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닻 올렸지만..갈길 먼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박희진 기자 2017. 7. 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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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자문회의, 4차 산업혁명委, 미래부, 혁신본부 '옥상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을 비롯한 부처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2017.7.2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과학·정보통신기술(ICT) 등 기술부처를 자처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닻을 올렸지만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 제역할을 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과기정통부는 26일 오후 3시 경기도 과천시 정부청사에서 유영민 장관 등이 참석해 미래창조과학부 현판을 내린 자리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판을 내걸었다.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미래부가 과기정통부로 바뀌면서 '정보통신'이라는 명칭이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정보통신부가 사라진지 9년만에 부활했다. '과학기술'은 옛 교육과학기술부가 폐지된지 4년반만에 재등장했다. 특히 이번 정부조직개편으로 과기정통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신설됐다. 이 역시 과거 참여정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부활한 사례다.

역할은 범부처 연구개발(R&D) 컨트롤타워로 기존 과학기술전략본부와도 유사하다. 대신 권한이 더 강화했다. 20조원에 육박하는 R&D 예산 심의·조정 권한은 물론, 기존에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R&D 예비타당성(예타) 조사권한도 갖게 된다. R&D 지출한도도 기재부와 공동설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조직위상도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과기혁신본부장은 유영민 장관과 함께 국무회의에도 참석한다.

하지만 이는 새 정부가 과기전략본부에 부여하기를 원하는 권한일 뿐, 최종 결정을 위해서는 국회 관문을 통과해야한다. 국가재정법, 과학기술기본법 등 법개정이 필요해서다. 이를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관련 법개정을 위한 합의를 도출해야한다.

하지만 R&D 예산권을 누려온 기재부가 반발하고 있어 국회 상임위간 합의도출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는 과기전략본부장 자리도 노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체제와 달라질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과학기술계에서 나온다.

예산권한 문제에 대해 유영민 장관은 "기재부가 아직도 예산관련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같다"며 "직접 나서 문제를 조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가 난무하는 점도 과제다. 정부는 과학기술 혁신 컨트롤타워 강화를 위해 국가 과학기술 정책 조정·자문 기구를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로 통합하기로 발표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기본법에 근거한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과심)와 과학기술전략회의 규정에 근거한 '과학기술전략회의'는 폐지된다.

하지만 이 역시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이 필요한 작업이다. 게다가 과기계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심의 조정 기능을 명시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기능 부여를 위한 법 개정을 어떻게 할지 우려하고 있다. 자문회의는 헌법기구로서 원래 기능을 살려 순수 민간자문기구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리급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내달 신설된다. 민간에서 위원장을 발탁할 계획이다. 민·관조직인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별도의 '사무처'를 두고 실무 지원을 하고 미래부는 자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전담조직을 구성하게 된다. 지난해 8월말 미래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출범한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이 전담조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과학기술자문회의에, 총리급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 장관급의 미래부, 차관급의 과기혁신본부 등 과학기술과 R&D 관련 컨트롤타워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업무 분담 중복 우려가 제기되고 '옥상옥'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계 관계자는 "정부가 연구자율성을 강화하고 도전적인 연구수행을 독려하는 등 큰 방향은 잘 잡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정책 한계가 크다"며 "우선은 달라진 조직으로 시작해봐야 알겠지만 우려의 시선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2b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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