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살던 맹독 바다뱀, 바다 더워지자 부산서도 잡힌다

박진호 2017. 7. 2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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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바다 수온 0.43도 올랐는데
동해는 1.39도, 남해 0.91도 상승
필리핀에서 잡히던 파란고리문어
울산·거제 앞바다까지 올라와
제주에서 잡힌 넓은띠큰바다뱀. [사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강원대 사범대 4층 박대식(과학교육) 교수 연구실에는 커다란 어항이 있다. 어항 속에는 길이가 1m가 넘는 커다란 뱀 한 마리가 있다. ‘넓은띠큰바다뱀’으로 2015년 8월 제주도 앞바다에서 잡힌 것이다. 코브라과에 속하는 맹독성 뱀으로 당시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박 교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뱀이 아열대 기후인 대만과 일본 류큐 열도에 주로 서식하는 넓은띠큰바다뱀인 것으로 확인했다. 2015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12마리가 국내에서 잡혔는데 모두 이들 지역에서 왔다. 박 교수는 26일 “처음엔 제주도에서 잡혔던 뱀은 요즘엔 부산에서도 잡히고 있다”며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넓은띠큰바다뱀의 관찰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독을 지닌 파란고리문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최근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넓은띠큰바다뱀 같은 아열대 생물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파란고리문어가 대표적이다. 10㎝ 정도 크기로 적갈색 바탕에 파란 고리 무늬가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남태평양 지역에 주로 산다. 국내에선 2012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최근엔 경남 거제를 비롯해 울산과 경북 영덕에서도 목격되는 등 점점 북상하고 있다. 지난 17일 울산 지역 낚시동호회 인터넷 커뮤니티에 파란고리문어 사진과 함께 “북구 정자 앞바다에서 잡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초에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리 방파제에서도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고준철 박사는 “기후변화로 북태평양 서부를 흐르는 구로시오 난류 중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대마 난류를 따라 파란고리문어가 제주도 연안으로 유입됐고 최근엔 동해 난류를 타고 북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아열대 생물인 해파리고둥도 동해안에서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0일 오후 4시쯤 경북 울릉도의 한 해변에서 해파리고둥이 발견됐고 2014년 5월엔 강원도 강릉시 남항진 앞바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일부 난류성 어종의 경우도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어획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의 경우 어획량이 1970년엔 3만8256t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5만5435t이 잡혔다.

수온 상승으로 국내에서 아열대 바다생물이 자주 발견되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아열대화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김중진 박사는 “어업 인구, 장비 변화 등 인위적 행위의 영향도 있는 만큼 최근 등장하는 아열대 생물만을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며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수산과학원이 68년부터 2015년까지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 변화를 분석한 결과 48년간 1.11도 상승했다. 동해는 1.39도, 서해는 1.20도, 남해는 0.91도로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이 0.43도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두세 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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