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랜스젠더 이슈화로 세 결집 시도

2017. 7. 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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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 혼란·의료비 감당 못해"
오바마때 허용된 조처 뒤집어
국방부·공화당 안에서도 당혹
저커버그, 팀 쿡도 "반대"
복음주의 단체 등 보수는 환영
보수 재결집 노린 꼼수 해석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성전환자(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방침을 밝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각종 스캔들에 쏠리는 시선을 돌리고, 보수적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트위터를 통해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군은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만 하고, 군 내의 성전환자가 수반할 엄청난 의료 비용과 혼란을 짊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성전환자들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애슈턴 카터 당시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1일 이런 조처를 발표하면서 올해 7월1일까지 성전환자 입대 지침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시행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제임스 매티스 현 국방장관은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이를 유보하고 지침 검토 기간을 6개월 연장해둔 상태다.

미국 각계에서는 우려와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이 문제를 담당하는 국방부 관리는 “(대통령의 방침을) 트위터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당혹스러워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도 기자들의 질문에 “백악관에 물어보라”는 답변만 내놨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성전환자가 이미 복무중인 현실을 뒤집기는 힘들다며 곤혹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경파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도 “현행 의료 및 준비 태세 기준을 충족하는 어떠한 미국인도 복무를 계속하도록 허용돼야만 한다”며 트럼프의 조처를 비판했다. 그는 또 “주요한 정책 발표가 트위터를 통해서 이뤄져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사례”라며 트럼프의 ‘트위터 정책 발표’를 문제 삼았다.

휴가 중인 매티스 국방장관은 침묵을 지켰다. 매티스의 측근은 트럼프가 그런 중요한 결정을 트위터를 통해 밝힌 것에 매티스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문화계와 첨단산업계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은 소셜미디어에 “#그들을 복무하게 하라#” 메시지를 확산시키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모든 사람들은 정체성과 상관없이 조국에 복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은 “누구에 대한 차별도 모든 사람을 후퇴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 등 보수 세력은 환영했다. 공화당 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족연구위원회의 의장 토니 퍼킨스는 “군은 이제 오바마의 사회 의제를 진전시키기보다는 전투와 전쟁 승리를 준비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트럼프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과의 갈등으로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보수주의 세력을 다시 결집시키려고 이 문제를 끄집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세션스는 총기, 동성애, 인종 등 사회적 이슈에서 보수적 견해를 보이는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다. 트럼프는 최근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포기한 것을 두고 “그를 법무장관에 임명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사임을 압박해왔다. 이 때문에 보수 세력 사이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보수 세력이 가장 지지하는 ‘성전환자 군 복무 금지’ 카드를 꺼내들어 이들을 다시 자신의 주위로 결집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비시>(BBC)는 분석했다.

보수적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현재 미군 130만명 중 성전환자는 2천~1만1천명 정도라고 추정했다. 이 조사는 성전환자의 공개적인 군 복무가 국방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성전환 문제와 관련한 의료비는 연간 240만~840만달러로 전체 국방 의료 예산에서 0.04~0.13%를 차지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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