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규제 묶여있을 때.. 中은 드론, 日은 무인택시 기술 질주

선전/신동흔 기자 2017. 7. 26.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이미 현실이 된 미래] [3] 한발 먼저 움직이는 중국·일본
- 中, 세계 드론 시장 80% 장악
1인 비행선·열기구형 비행체.. 우주 관광까지 사업 추진
- 日은 무인 택시 첫 상용화 박차
"완전 무인차의 도로 주행, 연내 세계 최초로 성공할 것"

5월 12일 오후 중국 선전(深圳)시 룽강(龍崗)구 갤럭시빌딩에 있는 드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링항드론(LHUAS) 사무실. 한 직원이 조종기 버튼을 누르자 공중에 떠 있던 검은색 드론에서 그물이 발사됐다. 드론 아래쪽에 달린 야구공 모양의 넷건(Net-Gun)에서 나온 그물은 정확하게 목표물에 날아가 펼쳐졌다. 이 드론은 확성기와 녹화·감시 장비, 추적 기능을 탑재한 경찰 보조용 드론이다. 현재 중국 주요 도시 경찰국에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의 청보(程波) 디자인실장은 "스마트폰처럼 앱(부가 장치)을 바꿔가며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상업용 드론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드론을 어디에 쓸지 상상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다장창신(DJI)과 이항(Ehang) 등 중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이후 최고의 혁신 제품으로 꼽히는 드론 시장의 80% 이상을 이미 장악했다. 드론의 원조 격인 미국 3D로보틱스가 자국 내의 까다로운 항공 규제로 인해 주춤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해버렸다. 중국의 실리콘 밸리인 선전에만 300개 넘는 드론 기업이 생겨났고 무인기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 관광에 도전하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짝퉁(copycat)을 만들던 중국이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했다"며 "이제는 실리콘 밸리가 중국을 모방할 정도"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도 올해 4월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을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도록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무인 택시 상용화, 의료용 보조 로봇과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규제 장벽을 대폭 낮추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런 분야에서 여전히 규제에 얽매여 있는 동안, 일본은 자국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 기술이 가장 먼저 구현되는 테스트베드(testbed·시험 무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드론 넘어 우주 관광까지 시도하는 중국

5월 10일 오후 선전의 IT(정보기술) 특구인 난산(南山)구 광치(光啓) 그룹에서는 방문객들이 가상현실(VR) 마스크를 쓰고 1인용 비행선 '마틴 제트팩'을 체험하고 있었다. 2015년 12월 선전의 유명 관광지 OCT베이 수면 5m 상공에서 회전과 정지 비행 등을 선보였던 슈트형 1인 비행선이다. 샤오청신(肖承鑫) 매니저는 "당시 5분에서 현재 30분 이상으로 체공 시간이 길어졌다"며 "주요 대도시 소방당국에 20대 이상 판매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우주로 영역을 넓혀 작은 열기구형 비행체를 20㎞ 상공에 띄워 올리는 우주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신장사막에서 시험 비행도 마쳤다. 옥스퍼드와 듀크대 박사 출신 젊은이 5명이 2010년 5월 창업한 이 회사는 이 같은 혁신을 바탕으로 불과 7년 만에 직원 2600명 규모로 성장했다. 창업자 중 한 명인 류뤄펑(劉若鵬) CEO는 "미국에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있다면 중국엔 광치가 있다"며 "앞으로 변화는 인터넷이 아니라 드론과 우주 등 다른 곳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 택시·치료 로봇·비트코인… 일본, 빠른 규제 철폐로 주도권

지난 5월 23일 일본 도쿄만(灣) 인근의 4차선 도로. 도요타자동차 '에스티마'를 개조한 자율 주행차가 시속 60㎞로 달리고 있었다. 옆에는 트럭이 '쌩쌩' 소리를 내며 추월해 앞서갔다. 이 길은 항만에서 하네다 국제공항으로 이어져 화물 트럭이 꽤 많다. 자율 주행차 운전석의 연구원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주변 상황을 보며 태블릿PC로 각종 데이터를 점검하고 있었다. 일본 로봇 기업 ZMP가 일본 택시 회사와 함께 하네다공항~도쿄 시내를 잇는 무인(無人) 택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다니구치 히사시(谷口恒) 대표는 "미국·유럽의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차를 선보였지만, 아직 사람이 운전석에 없는 진짜 무인 운전은 못 하고 있다"며 "연내 세계 최초로 완전 무인차의 도로 주행에 성공하고 2020년 무인 택시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지 않는 무인 택시가 곧 현실로 - 일본의 자율 주행차 기술 기업 ZMP의 다니구치 히사시 대표가 자사의 무인 택시 ‘로보카’ 앞좌석에 앉아 있다. 이 회사는 2020년에 세계 최초로 운전석에 사람이 앉지 않는 완전 무인 택시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도쿄=성호철 기자

비트코인은 일본에서 이미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7월 24일 일본 도쿄 나카노(中野)구의 비트코인(가상 화폐) 환전소. 40대 한 남성이 현금입출금기(ATM)처럼 생긴 비트코인 환전기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계좌 앱을 실행했다. 스마트폰을 환전기에 대자 화면에 비트코인 잔액이 떴다. 이 남성은 이날 3비트코인을 현금 90만9000엔(약 910만원)으로 인출했다. 일본에는 이런 환전소가 4000여 곳 있다. 박희재 서울대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지난 20년간 이어온 디지털 시대에 한국에 밀렸던 중국과 일본이 규제 개혁을 앞세워 4차 산업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