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려? 40년전 '시험관 아기' 때도 반발 있었다
수많은 불임 가정 구원했듯 인공지능도 새로운 활력 가능
'능력보다 다양성' 등 9원칙 제시
꿈을 기록해주는 베개, 교통사고가 일어날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량 인공지능이 내려야 할 윤리적 판단, 몸에 부착하는 전자기기 '듀오 스킨'. 지난 학기 MIT 미디어랩이 진행한 470개 프로젝트 중 일부다. 1990년대부터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연구했고, e-북 기기에 쓰이는 전자잉크, 100달러짜리 노트북, 온라인 뉴스매체 버즈피드 등은 이곳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불평등하게 분배돼 있을 뿐"(SF 소설가 윌리엄 깁슨)이라는 말을 따르자면, 이곳은 '미래' 농도가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바프) '가속의 시대'(토머스 프리드먼)를 사는 지금,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조이 이토(51) MIT 미디어랩 소장을 전화로 만났다. 최근 미래의 생존원칙 9가지를 설명한 '나인'(민음사)을 국내에 펴냈다. '지도보다 나침반, 순종보다 불복종, 견고함보다 회복력, 능력보다 다양성' 등의 태도로 무장하면 불확실한 시대를 돌파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더 빨라진 미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삶이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전제부터 바꿔야 한다. 근대에 인간은 자연을 정복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아니었다. 현대 기술발전은 마치 대자연을 보는 것 같다. 알고 보니 기술도 인류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거창한 계획을 짜는 데 골몰하지 말라(Don't over-plan)."
―무책임한 말 아닌가.
"섣부른 미래 예측이 오히려 더 무책임하다. 10년 전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CEO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지금 스마트폰 보급률을 보라.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이 무엇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가로등 아래서 열쇠 찾기'라는 속담을 쓴다(각주구검·刻舟求劍과 비슷한 뜻).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진짜 문제는 해결 못 한다. 새로운 영역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AI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험관 아기'가 40여 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반발했다. 체외수정에 대한 윤리적 문제 제기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덕분에 불임 부부가 아이를 갖게 됐다. 수많은 가정이 구원받았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공포를 느낀다. 그런데 실제로는 축복이었던 경우도 많았다. 인공지능(AI)도 비슷하다. 이세돌은 알파고와 대국하면서 이전에는 상상조차 못 했던 수를 4번째 대국에서 선보였고, 승리했다. AI가 바둑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새로운 경험을 맛보게 했다. 당장 MIT에서는 바둑 동아리 회원 숫자가 알파고-이세돌 대국 이후 2배로 뛰었다."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도 AI 지배를 걱정한다.
"영미권은 '인간'을 받든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같은 수퍼히어로가 모두 인간 모습으로 그려진다. 반면 한·일 문화권은 어렸을 때 로봇을 보고 자랐다. AI·사이보그와 친숙하다. 사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일 청소년이 AI 시대에 더 쉽게 적응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웃음)."
―책에서 설명한 9개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꼽아달라.
"'순종보다 불복종'. 우리 랩에서는 작년부터 매년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 상금을 걸고 '불복종상' 시상식을 한다. 사회나 기관은 순종적인 태도를 선호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창의성과 유연성은 사라진다."
―2011년 소장 취임 후 미디어랩은 어떻게 변했나.
"생명공학이 새로운 디지털이 될 것이다. 초대 소장 니컬러스 네그로폰테가 1995년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책을 낼 당시와 인터넷이 세상을 모두 연결한 지금은 판도가 바뀌었다. 하드웨어 발전은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생명공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두뇌에 칩을 끼우고 인간 신경망과 호환되는 의족 같은 것들 말이다. 남들이 하기 전에 연구하는 것. 그게 핵심이다."
☞조이 이토(이토 조이치·伊藤穰一)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 터프츠대 컴퓨터공학과와 시카고대 물리학과를 다녔지만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퇴했다. 벤처 투자자로 일하며 트위터, 플리커, 킥스타터 등 4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2006년부터는 온라인 저작권 보호 비영리 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대표직을 맡았다. MIT는 2011년 '미디어랩을 변화시킬 인물'이라며 그를 소장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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