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이 결정타' 나라 떠나는 기업들

2017. 7. 26. 03: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섬유산업의 대표 기업 경방이 광주공장의 생산설비 절반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방은 일제 강점기 민족 자본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1호이자 한국 자본주의사(史)에서 상징성이 큰 기업이다. 얼마 전 전방도 국내 6개 사업장 중 3곳을 폐쇄하기로 했었다. 한계 상황에 몰린 섬유산업이 최저임금 인상을 신호탄으로 급격히 무너지는 양상이다.

두 업체가 사업 축소·이전에 나선 근본 원인은 한국 섬유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경영난 때문이다. 저부가가치형 섬유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마지막 일격을 가한 결과가 됐다. 경방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최대 10%로 예상했으나 그보다 훨씬 높은 16.4%로 결정되면서 감내할 한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정부의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100년 기업을 밖으로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임금 인상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점은 무수히 예고됐던 사실이다. 일자리를 없애고 기업의 해외 탈출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 결국 현실이 됐다. 섬유산업뿐 아니다.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3278곳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에다 법정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이들 상당수가 인력 감축이나 사업 포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근로자를 위한다는 친노동 정책이 도리어 근로자에게 해가 되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

새 정부는 출범 두 달 새 이중, 삼중으로 기업들에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을 쏟아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이어 대기업 법인세 인상 카드도 꺼냈다. 세금과 전기료는 더 거둬가겠다면서도 근로자 임금은 대폭 올려주라고 한다. 투자와 고용 여력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펴면서 기업들에는 투자·고용을 늘리라는 말이 안 되는 주문을 하고 있다. 온갖 명분으로 기업에 손을 내밀면서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나 규제 혁파엔 아예 눈을 감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