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토마스 크레취만, 광주의 아픔을 보다 [인터뷰]

한예지 기자 2017. 7. 2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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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크레취만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 상대의 입장에서 상처를 헤아려주는 것. 아픔을 함께 공감한다는 것만큼 가장 큰 위로가 또 있을까.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전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가 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은 그날의 고통을 마음으로 통감하며 작지만 큰 위안을 건넸다.

8월 2일 개봉될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 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렸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독일 공영방송의 아시아 특파원으로, 그날의 광주를 취재해 전세계에 5.18의 실상을 알린 실존인물 위르겐 힌츠페터를 모티브로 했다.

위르겐 힌츠페터는 우리 국민들에겐 목숨을 걸고 80년 광주의 실상을 세계에 알린 고마운 인물이기도 하다. 토마스 크레취만 또한 그런 위르겐 힌츠페터의 직업적 소명 이면엔 정의롭고 인간을 존중하는 인물이란 생각을 했다. 당시 그가 느꼈던 감정에 다가가기 위해 최대한 현장을 많이 둘러보고 직접 카메라로 촬영해보기도 하며 감정을 이입했던 그다. "중요한 주제인만큼 제가 알맞게 배역을 잘 소화했단 평가를 받고 싶다. 개인적으론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택시운전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위르겐 힌츠페터의 삶에 깊이 공감해 배역을 주저 없이 택했다. "대본을 읽고 너무 좋았다"는 그는 "장훈 감독을 집으로 초대해 독일 소시지를 접대했다. 다행히 잘 드셨다"고 넉살이었지만 당시 이틀 동안 장훈 감독과 앞으로 어떻게 연기하고, 이 작품을 어떻게 연출한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전까지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몰랐었단 그는 "이런 민주화 움직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놀라웠다. 장훈 감독에 많이 알려달라 했고 다큐멘터리 등을 보며 숙지를 했다"고 밝혔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영상자료는 바로 자신이 연기한 위르겐 힌츠페터가 촬영한 자료였다는 것.

이같은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는 건 토마스 크레취만에게도 복잡 미묘한 감정이 일게 했단다. 피터 역을 맡아 영광이었단 그는 "제가 맡은 배역을 늘 진지하게 연기하려 하지만,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의 책임감은 더 막중하다. 최대한 그의 삶을 잘 표출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물을 그대로 모방하려 하진 않았다. 위르겐 힌츠페터의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그에겐 배우로서 자유롭게 해석할 여지를 남겨줬다. "남겨진 자료에선 힌트를 얻었고 그의 체취를 맡으며 연기했다"는 그의 말이 운치 있다.

물론 배우로선 이런 역사 소재 영화를 참여하는 것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도 하단다. "영화를 촬영하는 것도 역사와 삶의 일부다. 역사물은 흥미로운 사건과 인물이 있어 더 재밌기도 하고, 많은 것을 습득하고 삶이 풍부해진다고 생각한다"는 토마스 크레취만이었다. 그에겐 철저히 이방인으로서 다른 나라의 낯선 역사를 접하는 것일 텐데도 '택시운전사'를 통해 또 한 번 자신을 깨우치게 됐단 답변도 꽤 인상 깊다.

사실 그는 동독 출신으로 스무 살 당시 네 개의 국경을 넘는 위험천만한 여정을 거쳐 서독으로 탈출한 과거가 있다. 분단국가의 아픔을 겪은 그였기에, 한국을 생각할 땐 남북 갈등과 국경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새롭게 알게 됐고 한국에 대한 역사적 관점에서 깊이 있는 이해가 생겼다고. "세상에 대해 배울수록 내가 많은 걸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며 "지금은 이 작품이 한국인들에 얼마나 중요한 지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이런 작품이 완성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아라 생각한다. 제 역할로 인해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만족한다"는 그의 포용력이 따스한 기운을 전해준다.

앞서 그는 여러 국가에서 연기를 해왔지만 한국의 영화 현장은 다이내믹했다며, 전혀 다른 언어를 가진 배우들이지만 함께 연기하는 것들이 따뜻하게 느껴졌고 동지의식을 느꼈다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춘 송강호에 대해선 "판타스틱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훌륭한 리듬이 있고, 그 리듬에 잘 적응하는 매우 유연한 배우였다고. 특히 가볍고 코믹한 연기를 하다 깊이 있는 감동 연기로 전환되는 지점이 놀라웠단다.

다만 촬영하는 동안 감정적 소모가 컸다며 제일 큰 이유를 언어장벽으로 꼽았다. 토마스 크레취만은 "어떤 일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계속 파악하고 이해하려는데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따뜻하게 받아줘 고마웠다. 다들 절 챙겨줘서 유치원생이 된 기분이었다. 죄송했다"고 전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세계 어디에서든 촬영할 수 있단 자부심도 있었고 피터와 만섭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안 되는 설정이니 '통역도 필요 없다. 알아서 잘 적응할 수 있다. 알아서 연기하며 맞추겠다'고 했는데 얼마나 큰 착각이었나 싶었다"며 넉살을 떠는 그에게서 친근함이 묻어난다.

기자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광주로 향했지만 어둡고 처절한 그곳의 단면을 목격한 뒤 피해자들의 절망에 공감했고, 그곳의 진실을 알리겠단 약속을 사력을 다해 지키는 위르겐 힌츠페터. 토마스 크레취만은 이 따스하고 정의로운 생명감을 지닌 인물로 '택시운전사'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그 또한 그날의 풍경과 인물에 깊이 공감하며 녹아든 까닭이다. 앞으로 그날의 광주, '푸른 눈의 목격자'를 떠올릴 땐 많은 이들에게 절로 그의 이미지가 연상될 터. 이에 대해 토마스 크레취만은 "이 영광은 다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기회를 누릴 수 있다면 전 정말 행운아"라고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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