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문건 쓴 검사 "삼성 파악하라 지시에 언론 보고 작성"

장은지 기자 2017. 7.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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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이나 대통령 독대 사실 몰랐다"
"민정팀 문건이 사정팀 캐비닛에서? 이유 몰라"
지난 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기록물들을 국정기록비서관실 관계자가 14일 오후 청와대 민원실에서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에게 이관하고 있다. (청와대) 2017.7.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일명 '청와대 문건'의 작성자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이영상 검사(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지시로 작성한 일명 '삼성 리포트'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쓴 것으로 국가경제 관련 리서치 차원이었다"고 증언했다.

삼성을 도우라는 지시도 받지 못했으며, 언론 보도를 보고 작성한 메모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어 "정부에서 삼성에 어떠한 도움을 주더라도 당연히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검토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쟁점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메모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전 행정관은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사실도 당시에 몰랐다"고 증언했다. 또한 "제 기억으로는 그 당시에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4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사정팀 캐비닛에서 발견한 청와대 문건의 사본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A4용지 2장 분량이 이 전 행정관이 작성한 자필 메모다.

메모 작성자인 이 전 행정관은 당시 민정수석실 민정팀에서 주요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수렴 업무를 담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봐라'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청와대 행정관들과 언론 기사 등을 참고해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후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대한 언론보도가 많아 자연스럽게 관련 메모를 작성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행정관은 2014년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고, 지시를 받은 2014년 9월 당시 민정비서관은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

이날 증거로 제시된 이 전 행정관의 자필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1. 우리 경제 절대적 영향력 2. 유고 장기화 삼성 경영권 승계 가시화 국면 3. 경제 실질적 기회 확인'이라 적혀있다. 또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도와줄 거 도우면서 삼성이 국가경제 기여 방안 모색' '삼성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등의 내용이 쓰여 있다.

'규제개혁 국민연금 지원 순방단 포함 조치' '당면 과제 해결은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구체적 요망 파악' 등 정부의 역할에 대한 내용도 적혔다.

또한 '지금은 삼성의 골든 타임. 삼성전자 구조조정. 껍데기만 있고 내실 약한 사업 정리. 성공하면 이재용의 첫 작품으로 부각 실패하면 이건희의 유산으로 정리. 전자 구조조정 설. 삼성 신제품 발표. 삼성은 개인이 몇십조 자금으로 지배하고 경영할 수 있는 사이즈 넘어섰음. 외국인 투자자 국민연금. 경영성과 내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 불가능. 대내외적으로 그룹 통치할 수 있는 경영 능력 인정받아야' 등이 적혀있다.

흘려쓴 글씨가 많아 이 전 행정관 본인도 알아보지 못하겠다고 하는 대목도 있었다. 이 전 행정관은 "당시 언론에서 확인한 내용을 반영해서 리서치한 메모들"이라며 "삼성에 접촉해서 구체적 요망사항을 파악한 것이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이어 "삼성 보고서를 작성할 때 행정관들이 독자적인 의견을 갖는 것이 아니고 리서치를 할 때 기고나 전문적인 자료를 검토한다"면서 "그것들이 종합적으로 의견 형태로 (반영)된 것 같다"고 증언했다.

다만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검토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닌가"라는 특검의 질문에 "지금 기억으로 삼성에 관해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고 그 이상은 기억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넷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 문건. 2017.7.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삼성 검토…민정팀 문건이 사정팀 캐비닛에서 발견된 이유는 몰라"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이슈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논의된 적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행정관은 "당시는 이번에 문제된 삼성물산 합병이 논의될 시점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삼성그룹 지배 계열사의 어떤 사안에 대해 어느 수준으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은 본인이 작성한 자필메모 2장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특검이 자필메모 2장과 같은 클리어파일 안에 들어있다고 한 '중간금융지주회사 관련 업계 면담 결과 보고'나 '지주회사 제도개선 보고서' 등에 대해서는 "방금 보여주신 문건에 대해서는 처음 본 것으로 기억하고 내용도 바로 이해를 못하겠다"며 "제가 쓴 메모와 이 서류들이 어떻게 발견된 것인지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자필메모와 함께 있는 이메일 출력물에 제 이름이 있다"며 "다만 나머지 자료들에 대해서는 시일이 지나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메모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체로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민정팀 소속인 이 전 행정관의 메모가 왜 사정팀 캐비닛에서 발견됐는지에 대해서도 "그부분은 제가 알 수 없고 떠나온 뒤 캐비닛이 어떻게 보관됐는지는 알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 전 행정관은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언론에서 많이 보도된 이건희 회장 와병에 따른 경영권 승계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승계를 도와주라는 과제를 받고 보고서를 작성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삼성에 어떤 도움을 주더라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 안에서 검토했다는 것인가'라는 삼성 측 질문에 "그렇다"며 "삼성이 흔들려서 국가경제가 흔들리면 안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검토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측과 접촉하거나 이후 대통령 등 윗선으로부터 삼성 관련 후속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증언도 수차례 나왔다. 이 전 행정관은 "삼성 측과 접촉한 적도 없고 다른 행정관들이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며 "이후 윗선으로부터 삼성 관련 후속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청와대의 발표 이후 '청와대 문건'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지만 문건 작성자에 대한 증인신문은 2시간만에 싱겁게 끝이 났다. 증인은 현직 검사답게 정제된 표현으로 방어적으로 증언해 재판부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고 지시를 해서 작성했다는 것인데 이를 민정팀에서 작성할 성격의 문건인가"라고 질문하자 이 전 행정관은 "국가 정책이나 국가 경제와 관련 있을 수 있고 언론에서 현안되는 사안이면 여론수렴이나 전문가 의견 청취, 자체 리서치 차원에서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검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의 현안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정부 지원 의도 역시 갖고 있었음을 오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일명 '삼성 리포트'의 결론은 삼성의 대규모 투자결정을 유도하고 삼성의 기여를 통해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으로 결국 삼성에 대한 지원도 합법적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에 관심을 갖고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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