃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망가지도록 나둬야 하겠나. KBS는 KBS직원들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산, 재산이다.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박근혜가 임명한 이사장, 사장 모두 물러나야 한다. 안에서 싸우겠다. 국민여러분 도와 달라”고 덧붙였다. KBS이사회는 고 사장이 조 본부장의 신임 부사장과 함께 경영부사장으로 추천한 이종옥 전 KBS 비즈니스 이사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다음달 2일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당초 KBS이사회는 27일 해당 2인에 대한 면접과 동의 등을 모두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앞서 26일 이사회에서 소수 이사들의 문제제기로 계획을 바꿨다. 고 사장은 다음달 1일 해외출장 일정으로 이날에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후 휴가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비대위는 이종옥 전 이사에 대해 “KBS 비즈니스 이사 시절부터 고대영 사장에게 줄을 선 측근 인물로, 이 때문에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BS내부에선 이번 부사장 인사가 추후 본부장과 국장급 인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정권교체 후 사장 퇴진 요구 속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첫 인사가 될 소지가 크다는 의미다. 인사 후 대대적인 구성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KBS PD협회는 지난 26일 낸 성명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알량한 보직을 받을까 말까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탁한다”며 “다만 한 때 동료로서 마지막 애정을 갖고 충고한다면 탐욕의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단 한 마디의 업무 지시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제작을 멈출 것이다. 파업보다 더 강력한 방법으로 리더십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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