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군대에 트랜스젠더 금지"..허용방침 1년만에 뒤집어

심진용 기자 입력 2017. 7. 26. 23:29 수정 2017. 7. 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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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담긴 발언으로 숱한 구설수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트위터로 알린 갑작스러운 조치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장성들과 군사 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 미국 정부는 트랜스젠더가 미군 어디에서도 복무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우리 군대는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트랜스젠더 군 복무로 인한 막대한 의학적 비용과 혼란의 짐을 떠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무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휴가를 보내는 중 벌어진 일이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장성들, 군사 전문가들과 논의했다고 하지만 매티스 장관은 그저 통보만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이날 발표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트랜스젠더 군 복무 허용 정책 그리고 그 정책 시행을 6개월 간 유예하기로 한 매티스 장관의 결정 모두를 뒤엎는 조치다.

지난해 6월30일 애슈턴 카터 당시 국방장관은 “트랜스젠더는 지금 순간부터 공개적으로 군 복무할 수 있다”면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쫓겨나거나 분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방부는 성전환을 원하는 군인들의 수술 비용 등을 부담할 것이며 향후 1년간 변화에 대한 군 구성원들의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군 내에서 트랜스젠더를 차별하지 않는 모든 정책이 이듬해 7월1일까지는 완전히 구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계획대로였다면 지난 1일부로 트랜스젠더 신병의 군 입대가 허용됐어야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전날인 지난달 30일, 매티스 장관은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 계획을 6개월 유예한다고 밝혔다. 준비하고 판단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매티스는 정책 재검토를 거쳐 오는 12월1일까지는 재평가 보고서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트윗 한마디로 오바마의 정책도 매티스의 재검토 발표도 의미가 없어졌다. 트럼프가 취임하면 오바마의 트랜스젠더 군 복무 정책도 뒤집어질 것이라는 당초의 예측이 현실이 된 것이다.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민주당과 성소수자 권리 옹호 단체들 그리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잭 리드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의 발표가 1948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군대 내 인종차별 철폐를 명령한 날 나왔다는 점을 꼬집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평등을 향한 진군에서 퇴각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트루먼과 비교하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애국적인 미국인 수천 명을 향한 비열하고 증오에 찬 공격을 위해 (트루먼 결정으로부터) 69년이 지난 이날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에서도 보수적인 의원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상원 군사위원장 존 매케인은 “성정체성이 어떻든 간에 싸우고, 훈련받고, 배치될 능력이 있는 군인이라면 누구도 군을 떠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트럼프의 결정을 비판했다.

전쟁기밀 유출 혐의로 복역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첼시 매닝도 트럼프의 결정을 조롱했다. 지난 5월 출소한 매닝은 트럼프 발표 직후 트위터에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돈도 많이 쓰는 군대가 F-35 전투기에 쓸 돈은 있는데 트랜스젠더들 몇명 때문에 울먹거리고 있다”면서 “겁쟁이들 같다”고 적었다.

매티스 장관은 이번 발표에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매티스 주변인물의 전언이라며 매티스가 트위터로 중대 정책을 발표한 트럼프에게 질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 파병 군인을 포함해 이미 군 복무 중인 상당수 트랜스젠더들의 반응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랜드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현역 미군 130만명 중 트랜스젠더는 2000~1만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랜드연구소 발표를 인용해 군대 내 트랜스젠더들에게 들어가는 의학적 비용이 240만~840만달러 정도로 국방부 건강보험 관련 지출의 0.1%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막대한 비용”을 떠안을 수 없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에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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