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오판 땐 사회적 낭비" vs "탈원전 사회적 토론 기회"

이승호 입력 2017. 7. 26. 01:44 수정 2017. 7. 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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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배심원단 결정, 책임 논란 소지
국산 기술 한국 원전, 싸고 안전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신재생에너지, 경제성에 의문
당분간 원전·석탄발전 유지해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인구 밀집 부산·울산에 원전 몰려
신고리 5·6호기 폐쇄, 비용 덜 들어
김종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원전은 40년 뒤 폐로 비용 더 들어
에너지 정책 환경·안전성 고려를

━ 전문가들이 보는 공론화위·배심원단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 영구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24일 출범했다. 본지는 공론조사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공론조사가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정책을 돌아볼 기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좌담회엔 김종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나다순)가 참석했다.

탈원전 정책 좌담회 참석자들이 공론조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정범진 경희대 교수, 서균렬 서울대 교수,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김종달 경북대 교수. [최승식 기자]

Q : 정부는 공론조사 결과를 따른다고 한다.

A : ▶서균렬 교수(이하 서):시민배심원단이 사실상 행정 집행력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 걱정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이 설정된 상황에서 자칫 졸속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회나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김종달 교수(이하 김):행정적 논란이 있을 순 있다. 그래도 이번 조사는 에너지 정책을 되돌아본다는 의미가 있다. 3개월로 기한을 한정하지 말고 충분히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범진 교수(이하 정):시민배심원단이 오판하면 사회적 낭비가 클 수 있다. 시민배심원단이 결정해도 향후 법적 책임의 소지가 있다. 공론조사의 범위, 배심원단 결정의 한계성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최종적으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법률 제정 등을 통해 실행에 나서야 한다.

▶양이원영 처장(이하 양이):공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따르는 건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없다. 공론조사는 보통 권고 성격을 띤다. 최종 결정은 정부나 의회가 한다. 독일도 오랜 논의를 거쳐 탈원전 방침을 정치권이 결정했다. 정부가 공론조사 결과를 따른다면 시민배심원단 중 과반 또는 3분의 2를 넘어야 결론이 정해진다는 등 규칙을 세밀하게 정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 좌담회가 24일 중앙일보사에서 전문가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은 김종달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최승식 기자

Q : 정부는 시민배심원단 결정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한정한다고 했다.

A : ▶양이:신고리 원전 5, 6호기만 공론조사로 결정하는 게 정부는 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탈원전 방침이 5년짜리 단기 정책이 될 수 있다. 공론조사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을 논하는 기회여야 한다.

▶정:탈원전을 대통령이 이미 선언하지 않았나.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해서만 공론조사를 한다는 건 꼼수다.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라면 탈원전 자체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김:원전은 국민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논의가 전문가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충분히 자료를 제공해 시민이 직접 결정하는 시도는 의미 있다.

▶서:공론조사로 그동안 난립됐던 탈원전 찬성과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한 근거자료를 총망라해 정리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탈원전 정책좌담회가 24일 중앙일보사에서 전문가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은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최승식 기자

Q :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영구중단하면 2조6000억원의 매몰 비용이 든다는데.

A : ▶양이:신고리 원전 5, 6호기가 건설되는 부산·울산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다. 이런 지역에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가장 많다.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9월에 경주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재검토해야 한다. 그나마 신고리 원전 5, 6호기는 건설 중인 원전 중 공정률이 가장 낮아 비용이 덜 들 것이다.

▶서:2조6000억원도 정부 추정치다. 더 많은 비용이 들 거란 예상도 많다. 지난 정부에서 적법하게 결정한 것을 다음 정부가 뒤집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무시 못한다. LNG 수입 비용 증가도 생각해야 한다. 원전을 줄이면 모자란 전력은 액화천연가스(LNG)로 채워야 한다.
탈원전 정책 좌담회가 24일 중앙일보사에서 전문가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은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최승식 기자

Q :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거란 불안감도 있다.

A : ▶김:2030년까지 수명이 다 되는 원전은 11기다. 원전을 더 안 지으면 이들 원전의 전력생산분을 상당 부분 LNG가 부담해 전기요금은 단기간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요금이 줄어든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0년대 초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전의 발전비용이 더 비싸진다고 전망했다. 원전은 40년 뒤 가동을 중단하면 폐로 비용이 더 든다.

▶양이:원자력엔 현재 발전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이 없다. 그외에도 각종 지원을 받아 원자력 발전 단가가 싸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에도 원전만큼의 정책적 지원을 하면 발전 단가가 줄어들 수 있다.

▶서:신재생에너지는 기상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의 변동성이 크고 경제성에 의문이 있다. 부족한 부분은 다른 발전원이 예비전력을 구성해야 한다. 만일 LNG에만 의존하면 수입가격에 따라 전기요금이 요동칠 것이다. 그때까지 원전과 석탄 발전도 유지해야 한다. 탈원전을 하는 독일도 석탄발전을 하고 있다.

▶정:나라마다 전기 요금은 다르다. 부존자원과 기술력에 차이가 있어서다. 영국은 다른 국가가 원전을 지어주기 때문에 발전단가가 비싸지만 한국은 국산 기술이라 싸고 안전하다. 원전 비중을 줄이면 해외에서 에너지 원료를 더 사와야 해 전기요금이 올라간다.
탈원전 정책 좌담회가 24일 중앙일보사에서 전문가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은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최승식 기자

Q : 앞으로 에너지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A : ▶정: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싸고 안정적인 전기의 공급이다. 지금 논의는 목적과 수단이 바뀌었다. 전기자동차와 4차산업이 활성화하면 전력 수요가 폭증한다.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없어 비중을 당장 늘릴 수 없다.

▶김:그동안 에너지 정책은 정부가 방침을 세우면 그대로 정해졌다. 이제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대해 전 국민이 논의할 때다. 이게 더 중요한 목적이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를 영구중단해도 에너지 수급에 큰 문제를 줄 정도는 아니다. 이제는 에너지에서 경제성이 아닌 환경·안전성도 고려하자. 정리=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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