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팔아도 오르는 삼성전자.. 자사주의 힘?

이경은 기자 2017. 7.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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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가 38% 올라]
올들어 자사주 5조 가까이 매입.. 아직도 약속물량 4조 넘게 남아
"2차 매입 끝나고 조정기 들어선 지금이 바겐세일 기간" 주장도

올해 국내 증시는 10조원에 육박하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활황세로 이어졌다. 탄탄한 기업 실적을 근거로, 미국계 자금이 중심인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그런데 사상 최대 실적에 이익 대비 주가도 비싸지 않아 흠잡을 데 없는데도 외국인이 줄기차게 팔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시가총액 1위(325조원)인 대장주 삼성전자 얘기다. 올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지난해에도 1조7400억원어치를 처분했다. 기관도 2년째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만 있다. 이렇게 외국인·기관의 쌍끌이 매도 공세가 계속되면 주가는 미끄러지는 게 보통이지만, 삼성전자는 예외다. 올해 주가는 38% 넘게 올랐고, 1년 상승률도 70%에 달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도대체 누가 끌어올린 걸까.

◇삼성전자 주식 쓸어담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주가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바로 삼성전자 자신이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에서는 '기타법인'으로 잡힌다. 기타법인은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 법인을 뜻하는데, 자사주 매입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기타법인의 삼성전자 매수액은 4조2000억원이 넘는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에 주가도 역대 최고치여서 외국인·기관 자금이 유입될 법도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주가의 약진을 이끌고 있는 것은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자사주"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올해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면서 "거래량 등을 고려해 3~4회에 나눠 진행하며,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규모(6조2000억원)와 비교하면 50% 커졌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 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은 "외국인 보유 비중이 50%를 넘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등과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주 환원 압박이 거세졌다"면서 "이익이 늘어나 현금은 쌓이는데 마땅히 투자할 곳도 보이지 않자,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주주들에게 적극적으로 돌려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관련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배구조 투명화에 힘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 필요도 있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말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보유 중인 40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다 소각한다고 해도 이 부회장의 지분은 0.69%가 되어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이달까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총 2차례 진행됐다. 1차 매입은 지난 1월 25일부터 4월 10일까지였는데, 2월 14일 딱 하루만 빼고는 매일 약 2만주씩, 총 2조4500억원어치를 자사주로 사들였다.

지난 4월 28일부터 시작된 2차 자사주 매입은 지난 20일 완료됐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해 총 112만5000주를 사들였는데, 금액으로는 2조5240억원어치다. 1~2차에 걸쳐 삼성전자가 사들인 자사주는 총 4조9740억원으로, 지난 1월에 약속했던 올해 계획 중인 자사주 매입 규모의 47%다.

◇자사주 매입 물량 4조3000억원 남아

자사주 매입이 수급 측면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잡은 만큼, 자사주 매입 기간 사이의 짧은 공백기를 삼성전자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자사주 매입 시기가 한 차례 마무리되면 다음번 매입 시기까지는 매수세가 뜸해지는데, 이때의 수급 공백기가 바겐세일 기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차 자사주 매입 이후 2차 자사주 매입이 시작될 때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한 채 3~4% 흘러내렸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새로 시작되자 빠른 속도로 주가는 회복됐다. 2차 자사주 매입이 끝난 현재도 마찬가지다. 26일 삼성전자는 249만2000원으로 마감되면서 2차 자사주 매입이 끝난 20일 이후 매일같이 하락세다. 3차 자사주 매입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2차를 참고한다면 8월 초쯤에 시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5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29조원)보다 크게 늘어난다.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270만원(미래에셋대우)에서 335만원(골드만삭스)까지 분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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