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밖' 축구를 배우고 있는 최용수 감독

손병하 입력 2017. 7. 27. 14:22 수정 2017. 7. 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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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밖' 축구를 배우고 있는 최용수 감독



(베스트 일레븐)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최용수 전 장쑤 쑤닝(중국 슈퍼리그) 감독은 본의 아니게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후임을 찾으려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A대표팀) 후보로 거론되면서다. 최종적으로는 신태용 감독이 선임됐지만, 최 감독은 A대표팀 감독 후보에 이름이 올라가면서 많은 조명을 받았다.

당시 최 감독은 A대표팀 감독 자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과분한 자리라고 판단해서다. 아직 자신은 부족한 게 많고, 하여 그 자리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계속 사양했다. 더해 장쑤에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던 것도 최 감독을 조심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 감독이 A대표팀 감독 자리에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축구장 ‘밖’ 축구를 보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한 최 감독은 장쑤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올해까지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초·중·고를 거쳐 연세대학교에 진학한 최 감독은 쉼 없이 축구 선수의 삶을 살았고, 1994년 LG 치타스(現 FC 서울)에 입단하며 프로축구 선수가 된 이후에도 쉬어본 적이 없다. K리그와 J리그를 오가며 바쁘게 살았다.

보통 선수들에게 은퇴 직후 찾아오는 공백도 최 감독에겐 없었다. 최 감독은 일본 J리그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으로 복귀한 2006년 플레잉 코치 신분으로 서울에서 활약했고, 이후엔 정식 코치로 부임했다. 2011년엔 갑작스럽게 서울 감독 대행을 맡았고, 이후엔 계속 서울과 장쑤에서 감독으로 생활하며 끊임없이 질주했다.

이처럼 30년이 훨씬 넘도록 축구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최 감독은 종종 ‘피치 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는 축구는 어떨까’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가끔 지인들에게 “쉬고 싶다”라는 말을 했는데,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축구를 좀 더 먼 곳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뜻이었다. 멈춤 없이 달렸던 자신 만의 ‘축구 열차’에서 내려, 빨리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축구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요즘 최 감독은 30년 넘게 너무 빨리 달려 보지 못했던 축구들과 마음껏 만나고 있는 중이다. 최 감독은 장쑤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 한국에 온 뒤, 꾸준히 서울 홈경기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론 구단 관계자나 축구계 인사들과 함께 VIP 자리에서 축구를 보기도 했지만, 일반 관중석에서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본 적도 있었다.

다른 팀들의 K리그 경기는 텔레비전 중계 방송을 통해 지켜봤다. 최 감독은 서울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 경기나 ‘슈퍼 매치’를 수차례 치른 수원 삼성 경기 등을 꼼꼼하게 챙기며, ‘주변인’의 시선으로 보는 색다른 축구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최근엔 중국 난징에도 다녀왔다. 지난 24일(한국 시각) 중국 난징에서는 2017 ICC 인터 밀란-올림피크 리옹전이 열렸는데, 그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계적 축구 클럽들의 경기를 직접 보면서 배움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간 현직에 있는 바람에 해외 팀들의 경기를 자주 접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경기를 볼 계획이다.

최 감독은 2017-2018 유러피언 리그가 개막하는 8월에는 영국과 스페인 등지를 돌며 본격적으로 축구장 밖 축구를 공부할 계획이다. 그래서 현대 축구의 흐름을 익히고, 세계적 축구 클럽과 선수들의 수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배울 예정이다. 유럽의 축구 문화를 몸소 체험해 훗날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다.

축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찍힌 쉼표, 최 감독이 이번 쉼표를 계기로 더 좋은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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