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결정 1년..런던 '엑소더스' 금융회사들이 가는 도시는?

박현영 2017. 7. 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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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런던의 유럽 본부 프랑크푸르트로 이전 계획
노무라, 스마토모 미츠이, 다이와 등 일본계도 프랑크푸르트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는 더블린으로 결정
WSJ "영어 쓰는 고학력자 몰린 프랑크푸르트가 우세"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1년이 지나면서 금융회사들이 속속 영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런던에 유럽 본부를 둔 금융회사들은 최근 잇따라 다른 도시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년간 유럽 도시들은 런던 시티의 뒤를 잇는 새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 경쟁했다. 현재까지의 승자는 어느 도시일까? 영어 사용을 강점으로 내세운 두 곳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빌딩 앞에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프랑크푸르트 로이터=연합뉴스]
도이체방크는 런던 본부에 보유한 3500억 달러(약 390조원)어치 자산을 프랑크푸르트로 옮기는 계획을 세웠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라인(Bowlineㆍ돛을 뱃머리에 묶는 밧줄)’으로 명명된 이전 프로젝트는 2018년 9월 시작해 2019년 3월 완료할 계획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마인강변에 있는 금융 중심가의 스카이라인을 촬영한 사진. [프랑크푸르트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 9만8000명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은행의 자산과 기능, 인력 상당 부분(vast majority)을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전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며 “고객과 직원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직무에 따라 불가피하게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트레이더 등 일자리 수백 개와 고객 계좌 2만여 개도 모두 옮길 계획이다. 그간 금융회사들은 브렉시트가 영업에 가져올 파장과 위험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런던에 남는 금융회사는 EU 국가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혔다.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다. 도이체방크가 390조원어치 자산을 옮기기로 결정한 데 대해 블룸버그는 “은행이 하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씨티그룹 본사. 씨티그룹은 증권 브로커와 딜러 역할을 하는 본부를 영국 런던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 AFP=연합뉴스]
도이체방크 외에도 다수의 금융 회사가 프랑크푸르트 행을 최근 발표했다. 런던 금융 중심가인 런던 시티에 둥지를 틀고 있는 노무라 홀딩스, 쓰미토모 미쓰이, 다이와 증권 등 일본 금융회사들도 프랑크푸르트 행을 선택했다. 미국 금융회사 모건 스탠리와 씨티그룹도 유럽 트레이딩 본부를 프랑크푸르트로 옮긴다. 씨티그룹은 프랑크푸르트에 35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150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달 초 한 남성이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금융 중심가에서 통화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나는 금융 회사들 가운데 일부는 더블린으로 이전을 선택했다. [더블린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유럽 거점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전키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일랜드는 어느 국가보다 많은 직원이 근무하는 지역인데다, 1968년부터 영업하면서 안정적 기반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재 런던에 4500명, 더블린에 700명이 근무하고 있다. 런던 인력이 이동하거나 더블린에서 새롭게 채용할 계획이다. 영국 은행 바클레이즈도 더블린에 EU거점을 세울 계획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지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런더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유럽 거점을 옮긴다고 발표했다. [매사추세츠 AFP=연합뉴스]
자산 기준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는 투자은행 업무 일부를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전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스튜어트 걸리버 HSBC 대표는 "전체 영국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은행 거래 업무를 프랑스 파리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전하는 은행 거래 업무에는 글로벌 뱅킹과 마켓 오퍼레이션 사업 등이 포함된다. 더글러스 플린트 HSBC 회장은 지난 2월 실적발표에서 "앞으로 2년에 걸쳐 꾸준히 1000명을 런던에서 파리로 재배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도 금융 허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로마는 세제 혜택을, 마드리드는 영어 원어민 고용을 대폭 늘려 의사 소통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주요 금용회사로부터 아직 선택받지 못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영어를 잘 구사하는 고학력 인력이 많은데다 적절한 비용, 안정적인 규제 환경을 갖춰서 은행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핵심 금융기관인 유럽중앙은행(ECB)이 있다는 점도 프랑크푸르크의 강점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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