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모아Zoom] 자의 반, 타의 반.. 농촌 생활을 꿈꾸다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심지우 2017. 7. 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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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제주도에 정착해 사는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모습이 최근 전파를 탔다. 이효리는 주변의 관심에서 물러나 느린 속도로 일상에 충실하게 살기 위해 귀촌을 택했다. 새 예능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에서는 이 부부가 직접 민박집을 운영하는 모습을 그렸다.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인 '주말엔 숲으로'는 연예인 3명이 귀농·귀촌한 30~40대 일반인과 자연에서의 삶을 즐긴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교양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에서는 도시를 피해 인적이 드문 산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방송 캡처

모두 비지상파 프로그램이지만 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시청자들은 각박하게 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왔을 전원생활, 프로그램 속 귀촌한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한다. 각박한 도시를 피해 여유롭게 살고 싶은 바람이 높은 관심을 끌어낸 것이다.

농촌으로 떠나는 사람들

6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귀농인은 2만559명, 귀촌인은 47만5489명으로 집계됐다. 귀농과 귀촌을 합해 지난해 농촌으로 간 인구는 49만6000명 규모다.

농촌으로 간 사람 대부분이 '귀촌' 가구로 집계됐는데, 귀촌가구는 같은 기간 1.6%(5099가구) 늘어난 총 32만2508가구로 조사됐다. 이 중 1인가구는 70%로 최대였고, 2인가구는 18.1%로 나타났다.

농사를 직업으로 삼아 내려가는 귀농가구는 1만2875가구로 1년 전보다 7.7% 증가했다. 귀농 가구원은 2만559명으로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왜 그들은 농촌으로 떠났나

아무리 귀농·귀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마냥 전원생활의 단꿈만을 꿔서 혹은 무작정 농사를 짓겠다는 일념으로 농촌으로 떠나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농촌행(行)을 결정한다.

통계청 집계 결과 귀농·귀촌인과 동반가구원 중 30대 이하 젊은 층이 50.1%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귀농 가구원의 25.8%(5307명), 귀촌인의 51.1%(24만3413명)가 30대 이하다.

청년 농부 송주희씨. /조선DB

이 같은 현상은 취업난, 고용불안 등으로 팍팍해진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귀촌 인구에 20~30대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원인을 농촌 취업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농산물 생산에서 가공, 서비스가 결합된 농업의 6차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고부가가치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젊은층의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해 귀농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40세 미만의 청년 농업인 500명에게 9∼12개월 동안 매달 10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 영농창업 촉진 지원금' 제도를 시행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전국 7곳에서 귀농·귀촌 주택 리츠(주택사업 특주목적법인) 시범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귀촌 전 거주지역은 주로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지역이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던 사람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읍·면·농촌에 이주했다는 것인데, 편의시설이 많음에도 귀촌을 택하는 이유는 높은 집값 등 각박한 생활 환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은 2년 새 22.2% 오르는 등 전세난이 극심했다. 이렇게 도시 주거비가 오르면서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촌으로 이주하는 귀촌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 전경 /조선일보DB

통계청 통계에는 허점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서울 등 수도권에서 주변 읍면 지역으로 이동해도 '귀촌'으로 잡힌다. 실제로 지난해 귀촌인이 많았던 상위 3개 시군인 대구 달성군, 경기 남양주시 화성시는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최근 대규모로 아파트가 들어선 곳이다. 농촌으로의 삶을 희망해서가 아니라, 도시의 생활 여건이 악화돼 등 떠밀리듯 귀촌한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농촌에서의 삶, 쉽지만은 않다

여러 가지 이유로 귀농·귀촌을 선택했지만, 농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역귀농'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2~2015년 귀농·귀촌한 1000가구 중 농촌 적응에 실패해 다시 돌아오거나 계획 중인 경우는 15.4%로 집계됐다. 민간 귀농단체들은 부적응한 역귀농자가 20~30% 정도 된다고 보고 있다.

역귀농·귀촌의 이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소득 부족'이다. 역귀농을 희망하는 귀농인의 37.8%가 '생활하기에 소득이 부족해서'라고 응답했고, 농업 노동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응답한 귀농인이 18%로 그 뒤를 이었다.

게다가 나머지 농촌을 떠날 생각이 없는 귀농·귀촌인도 모두 농촌 생활에 만족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낮은 소득, 일자리 부족, 생활환경의 불편 등의 불만족한 부분이 있지만 형편이 안 돼 농촌에 머무는 사람도 있다.

시골 마을에서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사이 다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원주민의 경우 땅과 집을 사서 불쑥 나타난 외지인이 마을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도시 깍쟁이 짓을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귀농·귀촌을 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은 원주민들 텃세 때문에 귀농·귀촌 생활이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평균 농촌 거주 기간이 약 42년인 시골 주민 94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귀농·귀촌인과 원주민 간 갈등 이유는 '농촌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29.3%)'이 가장 높았고 '마을 일이나 행사에 불참(21.0%)', '집·토지 문제 또는 재산권 침해(10.7%)', '도시 생활 방식을 유지(10.3%)' 등이 뒤를 이었다.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은 "같은 상황을 원주민은 '관심'으로, 귀농·귀촌인은 '참견'으로 보고 다투는 경우가 많다"며 "귀농·귀촌은 유학이나 이민 준비처럼 문화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준비한다면…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농촌 생활은 여전히 전원 생활에의 동경 등의 이유로 '로망'이기도 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지원하고 있다.

2009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귀농․귀촌 지원 법률 제정,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 도입 등 귀농․귀촌 지원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지만, 청년 후계 인력 유입과 귀농 귀촌인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 지원 및 지역민과의 융화 등에 있어 미흡했다는 평을 받았다.

귀농·귀촌인이 이주 초기에 영농기술과 일자리와 소득, 주거 부족 등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에 착안해 청년층의 농업 창업 지원 등 귀농가구의 소득 향상과 귀농귀촌 저변확대를 위해 종합계획도 내놨다.

지자체별로 귀농 지원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나와 맞는 지원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귀농자가 가장 많은 광역지자체'인 경상북도 상주시는 귀농 혜택이 가장 다양한 편이다. 상주시는 12년 누적 귀농가구 수(1275가구)가 경북 다른 지역 평균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상주시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귀농 전원마을'을 도입했는데, 귀농 전원마을은 귀농인들이 스스로 마을을 조성하는 개념으로, 상주시는 귀농인들이 마을을 조성하기를 원하면 다양한 도움을 준다.

■ 참고 사이트

귀농귀촌종합센터(http://www.returnf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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