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의 말실수 아닌 말실수 '일관성'이 있다

2017. 7. 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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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송경화의 올망졸망_ '화제의 인물' 이언주와 국민의당 정체성

[한겨레]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민의당의 역사는 짧지만,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의 역사는 더 짧습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이었습니다. 대선 기간 중 탈당 뒤 지난 4월6일 국민의당에 입당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일 때였습니다. 그로부터 넉달이 좀 안된 현재, 이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가장 ‘핫한’ 의원이 됐습니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고, 최대 ‘스피커’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요즘 온라인상에선 박지원 전 대표까지 제친 모양새입니다. 이 의원은 어쩌다 국민의당의 간판 의원이 됐을까요?

대선 때 ‘눈물의 유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최근 사례만으로도 넘칩니다. 이달 초 <에스비에스>(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의 파업에 대해 ‘미친놈들’이라고, 학교 급식 노동자들에 대해선 ‘밥하는 아줌마’라고 표현해서 비정규직 노조의 지탄을 받았죠. 지난 19일에는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세금을 내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돼야지, 세금 먹는 사람이 많은 사회여선 안 된다”고 말해서 전국공무원노조가 반발했습니다. 25일엔 당 회의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한 발언이 또 논란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월급을 떼인 적도 있습니다. 사장이 망해서요. 사장님이 같이 살아야 저도 산다는 생각에서 떼였지만 노동청에 고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런 어떤 공동체 의식이, 같이 함께 살아야 된다, 이런 게 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고 말해서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인식의 배경에 일관성이 있습니다. 공공부문을 강화하기보다는 민간에 맡겨야 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는 신중해야 하며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이 의원의 계속된 ‘설화’는 말실수 때문이라기보다는 확신 때문이라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입니다. 이날 “알바비 떼였지만…” 발언으로 논란이 된 뒤에도 이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 재논의’ 주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의 정치 성향으로 보자면 때론 바른정당, 어떨 땐 자유한국당과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차별점을 내세우며 강조했던 몇 가지 지점들과 겹치기도 합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문) vs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안) 최저임금 2020년까지 1만원(문) vs 2022년까지 1만원(안) 등.

이 의원을 둘러싼 논의는 현재 국민의당이 놓여 있는 어떤 ‘경계’와 맞닿아있기도 합니다. 민주당 출신의 호남 중진 의원들부터, 새누리당 출신의 수도권, 비례 의원들까지 국민의당 의원의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대선 뒤 이는 여러 선택지로 나타났습니다. 호남 출신 이낙연 후보에 대해서는 위장전입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찬성’ 입장을 취해 정부·여당에 협조한 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는 다른 보수 야당들과 함께 반대했습니다. 물관리를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당에 찬성한 반면, 공무원 증원을 핵심으로 하는 추경안에는 반대(했다가 결국 찬성)했었죠.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해 지도부가 찬성 기류로 기울 때는 장정숙, 김중로 등 비례대표 의원들이 반대했었고요. 강경화에 반대할 때는 유성엽 의원 등 호남 의원들 일부는 찬성 의견을 냈습니다. ‘오락가락’, ‘정체성 혼란’의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당은 “결국 우리가 선택한 대로 되고 있다”며 ‘캐스팅보터’임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쓰이고 있는 ‘보수 야당’이란 표현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자유한국당을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구분됐다가도 합해지기도 합니다. 이 당은 대체 어떤 정체성일까요?

이언주 의원에게 한 번 물어봤습니다. 그는 “국민의당은 중도다. 보수는 아닌지 몰라도 중도라고 봐야 한다. 중산층이나 자영업자, 영세 자영업자가 우리 당의 지지 기반이다. 노총들은 우리를 지지 안 하지 않냐.”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물어봤습니다. 이번 ‘알바비’ 발언을 어떻게 보는지…. 김 원내대표는 “이 의원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20년도 훨씬 전이었을 것이다. 이 의원이 알바할 때와 지금 알바하는 사람들과는 절박성 등이 많이 다를 것이다”라면서 “그런 것까지 고려한다면 좀 신중치 못한 표현일 수도 있는데 본인은 그런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얘기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고발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야 되지만 본인은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니 개인적 판단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습니다. 급식 노동자 발언 논란 때도 김 원내대표는 이 의원의 발언에 옹호하는 태도를 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의 전반적 기류는 좀 다릅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알바비’ 발언 뒤 “박지원 의원이 원내대표인 시절이었다면 ‘면 수석(부대표)’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쩌면 향후 국민의당이 이 의원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이 당의 진로를 조금은 엿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의원은 최저임금을 비롯해 본인의 ‘소신’을 계속 밝히겠다고 하니 논란은 계속 불거질 것이고, 앞으로 국민의당은 정부·여당 관련 현안마다 협조 대 비협조의 경계선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이 의원을 매개로 당의 향후 노선을 가늠해볼 기회가 ‘확실하게’ 찾아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의당은 8월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요, 이 의원은 출마를 고심 중입니다. 초·재선 신진들의 중지를 모아 세대교체를 시도할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이 의원은 “출마한다면 노선 투쟁을 세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쟁자는 ‘햇볕정책’의 정동영 의원, ‘뉴디제이(DJ)론’의 천정배 의원 등입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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