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망고식스 키운 토종 커피왕, 끝은 쓰디썼다

장주영 2017. 7. 2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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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KH컴퍼니 대표 원룸서 숨져
할리스·카페베네 신화 일궜지만
망고식스·쥬스식스 등 무리한 확장
적자 쌓여 이달 기업회생절차 신청
가맹점주 320여 명 혼란 커질 듯
할리스·망고식스를 키운 고 강훈 대표. [중앙포토]
‘커피왕’의 성공은 짧았고, 퇴장은 쓸쓸했다. 그의 도전무대는 국내와 해외를 넘나들 정도로 광활했지만 성공신화의 마침표를 찍은 곳은 작은 원룸 화장실이었다. 25일 커피 업계와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커피왕’으로 불린 강훈(49) KH컴퍼니 대표가 전날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이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별명에 걸맞게 강 대표가 커피 업계에 남긴 족적은 크고 깊다. 그가 커피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7년. 신세계 공채 1기(1992년)로 입사해 스타벅스 한국 론칭 태스크포스(TF) 멤버로 참여하면서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스타벅스 론칭이 연기되면서 사표를 쓰고 나와 토종 커피전문점 1호인 할리스커피를 김도균 현 탐앤탐스 대표와 공동으로 창업했다가 2003년 할리스커피를 매각했다.

2008년엔 카페베네로 커피 업계에 복귀해 카페베네의 500호점 돌파 등에 일조했다. 이후 2010년 자신의 이름을 딴 KH 컴퍼니를 세우고 이듬해에는 망고주스를 대표 상품으로 한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를 선보였다. 그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커피시장이 앞으로 더 커지겠지만 그와 동시에 커피와는 다른 것을 찾는 트렌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망고식스 사업을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강 대표는 “망고식스는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브랜드”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연이은 성공 신화에 만족하지 않고 해외 시장 개척에 도전하겠다는 포부였다. 망고식스는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2012년 인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 촬영 장소로 등장하면서 한류 바람을 타고 인지도를 높였다.

망고식스는 출시 2년 만에 가맹점 130여 개, 연 매출 48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항했다. 지난해 4월에는 ‘커피식스’ ‘쥬스식스’ 등을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하며 사세 확장에 나섰다. 이런 놀라운 성장세에 업계에서는 확장 속도가 너무 빨라 내실을 다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묻혔다. 강 대표는 2015년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는 책을 내면서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망고식스는 초기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가맹점 이탈과 수익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금난을 겪던 강 대표는 이달 중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했다. KH컴퍼니는 2015년 매출 194억원에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05억원으로 급락했고, 영업손실도 11억원으로 늘어났다.

업계는 강 대표가 ‘새로운 도전’과 ‘해외 시장’이라는 화두에 지나치게 집착한 것이 무리한 확장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하나를 성공하면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제한적인 해외 진출도 겉으로 볼 때는 화려해 보이고 가맹사업자를 모으는 데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수익 개선에는 큰 도움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의 죽음으로 당장 망고식스의 운명은 불투명해졌다. 25일 예정된 서울회생법원의 기업회생 신청 심문기일도 연기된 상태다. 당사자인 강 대표가 숨지면서 심문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구체적인 일정도 잡히지 못했다. 재판부는 회사 정관에 따라 선임되는 후임 대표자를 대상으로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맹점주들의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망고식스와 쥬스식스 가맹점은 각각 100여 개, 220여 개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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