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소지섭 "아직 믿고 보는 배우 아냐..관객 신뢰 얻고 싶어요"(인터뷰)

현지민 2017. 7. 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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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소지섭 /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소지섭이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로 돌아왔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유령’ ‘주군의 태양’ ‘오 마이 비너스’ 등을 통해 한계 없는 연기력을 보여준 그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군함도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다. 소지섭은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칠성 역을 맡았다. 주먹으로 탄광의 노무계원이 돼 작업을 진두지휘 하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류승완 감독님의 작품이라 출연하겠다고 했어요. 류 감독님이 앞선 작품들에서 여러 번 캐스팅 제안을 해줬는데 매번 거절했거든요. 이번에도 거절하면 다시는 류 감독님과 작품을 못 할 것 같았어요.”

소지섭에게 ‘군함도’가 전작들과 다른 점은 캐스팅이다. 소지섭은 원톱 영화나 로맨스 장르에서 극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 이번엔 황정민, 송중기, 이정현 등의 배우들과 멀티캐스팅됐다. 카메라를 받는 비중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원톱 영화보다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조금은 기대서 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웬걸, 더 치열했습니다. 누구하나 겉돌면 안 되니까요.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걸 알기에 더 많이 노력했죠. 서로 경쟁 아닌 경쟁을 하면서 맞춰갔어요.”

함께 출연한 배우들 중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는 아역배우 김수안을 꼽았다. 소지섭은 “미치겠다. (수안이)연기를 너무 잘한다. 나와 부딪히는 신이 많진 않았지만 연기하는 걸 보면서 천재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배우 소지섭 /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소지섭은 1995년 의류브랜드 STORM(스톰) 1기 전속모델로 데뷔했다. 1996년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뒤엔 안정적인 연기력과 쌍꺼풀이 없는 매력적인 외모로 인기를 얻었다.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던 그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대표급 톱스타다. 활발한 해외 활동을 펼치며 ‘한류스타’로도 자리잡았다. 소지섭은 “영화로는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군함도’를 통해 신뢰의 첫 단추를 꿰고 싶다”고 말했다.

‘군함도’ 속 소지섭은 강렬하다. 그가 연기한 칠성은 마냥 강렬해 보이지만 동족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인물이다. 군함도 내에서 조선인들과 주먹다툼을 벌이기도 하고 위안부 피해자 말년(이정현)과 묘한 감정을 쌓기도 한다. 전체 스토리에 비해 비중이 많진 않지만 소지섭은 화면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훈도시(일본 전통 남성 속옷)만 걸치고 격투를 벌이는 신에서는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소지섭은 눈요기용 서비스 컷이 아니었기에 노출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잖아요. 제대로 입을 것도 없이 수많은 조선인들이 군함도에서 생활을 했어요. 사실을 표현하는 장면이기에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어요. 아마 눈요기를 위한 서비스 컷이었다면 안 찍었을 걸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군함도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을 다룬 극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분법적 사고를 철저히 경계했지만 일본 매체들은 “역사 왜곡” “반일 영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팬들과도 꾸준히 소통해온 소지섭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고민은 없었을까. 소지섭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일본은 나쁘고 조선은 착하다’는 사고가 배제된 작품이에요. 일본의 반응보단 내가 이 캐릭터를 잘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무엇보다 전 (일본)팬들을 믿는답니다. 하하.”

소지섭은 여러 장르를 섭렵하며 폭 넓은 연기를 보여온 배우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이번 작품에서도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에는 만족하지만 내 연기에 있어선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저의 연기에 대해 호불호(好不好)가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꺼낸 것 같아요. 저도 모르는 새로운 모습을 꺼내줄 신뢰할 수 있는 감독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연기 경력 20년이 넘은 배우의 고민이 진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20대에 데뷔해 40대가 됐지만 소지섭은 젊음에 대한 후회 대신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이야기했다.

“흔히 ‘돈을 주고 살 수만 있다면 젊음을 사고 싶다’고 하잖아요. 전 싫어요. 아직은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이를 먹어가며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죠. 저에 대해서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배우 소지섭 /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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