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분데스리가 진출 40년 기획]③전설의 완성, 레버쿠젠을 찾다

레버쿠젠(독일)=피주영 2017. 7.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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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레버쿠젠(독일)=피주영]
[사진=피주영 기자]
1988년 5월 18일 독일 레버쿠젠의 울리히-하버란트 슈타디온(현 레버쿠젠 홈구장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어 레버쿠젠과 에스파뇰의 1987~198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컵 결승 2차전 후반 36분.

원정 1차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레버쿠젠은 합계 2-3으로 패색이 짙었다. 벼랑 끝에 몰린 레버쿠젠을 구한 것은 차범근이었다. 그는 그림같은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레버쿠젠은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5일(한국시간) 영광의 장소를 다시 찾은 차범근(64)은 당시 기억에 잠겨 함참 동안 그라운드를 바라보다 말했다.

"레버쿠젠에서 뛴 시간은 내 인생의 황금기였어."

[사진=피주영 기자]
차범근은 레버쿠젠에서 '차붐(Chabum·골로 수비를 폭격한다고 해서 생긴 애칭) 전설'을 완성했다. 차붐은 198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레버쿠젠으로 옮겼다. 당시 레버쿠젠은 1부와 2부리그를 오가는 '만년 하위권팀'이었다. 그랬던 레버쿠젠에 차범근이 합류하면서 유럽 정상을 차지하는 강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분데스리가 인생 10년 중 6년을 레버쿠젠과 함께 한 그는 1989년 은퇴까지 185경기에 출전해 52골(리그 통산 308경기 98골)을 기록했다.

이날 UEFA 공식 TV와 인터뷰를 위해 바이아레나를 찾은 차범근은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정점'과 '마지막'을 장식한 경기장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그는 "이곳에서 생애 두 번째 UEFA컵을 들어 올린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다. 여기만 오면 그 감격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어 "레버쿠젠에서 뛰며 우승을 경험한 것은 물론 좋은 친구를 만나고 좋은 축구를 했다. 올 때마다 감회가 새로운 고향과 같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레버쿠젠 홈구장 바이아레나를 방문한 차범근이 자신의 벽화 앞에서 회상에 잠겨 있다. [사진=피주영 기자]
경기장 동쪽 외벽에 그려진 자신의 벽화 앞에 선 그는 "허벅지를 더 두껍게 그렸어야지.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두꺼웠는데"라고 농담을 던지고는 두 손을 동그랗게 모아 당시 허벅지 두께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안제 분콜. [사진=피주영 기자]
UEFA컵 결승 2차전에서 차범근의 골을 어시스트했던 안제 분콜(58) 레버쿠젠 13세 이하(U-13) 팀 감독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부미(Bumi·분콜이 부르는 차범근의 애칭)'는 평소 영리한 플레이를 하면서도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번개처럼 빠른 친구였다. 현역 시절 함께 뛰어본 공격수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분콜은 또 "내가 어시스트 했으니 부미의 골에 지분이 있는 셈"이라며 크게 웃었다.

분콜에 이어 인터뷰에 응한 레버쿠젠 구단의 홍보를 책임지고 있는 뤼디거 폴보른(54)은 "차범근이 나서는 경기는 패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실점을 해도 그가 동점과 역전을 만들어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UEFA컵 결승 2차전에서 골키퍼로 출전한 폴보른은 신들린 선방을 선보이며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다.

뤼디거 폴보른. [사진=피주영 기자]
이 얘기를 듣던 차범근은 "1988년 당시 레버쿠젠이 UEFA컵 우승은커녕 결승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없었다. 4강 상대가 바르셀로나였기 때문"이라면서도 "우리가 바르셀로나를 이긴 것도 내가 후반 36분 동점골을 넣은 것도 모두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우리에겐 좋은 동료들과 승운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차범근은 현역 시절 막판에는 팀의 '맏형' 역할을 하며 후배 선수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언제나 솔선수범하고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최선을 다한 덕분이다. 폴보른은 "차붐은 시합 전날에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습관이 있던 저는 차붐의 자기 관리를 배웠다"고 털어놨다.

차범근이 은퇴하기 한 시즌 전인 1987~1988시즌 신인 골키퍼로 입단한 안드레아스 나겔(56)은 "차범근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그라운드 안에서의 열정은 저를 포함한 모든 후배들이 우러러 봤다"고 기억했다. 당시 레버쿠젠을 전담 취재했던 프랑크 루셈(57) 키커 기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도 어렵지만 과거에는 외국인 선수가 팀의 리더를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며 '레버쿠젠의 리더' 차범근을 떠올렸다.

레버쿠젠(독일)=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사진=피주영 기자

1978년, 홀로 독일로 건너간 차범근은 SV 다름슈타트98 유니폼을 입고 처음 분데스리가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로 옮긴 이듬해부터는 당시 최고 리그인 분데스리가를 평정하며 '차붐(Chabum·골로 수비를 폭격한다고 해서 생긴 애칭) 전설'을 썼다.

10년간 308경기를 뛰며 98골. 지금도 차붐의 명성은 국내는 물론 독일에서도 여전하다. 일간스포츠는 차범근의 분데스리가 진출 40년을 맞아 그 발자취를 따라 그의 축구 인생을 돌아보는 기획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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