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 횡행했던 코펜하겐 뇌레브로, 공원 만든 뒤 가족 놀이터로

이기준 2017. 7. 2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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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예술가 집단에 설계 맡겨
이민자 고향 연관된 조형물 설치
타 지역 주민도 찾는 명소로 변신
━ 다시 일어서는 발트해 연안도시들 <상> 해운 거점서 인재 거점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뇌레브로 지구의 수퍼킬렌 공원에서 주민 야콥(34)과 앤루이즈(34) 부부가 자녀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범지대였던 이곳은 공원이 들어서면서 나들이 공간으로 변모했다. [최승식 기자]
덴마크 코펜하겐의 북쪽 외곽에 위치한 뇌레브로 지구는 최근 코펜하겐에서 가장 뜨는 지역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주말마다 공연과 전시회를 여는 이곳은 유럽의 각종 가이드북에서 가장 ‘힙’한 장소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이 지구의 예거스보르가데는 150m 남짓한 작은 거리지만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디자인숍과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한 개를 받은 음식점 렐레(relæ) 등 타 지역 주민들도 즐겨 찾는 명소로 가득하다.

뇌레브로는 한때 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범죄율 높은 빈민가였다. 1993년 덴마크가 유럽연합(EU) 가입을 결정했을 때 격렬한 폭동이 일어나 1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각종 사고로 악명이 높았다. 지금도 주민 6명 중 1명은 외국 여권을 가진 다문화 지구다. 쇠락한 도시의 재활엔 이민자 등 외부 인력의 융화가 절대적인 경우가 많다. 뇌레브로의 재개발 성공이 그런 사례다.

코펜하겐시는 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었던 뇌레브로 지구의 공터들을 다양한 배경의 주민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화합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덴마크의 예술가 집단 수퍼플렉스가 설계를 맡은 수퍼킬렌 공원이다. 750m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 공터에 다문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배치하고 색깔을 입혔다.

수퍼플렉스는 이곳 공원에 카타르와 러시아에서 들여온 네온사인, 모로코 양식으로 만들어진 분수, 스페인을 상징하는 황소상 등 뇌레브로 거주민들의 고향 지역과 연관된 조형물들을 들여놓았다.

기자가 찾은 수퍼킬렌 공원엔 히잡을 쓴 여성들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나온 백인 부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화창한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이 공원에서 만난 코펜하겐 거주 덴마크인 야콥(34)은 “뇌레브로에 살진 않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온다”며 “아이들에게 코펜하겐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펜하겐시 측은 “수퍼킬렌 공원은 지역 주민들의 다양성을 지지하기 위한 장소”라며 “어떤 조형물을 설치할지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거주자들을 심층 인터뷰했다”고 설명했다.

코펜하겐=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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