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다트 : 황소의 눈을 쏴라

2017. 7. 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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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군인들 놀이로 시작
전자다트 보급으로 인기 확산
최근 국제대회에 3200명 참가

[한겨레]

다트 보드 한 가운데 ‘불’을 향해 날아가는 다트를 포착했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장소협찬 다트프린스 홍대점.

내 이름은 다트. 사실 본명은 다츠(darts)야. 작은 화살을 뜻하는 다트(dart)에서 나온 말이지. 17세기 영국에서 군인들이 전쟁 도중 부러진 화살을 술통에 맞히며 놀다가 시작됐다고 해. 한 사람이 3개의 다트를 사용해서 복수형이 됐고, 그게 게임의 이름이 된 거야. 한국보다 앞서 다트를 받아들인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라서 그대로 쓰고 있어.

다트. 사진 윤동길 (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최근 한국의 다트 열풍이 심상치 않아. 천원짜리 한장이면 짜릿한 승부를 경험할 수 있기도 해서 인기가 올라가는 중이야. 전문 다트장이 전국 20곳 정도, 펍과 오락실까지 합하면 5000곳이 넘는 곳에서 다트를 할 수 있다고 해.

열풍의 원인은 전자 다트의 보급이야. 화살을 과녁에 던지면 되는 간단한 게임 같지만, 룰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점수 계산이 까다롭거든. 그런데 전자 다트는 자동으로 점수를 계산해주니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워진 거야.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점수를 계산하는 전자 다트는 다트의 끝부분인 팁이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어, ‘소프트 다트’라고도 해. 기존 다트는 금속으로 만든 뾰족한 팁이 달려 있어 ‘스틸 다트’, 또는 ‘하드 다트’라고 불러. 종주국인 영국 등 유럽과 미국에선 스틸 다트가 대세고,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에선 소프트 다트의 점유율이 높아. 스틸 다트는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어 일반인보다는 프로 선수들이 주로 즐기는 상황이야.

전자 다트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있어서 세계 각국 사용자들과 실시간 대결도 가능해. 자신의 아이디카드를 만들면 게임 할 때마다 평균 점수가 기록되고, 등급이 자동적으로 산출돼. 스스로 “몇급입니다”라고 하는 바둑이나, “200입니다”라고 하는 당구보다 훨씬 객관적인 거지. 비슷한 등급끼리 대결을 하니, ‘사기 당구’나, ‘사기 바둑’ 같은 논란도 아예 없어.

한국 다트는 1989년 부산 조선호텔에 생긴 ‘오킴스’ 펍이 원조 격이야. 당시 서울 용산, 경기 평택 인근 미군 전용 술집이 아니면 다트 같은 ‘외국 놀이’를 경험할 수 없었는데, ‘아이리시 스포츠 펍’을 콘셉트로 한 오킴스가 매장 안에 다트를 설치하면서 일반인의 접근이 쉬워진 거야. 부산에서 인기를 끌자 곧이어 서울 조선호텔에 다트 등 게임을 할 수 있는 게임룸을 설치한 오킴스가 문을 열어. 이를 언론에선 “다트 하는 술집”이라며 소개했지.

1994년 10월 17일치 <한겨레> 17면에 나온 실내 다트장 광고.

이어 1991년, 한국사회체육센터 주최로 1회 다트 선수권 대회가 열려. 그때도 언론이 “건전한 실내 스포츠”라며 주목했지. 1994년 즈음엔 실내 다트장도 생겨나기 시작했어. ‘핫 플레이스’였던 서울 돈암동, 화양리(광진구 화양동), 혜화동에 업장이 있었는데, 신문에 가맹점 모집 광고를 낼 정도로 관심을 모았어.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어. 일단 전자 다트의 수준이 조악했고, 곧이어 나온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한국을 뒤흔들면서 다트는 설 자리를 잃었어. 여기에 ‘펍’이라고 하는 술 문화가 한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도 한몫을 했지. 다트는 펍에서 술과 함께 발전한 놀이 문화거든. 지금도 프로 선수들 일부는 게임 하면서 술도 마셔.

지금 다트는 ‘제2의 전성기’가 온 셈이야. 유학, 연수, 여행 등을 통해 외국의 펍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트가 설치된 스포츠 펍 문화가 한국에서도 자리잡았어. 사라져가던 아케이드 오락실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도 큰 요인이야. 전자 다트는 게임기로 취급해 오락실에 설치가 가능하거든.

대한다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로 선수만 200여명이래. 지난 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대규모 다트 대회엔 총상금 1억2300만원을 두고 프로와 아마추어 3200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어. 협회는 전국 다트 인구를 3만여명으로 보고 있어. 전자 다트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4~5년 사이에 생긴 일이야. 개그맨 박수홍이 집 안에 다트를 설치한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될 만큼 연예인들도 그 매력에 푹 빠져 있어. 가수 브라이언은 아예 제주도에 다트 펍을 차리기도 했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지난해 개인 사업을 하다가 다트에 빠져 프로 선수가 된 최민석(37)씨는 “고도의 집중”을 꼽아. 온 신경을 집중해 과녁에 꽂는 쾌감이 엄청나다는 거지. 하루 종일 ‘나는 누구, 여긴 어디’로 살아가는 ‘오발탄’ 같은 현대인에게 다트는 일종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야.

다트보드 한가운데 작은 원을 ‘불’(Bull)이라고 불러. 원래는 황소의 눈(Bull’s eye)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지. 자, 이제 너의 차례야. 황소의 눈을 향해 한번 던져볼래?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다트(Darts)

짧은 화살을 과녁에 맞춰 점수를 계산해 승부를 가리는 놀이. 다트의 끝인 ‘팁’을 금속으로 만든 스틸 다트(하드 다트)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전자 다트(소프트 다트)로 나뉨. 최근 전자 다트 보급으로 동호인이 급속도로 확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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