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흐릿해진 홍준표
[경향신문] ㆍ한국당 ‘홍 체제’ 출범 4주째…
자유한국당 ‘홍준표호’가 출범 4주째에 접어들도록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강한 야당’ ‘육참골단(肉斬骨斷)의 혁신’을 걸고 당권을 쥐었지만 정작 홍준표 대표(63·사진)의 리더십이 흐릿하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원외라는 특성과 특유의 ‘튀는 행보’, 혁신위원회의 ‘극우향우’ 논란이 홍 대표 입지를 좁히는 3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준표 체제가 26일로 24일째를 맞았다. 그사이 ‘친홍 체제’를 구축하며 새 리더십을 세웠지만 컨벤션 효과는 따라오지 않았다.
우선 ‘원외 당 대표’라는 한계가 표면화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현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견제를 받으면서 입지가 더 좁아진 면도 있다. 실제 홍 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가경정예산안,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등에 대한 당 입장을 결정하는 의원총회에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 대표가 추경안 때도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고 원외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했다.
홍 대표 특유의 ‘마이웨이’ 스타일과 거친 입담도 리더십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홍 대표는 최근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청와대 회동에 불참하고, 취임 후 다른 당 대표들과의 상견례도 더불어민주당과만 하는 등 대면 소통을 스스로 좁혔다. “야당은 우리뿐”이라며 다른 야당과의 공조 구축에도 선을 그었다. 정당 간 협치 중요성이 커진 다당체제에서 한국당이 ‘왕따’를 당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
거친 언행 역시 수차례 논란을 빚으면서 ‘혁신 국면’에는 부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들 듣기에 거북스러운 말씀을 계속한다면 당은 굉장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수해 현장에서의 ‘장화 논란’ 역시 악재였다. 홍 대표의 거친 발언이 ‘충격 역치’를 높이면서, 메시지 주목도가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대표가 전격적으로 띄운 당 혁신위원회는 시작부터 ‘극우향우’ 논란으로 삐거덕대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원장에게 혁신위원 임명 전권을 주었다는데, 한 명도 모르는 사람이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야 알았다”며 의구심을 표했다.
류 위원장이 당 혁신방향에서 ‘탄핵에 앞장섰던 의원들의 잘잘못을 따져보겠다’고 해 내분의 조짐도 일고 있다.
홍 대표는 “친박·비박, 탄핵 찬성파·반대파 논쟁이 미래로의 전진에 무슨 도움이 되나”라며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애초 반(反)탄핵·극우 혁신위를 구성했다는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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