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혈된 눈으로 나타난 김동연, "목숨 거는 마음으로 하자"는 말에..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오른쪽 눈이 결막염으로 인해 심하게 충혈돼 있다(왼쪽). 오른쪽은 전날 오전 수마 차크라바티 EBRD 총재와 만날 때 모습. [연합뉴스]

누적된 업무로 피로가 쌓인 듯 결막염에 걸려 충혈된 눈과 부르튼 입술로 카메라에 포착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안 보인다'는 보도에 대해 해명했다.

김 부총리는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 참석했는데 그의 오른쪽 눈은 결막염으로 인해 심하게 충혈됐고 왼쪽 입술은 부르터있었다.

앞서 이날 열린 국무회의 말미에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하는 국무회의가 되도록 하자"면서 "자신의 소관 분야가 아니어서 잘 모르는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말고 토론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이낙연 총리는 "최근 '경제부총리가 안 보인다'거나 '책임총리가 없다'는 등의 보도가 있던데,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자유롭게 토론하자고 말씀하셨는데, 한비자의 세난편에 보면 '정곡을 찌르면 목숨을 지키기 어렵고, 정곡에서 벗어나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고 고전을 인용했다.

이 총리가 "앞으로 목숨이나 자리 중 하나 는 거는 마음으로 하자"며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잘 보이도록 하는 것이 결국은 대통령님께 도움이 되는 일이다"라고 이야기하자 회의 석상에서는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책임총리가 없다'는 자신을 비판하는 보도를 예로 들며 목숨 거는 자세로 대통령과 회의 석상에서 정곡을 찌르는 '쓴소리'도 서슴없이 해 잘 보이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되도록 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오른쪽 눈이 결막염으로 인해 충혈돼 있다.[연합뉴스]

이에 김 부총리는 "지난번 국가재정전략회의 후에 그런(경제부총리가 안 보인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제가 그날 '재정운용방향' 등 발언도 많이 하고 토론에서도 일일이 말씀드려 오히려 발언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자제했는데 그렇게 알려져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보고가 예정되어 있으니 어차피 말을 많이 하게 되어 있다"고 말해 또한번 참석자들이 웃었다.

문 대통령은 또 활발한 회의를 주문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하나씩 준비해 오셨는데 재미 없을 때도 있었다"고 이야기해 분위기를 띄웠다.

"우리 중에서도 누가 준비하면 어떻겠나"라는 문 대통령 제안에 장하성 정책실장이 나섰다고 한다.

장 정책실장은 "휴가 중인데도 회의에 나온 김수현 사회수석과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당장 이 자리에서 나가라"고 말해 또 웃음이 터졌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