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선향 교사의 '아하,클래식']최고의 독주악기 '피아노', 400년 전엔 없었어요

2017. 7.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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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비코드-하프시코드와 피아노

[동아일보]

토비 에드워드 로즌솔이 그린 바흐 가족(1870년).
○ 피아노학원 다녀본 사람?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들이나 부모님들께 “서양 악기를 배워본 적이 있다면 그 악기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어떤 악기가 가장 많이 나올까요? 아마도 ‘피아노’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장 여러분이 첼로나 클라리넷 같은 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는지 수소문을 해 시간을 들여 알아봐야 하겠죠. 하지만 피아노는 굳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자신의 집 주변 10분 거리 내에 교습학원이 한 곳 이상은 있을 것입니다. 피아노는 그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아파트 같은 대단위 주거단지가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생기는 것이 피아노학원, 태권도학원일 정도로 어린이 예체능 분야에 교육열이 높습니다. 요즘은 전공자가 아닌 어린 학생들도 개인 레슨을 받을 정도로 피아노 교습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사실 피아노는 방 한쪽을 다 차지할 만큼 부피가 큰 데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악기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악기를 배운다’고 하면 피아노부터 떠올리게 됐을까요? 우선 피아노가 대표 악기로 자리 잡은 것은 초보자라도 정확한 음높이를 연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화성(harmony)과 선율(melody)을 동시에 다룰 수 있어 음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음악의 중요한 요소를 직접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악기입니다. 작곡가나 지휘자 중에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보더라도 피아노가 얼마나 음악가에게 필수적인 악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 피아노 이전의 건반악기

하지만 피아노의 역사는 서양의 다른 악기에 비해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바로크 시대, 즉 바흐와 헨델이 활동하던,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쯤에는 피아노 대신 클라비코드(clavichord)라고 불리는 건반악기가 있었습니다. 나무로 된 건반(key)을 누르면 건반에 연결된 탄젠트(tangent)라고 하는 작은 놋쇠가 ‘현의 위쪽을 살짝 건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이 탄젠트가 줄을 건드린 이후에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줄에 붙어 계속 진동시킴으로써 소리가 지속됩니다.

이렇게 지속가능한 소리로 인해 연주자는 건반 위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현악기에서나 가능한 비브라토(vibrato·떨림 주법)를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또 미약하게나마 점점 세게(cresc.)와 점점 여리게(dim. decresc.)가 가능한 악기여서 바흐가 굉장히 사랑한 악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림 1〉 클라비코드
클라비코드는 영롱하고 맑은 소리를 내지만, 소박하고 간결하게 생긴 겉모습처럼 작은 방에 모여 악기 소리에 집중해야 잘 들릴 정도로 소리가 작은 악기였습니다. 자연히 다른 악기들과 함께 연주하다 보면 소리가 묻히기 일쑤였죠.<그림 1>

같은 시기 프랑스, 영국에서는 하프시코드(harpsichord)라는 화려한 건반악기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독일에서는 같은 악기를 쳄발로(cembalo), 프랑스에서는 클라브생(clavecin)이라고 불렀어요.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누르면 건반에 연결된 새의 날개깃이나 가죽으로 만든 쐐기 모양의 채가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림 2〉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에 비해 음량이 크고 생김새가 화려했기에 바로크 시대 궁정이나 귀족들의 거실에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한 건반악기였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셈여림의 차이를 내는 것이 불가능했고, 현을 뜯어 소리를 내기에 음을 길게 지속시킬 수 없었습니다.<그림 2>

  ○ 피아노의 탄생

그 당시 이탈리아의 하프시코드 제작자였던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1655∼1731)는 줄을 뜯는 대신 해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새로운 건반악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악기에 ‘작은 소리와 큰 소리를 내는 큰 하프시코드(그라비쳄발로 콜 피아노 에 포르테·gravicembalo col piano e forte)’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림 3〉 크리스토포리가 만든 피아노
그러다가 간단하게 ‘피아노 포르테’, 이를 더 줄여서 ‘피아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피아노는 연주자가 어떤 압력으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크고 작은 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악기입니다.<그림 3>

하지만 처음부터 작곡가들로부터 인정받은 악기는 아닙니다. 당시 사람들은 피아노라는 악기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피아노 개발에 많은 돈을 쏟아부은 크리스토포리는 파산을 면하기 위해 다시 쳄발로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쳐 목재 프레임 대신 철재 프레임을 사용하고, 5옥타브였던 음역을 7옥타브 반으로 늘렸으며, 소리를 지속할 수 있는 지속페달이 생기면서 피아노는 놀라운 표현력을 지닌 악기가 되었습니다. 베토벤, 쇼팽, 리스트 등 많은 작곡가가 피아노를 위한 곡을 만들고, 큰 연주회장에서 피아노곡이 연주되면서 당당히 ‘악기의 왕’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다른 건반악기와 비교해 피아노의 가장 큰 장점은 건반을 누르는 힘으로 셈여림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강약의 폭은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을 제외하고 악기 중 가장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합니다. 다양한 음색과 소리 변화는 물론이고 선율과 화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피아노는 어떤 음악도 연주할 수 있는 최고의 독주 악기이자, 어떤 악기와도 잘 어울려 반주나 합주 등 다양한 연주 형태가 가능한 클래식계의 대표 악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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