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왕치산 총리-리커창 국회의장으로 교통정리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2017. 7. 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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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꾸준히 총리설이 나돌던 왕치산(王岐山)이 올가을 열리는 19차 당대회에서 총리로 기용되고, 현재 총리인 리커창(李克强)이 한국의 국회 의장에 해당하는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대회) 상무위원장으로 교통정리가 돼가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6일 보도했다.

중국 권력층들은 최근 베이다허(北戴河)에 모여 있다. 베이다허는 중국 최고위 권력층이 여름휴가를 즐기는 별장촌이다. 중국 최상위 권력층은 매년 가을 열리는 대회를 앞두고 베이다허에 모여 거래를 한다. 이번 베이다허 모임은 특히 각별하다. 올 가을 열리는 19차 당 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을 열리는 공산당 대회에서 왕치산 총리 카드가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나왔었다. 수 개월 전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처음으로 리커창이 낙마하고 왕치산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이후 왕치산 총리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왕치산 중앙당 기율위 서기 ©News1 자료 사진

그러던 중 영국의 FT가 왕치산이 총리가 되고 현재 총리인 리커창이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 경제전문가 왕치산, 총리에 적임자

일단 왕치산은 경제전문가다. 중국은 국가주석이 외교·국방 등을, 총리는 경제를 각각 담당하는 것이 관례였다. 왕치산은 2012년 중앙당 기율위 서기에 발탁되기 전에는 쭉 경제 관료로 일해왔다. 이는 총리가 경제를 맡는 관례와 딱 맞아 떨어진다.

오랫동안 경제 관료로 일하던 왕치산은 2012년 반부패 캠페인의 선봉장을 맡게 된다. 당 기율위 서기로 발탁된 것이다. 그는 '시진핑의 칼'로 불리며 반부패 척결의 선봉장이 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진핑의 정적을 제거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는 이기간 동안 차관급 이상 150명을 반부패 혐의로 처벌했다.

왕치산의 활약으로 시진핑의 정적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 서기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 등이 제거됐다. 이로 인해 시진핑은 1인 독주 체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왕치산은 청렴결백하고 강직해 '현대판 포청천'이라 불리고 있다. 왕치산은 시진핑의 독주체제를 굳히게 한 일등공신인 것이다.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이 이전에도 있었다. 바로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다. 실제 주룽지와 왕치산은 매우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룽지 전 중국총리 © News1 자료사진

◇ '7상8하' 장벽 넘을 수 있을 듯

가을 당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왕치산의 거취다. 중국 최고 권력 기관인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의 정년은 68세다. 문서화되지는 않았으나 지금까지 거의 지켜져 왔다. 이로 인해 생긴 말이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사자성어다. 67세는 남고 68세는 떠난다는 의미다. 왕치산은 올해 68세로 공산당의 불문율에 의하면 퇴임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그러나 시진핑은 자신의 오른팔인 왕치산을 보호하기 위해 칠상팔하를 폐기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재를 구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는 발언을 했다. 왕치산의 유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시진핑은 오히려 그를 총리로 중용하려 하고 있다. 특히 산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왕치산이 안성맞춤이라는 지적이 많다. 왕치산은 원칙주의자로 경제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최근에는 경제정책도 주도하고 있다. 갈수록 리커창 현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 초 벌어진 한 에피소드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외국 경제 전문가들을 초청한 한 비공개 경제회의에서 국제사절단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많은 경제 관료들이 왕치산 앞에 도열해 있었던 것이다. 왕치산은 당시 외국인들에게 "이전에는 반부패 캠페인에 집중했는데, 요즘은 경제에도 약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이 같은 사실을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외국인 3명에게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왕치산이 경제정책 분야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왕치산은 당기율위 서기를 맡기 전에 이미 경제관료로 명성이 높았었다. 사실 그의 전문분야는 경제였다. 그는 당 기율위 주석을 맡기 전에 경제 부총리, 건설은행장, 인민은행 부행장, 칭화대 경제학 교수 등을 지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한 행사에서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자료사진

◇리커창 권력서열 2위에서 3위로 내려갈 듯

이제 남은 것은 리커창의 자리다. 현재 중국의 권력 서열은 1위 국가주석 시진핑, 2위 국무원 총리 리커창, 3위 전인대 상무위원장 장더장이다. 3위인 장더장은 7상8하의 불문율에 의거, 이번에 퇴임하게 돼 있다. 리커창은 왕치산에게 총리 자리를 내주고 권력서열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전망했다.

물론 왕치산이 넘어야할 산은 많다. 특히 당 기율위 서기를 지내면서 너무도 많은 적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왕치산이 미국에 초호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부인이 미국 국적자라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공산당 고위간부들의 금고지기를 하다 현재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궈원꾸이(郭文貴·50)가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왕치산의 반대파벌의 사주를 받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룽지도 왕치산 밀어

왕치산 총리 카드를 가장 선호하는 그룹은 경제 개혁파 진영이다. 이들은 지금 중국이 경제개혁을 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빚의 늪'에 빠질 것이라며 왕치산 같이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총리를 맡아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주룽지 전 총리다. 왕치산은 자신의 멘토가 주룽지 전 총리라고 여러 차례 말할 정도로 주룽지 전 총리를 존경하고 있다.

주룽지도 총리 재임시절 강력한 경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하는데 일등공신이 됐었다. 당시 중국은 고성장 고인플레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주룽지는 거시경제 조정을 통해 중국 경제를 고성장 저인플레 구조를 만듦으로써 중국이 장기간 인플레 없이 고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주룽지 전 총리는 총리를 연임하지 못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연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면서 한 말이 "내가 아니라면 왕치산이 총리가 돼야 한다"였다.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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