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투기, 한국군 공격하나..피아식별장치 달라 오인사격 가능성

박용한 2017. 7.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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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아군과 적을 구분 못해 한미군 서로 싸우나
미군 새로운 피아식별장치(IFF) 2020년까지 교체 예정
한국군 2028년에나 교체 할듯 심각한 '전력 공백' 우려
한국군 2010년 미군과 논의 시작한 뒤 뒷전으로 미뤄
감사원 지적 받고서야 미군에 "공문 보내라" 관료주의
합참, "2023년까지 가능하다" 전문가, "낙관적이다"

군 당국의 늑장 대처로 전쟁터에서 아군과 적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미군은 새로운 피아식별(IFF)장치를 '모드 5'로 2020년까지 교체할 예정”이라며 “한국군은 2028년에나 교체를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업그레드된 '모드 5' 피아식별장치(IFF)의 교체시기를 놓쳐 한ㆍ미연합작전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군은 현재 구형인 '모드 4' IFF 장치를 사용하고 있는데 미군은 '모드 5'로 교체할 계획이다. IFF 장치는 전파신호를 발신해 아군과 적을 구분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모드 5' IFF 장치의 교체가 지연돼 2020년부터 8년 동안 한·미 연합작전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남대학교 김종하 경영·국방전략대학원장은 “IFF장치는 공중 전투에서 핵심”이라며 “IFF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조종사가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어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괌에서 출격한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위쪽)를 한국 공군 F-15K가 호위하고 있다.서로가 아군이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작전과 훈련이 가능하다. [사진 공군]
현대전에서는 원거리에서 전투가 이뤄지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싸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전투기나 전차와 같은 무기체계는 장착된 피아식별장치가 알려주는 정보에 따라 적과 아군을 구분하고 전투임무를 수행한다. IFF장치는 보조 감시레이더의 일종으로 상대방의 ▶국적과 임무 ▶방향 ▶속도 ▶고도 등의 정보를 알려 준다. IFF 장치가 동일하지 않으면 유사시 전투상황에서 아군을 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군이 미군과 같은 모드의 IFF 장치를 갖출 때까지 한ㆍ미군이 연합작전은 물론 훈련에도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공중에 떠있는 조기경보기에서는 한반도 전역의 항공기를 감시하면서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할 수 있다. 피아식별장치 덕분이다. [사진 중앙포토]
김 의원은 “군에서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이 최근 벌어진 전투에서 아군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한 경우가 20%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미군이 IFF장치 교체에 나선 이유는 최근 GPS 교란에 대한 대응기능을 향상시키고 비화(비밀)식별 능력도 강화하기 위해서다. 북한이 최근 수년 동안 한국에 대한 GPS 방해 전파를 내보내 군 장비 운영에 지장이 생긴 것도 IFF 장치를 개선키로 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미군은 2020년 7월까지만 현재의 '모드 4' IFF 장치를 성능이 개량된 ‘모드 5’로 교체할 계획이다. 한국군도 1997년부터 사용한 ‘모드 4’를 암호화ㆍ항재밍(전파교란 대응) 기능을 강화한 '모드 5'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의 IFF 장치의 교체가 늦어진 것은 교체시기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데다 내부절차와 규정이 복잡해서다. 군당국은 IFF 장치의 교체시기가 지연됨에 따라 우선 급한 불부터 끌 계획이다. 한국군 IFF 장치의 교체시기는 앞당기는 한편, 미군의 교체 시기 연기를 요청해 한ㆍ미군의 IFF 장치 교체시기를 일치시킨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10월에 열릴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IFF 장치의 교체시기 조정협를 미군에 요청해놓은 상태다.

공군 방공관제사령부 MCRC(중앙방공관제소)는 지상과 공중의 레이더가 포착한 물체가 아군인지 적인지 구별해 필요한 대응에 나선다. 피아식별장치가 있어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사진 공군 제공]
그러나 군 당국의 기대와 다르게 IFF 장치의 교체시기가 조정되지 않으면 모드의 불일치에 따른 연합작전의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군 소식통은 “미국 업체에 납품일정을 문의해 본 결과 2028년께나 완료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합참이 IFF 장치 생산업체와 미 정부에 IFF 장치의 수급시기 조정을 요청해도 1~2년 정도 앞당기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하 교수는 “낙관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며 “군에서 생각하는 만큼 전력화 시기를 앞당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미군에 비해 IFF 장치의 확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합참은 변명만 일관하고 있다. 합참의 관계자는 “2014년에 미 국방부로부터 IFF 장치의 교체에 관한 서면통보를 받기까지는 실무적 차원에서 구두로 논의했지만 양국의 공식대화는 없었다”며 “미군도 언제 교체할지 정해지지 않아 서면으로 통보받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지상의 전차도 피아식별장치가 필요하다. 멀리 떨어진 전차를 적으로 오인해 공격할 수 있고 반대로 공중의 전폭기가 아군을 적으로 판단해 공격하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박을 펼치고 기동하는 전차의 모습니다. [사진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하지만 미군은 지난 2010년 ‘한·미 지휘통제상호운용성 위원회’를 통해 장치교체 계획을 한국군에 이미 전달했고, 그 후에도 한ㆍ미군이 수차례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한ㆍ미 양국은 2013년까지 IFF 장치 교체와 관련해 모두 모두 5번 회의를 가졌다”며 “2011년 6월에는 미군이 합참 체계연동과에 이메일을 보내 장비 교체계획을 통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군 내부 동향을 보더라도 미군의 계획을 충분히 알고 있던 정황이 있다. 김 의원은 “2011년 공군에서 추진한 전투기 성능개량 사업이나 레이더 사업에서 새로운 피아식별장치 탑재를 반영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합참 등 군 당국은 2014년에 감사원의 지적을 받을 때까지 미군의 통보를 사실상 무시해왔다. 그러나 미군과 연합작전을 하는 일본의 대응은 크게 달랐다. 일본 자위대는 2012년부터 미군과 IFF 장치의 공동개발을 시작했고 미군과 비슷한 시기인 2020년께 IFF 장치를 '모드5'로 교체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눈에 보이는 무기 확보만 생각하다가 정작 대비태세에는 소훌했다”이라며 “방산비리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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