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종합세트' 미스터피자..할 수 있는 '갑질' 다 했다

권중혁 기자 2017. 7. 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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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검찰이 피자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구속) 전 MP그룹 회장과 그 일가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치즈 통행세, 리베이트 수수, 자서전 강매, 항의하면 보복조치, 그렇게 쥐어짠 돈으로 호화생활까지. 가히 ‘미스터갑질’이라 부를 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정 전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횡령·배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한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이 기소한 정 전 회장의 횡령 액수는 총 91억7000만원, 배임은 64억6000억원이다.

정 전 회장의 대표적인 갑질은 ‘치즈 통행세’다. 검찰 조사결과 정 전 회장은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만들어 친동생이 57억원 상당을 취하고 횡령토록 했다. 거래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회사 2개를 중간에 추가해 치즈 가격을 상승시키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회사 한 곳은 동생이 직접 운영했고, 한 곳은 동생이 드러나지 않게 이용한 법인이다. 이런 식의 ‘통행세’는 오너 일가의 재산 증식 수단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행위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주들이 항의하자 더 강하고 가혹한 갑질로 앙갚음했다. 갑질을 문제 삼아 탈퇴한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 형태의 ‘피자연합’을 만들자 다각적인 보복을 지시했다. 본사에 항의하고 탈퇴하면 반드시 망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정 전 회장과 MP그룹은 피자연합 매장 운영을 준비하는 가맹점주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개장 준비상황·일일 매출액·손님 수 등 현황을 보고받았다. 또 피자연합 매장 인근 직선거리 60m, 150m에 각각 직영점을 출점해 전국 최저가로 피자를 판매했다. 가격 우위를 무기로 피자연합 매장들의 피를 말린 것이다.

식자재 납품 업체들을 압박해 피자연합 소속 매장으로 들어가는 재료들의 보급로를 끊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연간 30~40억원어치의 소스를 미스터피자에 납품하고 있는 회사에게 피자연합에 치즈·소스 등의 공급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심지어는 미스터피자의 거래처가 아닌 업체에 대해서도 다른 회사를 통해 압력을 넣어 공급을 중단케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피자연합 설립을 주도한 전 가맹점주 이모씨를 응징하기 위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혐의없음’ 처분이 나오자 항고를 해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이모씨는 막대한 손해를 입고 지난 3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밖에 정 전 회장은 가맹점주들에게서 별도의 광고비를 걷은 뒤 광고와 무관한 가족점 워크숍 진행 비용, 우수 가맹점 포상 비용 등 회사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서전 강매·인터리어 강요 및 리베이트 수수 등 다수 갑질 사례도 조사됐다.

가맹점주들에겐 지독하게 가혹했던 정 전 회장은 본인과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했다. 점주들을 쥐어짠 돈으로 딸, 사촌형제, 사돈에게 공짜 월급을 줬고 심지어는 딸의 가사도우미에게도 수년동안 허위급여를 지급했다.

정 전 회장의 딸은 계열회사 임원으로 등재돼 수년간 수억원의 허위 급여, 법인카드, 외제차량을 받았다. 딸의 가사도우미도 해외여행에 동반할 수 있도록 MP엠피그룹 직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수년동안 허위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 아들의 개인 빚을 회삿돈으로 갚은 정황도 드러났다. 아들이 개인 채무 90억원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자,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는 아들을 부회장으로 두고 월급을 2100만원에서 9100만원으로 올렸다. 이 월급으로 아들은 유흥주점에서만 2억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 본인도 법인카드로 고급 골프장 및 고급 호텔에서 수억원을 사용했다. MP그룹 홍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초상화 2점을 그려 그룹 회장실 등에 비치했는데, 이 초상화 2점 제작에 총 9000만원이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그룹 자금을 이용해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제왕적 기업문화’에 물든 오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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