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리단길 명칭 거부한다".. 망원동 주민들 서명운동

이해인 기자 2017. 7. 2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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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지도서 명칭 삭제 요구도
"임대료 올라 철물점 등 사라져.. 동네 떴지만 주민은 불편해져"

조용한 주택가였던 마포구 망원동 일대에는 2015년부터 작은 규모의 카페, 레스토랑이 하나 둘 생겨났다. 홍대 인근, 연남동, 상수동의 임대료 상승에 밀려난 가게들이 들어오면서 형성된 이 상권에는 망리단길(망원동+경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태원 경리단길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망원시장을 지나 3분가량 걷다 보면 남북으로 뻗은 500여m의 포은로가 나오는데, 이곳을 통상 망리단길이라고 부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자체 서비스하는 지도에 포은로를 망리단길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주민 서모(26)씨는 지난 10일 네이버 측에 "지도의 망리단길 명칭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포털 사이트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절했다.

망원동 주민들은 지난 3월 '망리단길 싫어요'라는 서명 운동을 했다. 1000명이 동참했다. 요즘 주민회는 '망리단길 부르지 않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영권 망원동주민회 대표는 "주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이름 탓에 임대료만 올라 동네 수퍼, 미용실, 철물점 등은 사라지고 비싼 카페, 레스토랑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현재 망원동 일대 임대료는 2015년 초에 비해 38%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상가 임대료 인상률(26%)의 1.5배다. 지난 3월에는 40년간 망원동을 지켰던 행운사진관이 3배 이상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망원동에서 40년간 거주한 주민 장명순(76)씨는 "주말에는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불법 주차하는 외부인들 때문에 불편하다. 사람들이 몰려오지 않았던 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주택가에 가게들이 들어선 관악구 샤로수길(서울대입구역 주변 관악로 14길)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 김진아(29)씨는 "지난해부터 관악구청이 상권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샤로수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탓에 편하게 갈 수 있는 가게들은 사라졌다"며 "누구를 위한 상권 형성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망리단길

망원동과 경리단길의 합성어. 2015년부터 망원역 서쪽 망원동 포은로 일대에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끄는 이태원의 경리단길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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