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인데, 이게 왜 잘못이에요?"⋯ 도 넘은 '소년 범죄'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2017. 7. 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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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최근 10대들의 잘못된 호기심에서 시작된 ‘장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범죄 행위를 마치 장난인 양 치부해버리는 10대들이 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동을 강한 처벌로 단죄하기보단,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5월엔 중학생이 초등생을 유인해 "신기한 걸 보여주겠다"며 흉기로 위협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은 10대 소녀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살 여아 초등학생을 유괴해 잔혹하게 살해한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이 벌어진 곳의 바로 옆 동네에서 발생해 더욱 충격을 안겼다. 중학생 A(15)군은 이날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만난 초등생 B(11)군에게 “신기한 거 보여줄까”라며 가방에서 25cm 길이의 흉기를 꺼내 B군의 목 쪽으로 가져갔다. 승강기가 10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는 10여 초간 위협은 이어졌고, A군은 승강기가 1층에 도착하자 먼저 나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A군은 “흉기를 꺼내 겁을 줬지만, 장난이었고 실제로 해칠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A군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결과에 따라 교내 봉사 5일과 학부모 교육 5시간 처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청소년들의 장난도 호기심이라고 보기엔 그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4일 광주시교육청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고교 남학생이 초등학교 여학생 동창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에 알몸사진을 합성해 달라고 요구한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C군은 최근 초·중학교 동창인 다른 학교 D양의 페이스북 사진을 캡쳐해 인터넷상에서 합성 블로그를 운영하는 E씨에게 쪽지를 보냈다. C군은 E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페이스북을 캡쳐한 D양의 사진 여러 장을 보내주며 '알몸과 합성해달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C군은 속옷이 비치는 모습으로 자는 누나를 몰래 찍은 사진을 보내면서 “이 사진을 합성 비용 대신 받아 달라”고 하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은 이를 수상하게 여긴 E씨가 D양에게 알리면서 수면 위로 올랐다. C군은 D양과의 통화에서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나 혼자 망상하고 상상하려고 했다”며 “진짜 미안하고 내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것 같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D양의 부모는 이러한 사실이 범죄 행위라고 보고,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학교 측은 가해자인 C군 학교와 공동으로 지난 5일 학폭위를 열어 사회봉사 5일,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가해자 특별교육 3일, 보호자 특별교육 3시간의 징계를 내리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인터넷 개인방송도 청소년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자주 보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장난을 빙자한 범죄까지 생중계되는 것. 심지어 일부에선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자신의 범죄 행위를 자랑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올 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신맨'이 대표적인 예다. 대신맨이란, 말 그대로 누군가의 부탁을 받으면 대신 실행에 옮기는 놀이다. 한 유명 유튜버의 동영상에서 시작된 이 놀이는 자학, 묻지 마 폭행 등 범죄 행위를 그대로 따라 한다. 실제로 한 초등 남학생이 모르는 사람 머리를 때리고 도망가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외에도 변기 물을 마시거나 주차된 차를 발로 차는 초등생도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이들이 ‘장난’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조은경 한림대 법심리학연구소장은 “실제 아이들도 이 같은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알곤 있지만, 이에 따른 타인의 피해를 예상치 못하고 피상적으로 ‘장난으로 그랬다’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현실에 대한 불만, 가정 불화, 학교생활 문제 등 보다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 통해 심도 있게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인에 대한 논의 없이 강한 처벌로 범죄를 억제하려 한다면, 사회의 혼란만 일으키고 전과자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소장은 “영국의 경우 한 비행청소년이 소년원으로 가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이처럼 우리나라도 미래세대를 위한 방안으로 잘못에 대한 강한 질책과 처벌보단,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 아이들 스스로 잘못을 깊이 깨닫게 하고 건강한 마음과 정신으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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