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 침팬지 어머니, 진화론 아버지의 길 걸으면서 '겸허한 마음' 느껴보세요

신진호 2017. 7. 26.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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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국립생태원 '생태학자의 길'
구달 박사가 동물 초대해 교감했던
탐험로 모습 테마로 1km 길에 재현
다윈 '종의 기원' 설명한 조형물도
『월든』 저자 소로의 길도 조성 계획
지난 14일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직원들이 ‘제인 구달 길’을 걷고 있다. 생태원은 구달의 생명 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4년 11월 길을 조성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2일은 자연주의 철학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1871~1862)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미국 대학생들의 필독서인 수상집 『월든(Walden)』의 저자인 그는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남쪽의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2개월간 홀로 산 체험을 책으로 기록했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립생태원이 ‘소로(Thoreau)의 길’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 가면 두 개의 ‘생태학자의 길’이 조성돼 있다. ‘제인 구달 길’과 ‘다윈-그랜트 부부 길’이다. 세계적 생태학자인 이들의 업적을 기념해 2014년과 2015년 당시 국립생태원 원장이던 최재천(63)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만들었다.

제인 구달
생태 중시 철학을 사색해 볼 수 있는 이색 체험이 가능한 길들이다. 제인 구달(Jane Goodall·83·여)은 영국 출신으로 아프리카에서 머물며 침팬지 연구에 평생을 바친 여성 동물학자다. 그랜트(Grant·피터와 로즈메리) 부부는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을 잇는 세계적 진화생물학자다. 1973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6개월씩 에콰도르 갈라파고스군도에서 40년 넘게 핀치새를 연구했다.

지난 14일 기자가 직접 두 개의 길을 모두 걸어봤다. 생태원 본관에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왼편으로 ‘제인 구달 길’이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1㎞의 길은 10개의 작은 테마로 이뤄졌다. 구달 박사의 아프리카 방문부터 동물을 찾아 나서는 과정, 동물을 초대하고 교감하는 과정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야트막한 오르막을 따라 200m가량 올라가자 탐험가용 텐트와 캠핑장비가 나왔다. 구달 박사가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며 지냈던 텐트를 재현했다.

구달 박사는 26세이던 60년 탄자니아 곰베 침팬지 보호구역으로 들어가 40년 넘도록 연구와 관찰에 몰두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실천한 구달 박사의 모습이 연상됐다. 구달 박사는 ‘인간이 아닌 동물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국립생태원 야외식물부 이희천 부장은 “평범한 여성이 침팬지와의 교감을 통해 위대한 인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이 길에 담겨 있다”며 “이곳에서 그의 생명 사랑 정신을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랜트 부부
본관 아래쪽 찔레동산에는 ‘다윈-그랜트 부부 길’이 조성돼 있다. 2015년 11월 24일 만든 2.2㎞의 길로 천천히 걸으면 1시간가량 걸린다. 출발점에서 1㎞쯤 걸어가면 다윈, 그랜트 갈림길이 나온다. 가파른 경사의 다윈, 완만한 경사의 그랜트 부부 길을 선택해야 한다.

다윈 길에는 ‘종의 기원’ 등 다양한 과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랜트 길에는 이 부부가 갈라파고스에서 생활하며 핀치새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는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그랜트 부부의 현장 연구는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진화에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출구에 설치된 조형물에는 최재천 이대 석좌교수가 국립생태원장 시절에 남긴 메시지가 새겨져 있다. 최 교수는 ‘다윈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다윈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우리 인간을 한없이 겸허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썼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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