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지면에 어떻게 국정원 작성 의견광고가 실렸나
국정원→보수·극우단체→보수언론, MB정부 총·대선 앞두고 전방위 여론공작
2011년 12월28일 조선일보 35면(오피니언) 하단에는 ‘자유주의진보연합’(자유연합) 이름으로 의견광고가 실렸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북한 내부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국민도 일부 세력의 선동에 현혹되지 말고 단결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런데 이 광고는 자유연합이 자발적으로 작성해 낸 광고가 아니었다. 지난 2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여론조성 활동 지시를 설명하며 조선일보에 실린 광고를 언급했다.
검찰이 추가 서증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이 광고는 국정원 직원이 초안을 작성해 자유연합 측에 이메일로 전달한 후 조선일보 지면에 그대로 실렸다. 이외에도 문화일보·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에는 자유연합의 의견광고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국정원이 자체 정보원들을 이용해 언론 기사와 사설, 칼럼 게재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보수·극우단체를 적극 활용해 여론 공작 활동을 펼쳐 왔음을 보여준다.
이 광고에선 당시 희망버스 운동을 지지하던 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야당 정치인들이 불법 시위 선동에 앞장서는 것은 노·사간의 합의로 정상화 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비열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광고 문구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이 작성해 자유연합 대표에게 이메일로 보낸 후 문화일보에 게재됐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국정원은 보수·우파단체를 통한 여론 조성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의 인터넷 기자에게 무상급식 등 이슈에 대한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주며 취재를 요청했다”며 “(보수언론에) 광고를 준비하라는 원 전 원장 말에 따라 여론 조성 활동을 벌인 것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앞선 공판 과정에서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재보선과 총선·대선을 앞두고 여러 보수·극우단체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정부·여당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전방위로 움직였음이 드러났다. 국정원이 영향력이 큰 보수신문 의견광고에 주로 활용한 자유연합도 원 전 원장이 취임한 지난 2009년 설립된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직전인 2011년 8월20일에도 박씨는 ㄱ씨에게 “어디서 낯이 익은 전단이다. 회사에서 작업할 때 ‘투표 거부는 비겁한 행동’이란 표현을 강하게 못 해서 아쉬웠다”며 “첫 아스팔트 행산데 잘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당시 시사인 보도를 보면 검찰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던 2011년 7월31일 (국정원) 직원은 한 보수 학부모 단체에 ‘보내주신 전단지 문항과 피켓 문구를 진작 봤어야 되는데, 아직 인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다”며 “같은 해 8월1일에는 자유연합에 ‘(전단지) 만드느라 고생했다. 전단지 17만 부를 다른 보수단체와 협의해서 보내주고’라는 등 각 단체에 어느 정도의 전단지를 보내주라는 구체적인 지시 내용을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세계일보가 보도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에 등장하는 언론사도 ‘뉴스파인더’와 ‘독립신문’인 것으로 원 전 원장 결심공판 검찰 측 증거 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해당 문건에는 국정원이 보수진영이 운용할 수 있는 매체들을 전부 연계해 보수 여론을 총결집, 확산하기 위해 “뉴스○○○·○○신문·○○○미디어협회 등 온라인 보수진영 시스템 연동 및 역량 결집을 통해 SNS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 보수 언론 활용책이 기재돼 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보고서에는 이들 매체에 인터넷 칼럼이 5건이 게재됐다는 내용과 함께 트위터·4대 포털·다음 뉴스·아고라 등에서의 활동도 상세히 기재돼 있었다”며 “원 전 원장은 향후 대선과 총선이 예정된 2012년도 상황에서 2011년 재보선 패배 분석 후 젊은 층의 SNS상 언론 흐름에 잘 착안해 향후 총·대선에 보수가 승리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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