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끌 4차산업혁명? 그런 건 없다"

김환영 2017. 7. 2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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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 고든 교수
산업로봇이 등장한 게 1961년
인공지능도 오래 전 자리잡아
4차 아닌 3차혁명의 연속일 뿐
한국·미국 모두 저성장에 적응해야
로버트 고든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는 4차산업혁명을 부인하는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사진)로 화제의 인물이 됐다. 블룸버그는 2016년 9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50명’ 중 36위로 선정했다. 고든 교수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학자 중 한명이다. 그를 2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전했다. 나쁜 소식은 4차혁명이 약속하는 ‘기하급수적인 성장(exponential growth)’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한국처럼 일단 산업화 된 나라들이 다시 가난해지지는 않는다는 예측이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 ‘안정적인 저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Q : 이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A : “미국의 고성장기는 1920~1970년, 한국의 고성장기는 이보다 좀 늦은 1960~2010년이었다. 한·미 양국 모두 50여년간 매우 빨리 성장했다. 그 다음에는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나는 원인이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황금기와는 달리 성장이 항구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양국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Q : 4차산업혁명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A : “낙관론자들은 우리가 모든 것을 바꿔 놓을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의 점증하는 역할과 잠재력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진심으로 존중한다. 하지만 변화는 매우 느리게 일어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돼 온 생산성 성장의 이행(移行) 과정을 뛰어넘는 새로운 추세도 없다. 소위 4차산업혁명은 3차산업혁명의 연속에 불과하다. 4차산업혁명의 양대 요소로 지목되는 것은 로봇과 인공지능(AI)이다. 산업 로봇은 1961년에 등장했다. AI도 오래전에 자리잡았다. 우리는 컴퓨터로 호텔 방을 예약한다. 컴퓨터가 인간 여행사 직원을 대체 한 것은 10~20년 전이다. 우리가 이미 경험한 것이 계속되고 있을 뿐 4차산업혁명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변화는 없다.”

Q : 로봇과 AI 때문에 우리가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겪게 될 가능성은 없는가.

A : “3차산업혁명에서 핵심적인 10년이었던 1990년대와 달리 느린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대에는 각종 비즈니스 업무, 카탈로그, 여론조사, 투표 등 그 이전까지 종이로 하던 것들이 디지털로 대체됐다.”

Q : 일종의 ‘국내총생산(GDP) 체감의 법칙’ 같은 게 있는 것은 아닌가.

A : “그런 법칙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혁신적 발명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혁신 요소를 발견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10개의 발명이 있을 때 1개의 발명을 더하면 10퍼센트 성장이다. 혁신적 발명이 100개가 있을 때에는 새로운 발명 1개는 1퍼센트 성장만 가능하게 한다.”

Q : 한국이 최소한 지금의 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A : “한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소로는 느려진 생산성 증가 말고도 인구성장 둔화와 고령화 문제가 있다. 미국보다도 더 심각하다. 또한 한국의 대학 졸업 인구는 이례적으로 많다. 대졸자들에게 어울리는 일자리가 충분히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미국에만 있고 한국에는 없는 문제도 있다. 예컨대 미국의 빈곤층 문제, 낮은 수준의 초·중등 교육, 비효과적인 의료보험 체제, 비정상적으로 높은 교도소 수형자 인구는 한국에는 없는 문제다.”

Q : 한국에서는 아직도 어떤 사람들이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가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나라가 갑자기 부자나 가난한 나라가 되는 경우가 앞으로 있을까.

A : “국가들은 갑자기 가난한 나라, 부자 나라가 되지 않는다. 한가지 예외는 1930년대의 대공황이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가난하게 됐다. 가능성이 낮은 대공황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급격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마디로 미래엔 성장이 둔화되지만, 성장이 보다 안정적일 것이며 급격한 경기변동의 수도 줄어들 것이다.”

Q : 보수 경제학의 아이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899~1992)는 국가의 중앙집권적 계획에 반대했다. 정책결정자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계획은 비효율을 낳고 심지어는 독재를 낳기 때문이다. AI·빅데이터 시대에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국가가 확보한다면 효율적인 계획이 가능하지 않을까.

A : “아니다.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는 계획경제는 가격체제에서 나오는 시그널을 오독한다. 나는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국가가 경제를 운영하는 능력이 갑자기 증대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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