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제 제기해봤자 너희가 손해" 억압적인 학교 분위기

송성환 기자 입력 2017. 7. 25. 21:37 수정 2017. 7. 26. 21: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집중취재] 

취재팀은 울산지역 학생들이 고발하는 인권침해 사례를 추가로 입수할 수 있었는데요. 주관식 답안에 이의를 제기한 학생에게 시험지를 던지며 욕설을 하는 교사 사례부터, 휴대폰 단속을 위해 금속탐지기를 동원한 학교까지. 학생들은 이 같은 인권침해를 당해도 학교의 권위적이고 억압적 분위기 때문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송성환 기잡니다. 

[리포트]

공립학교인 울산 A 고등학교.

지난 1학기 중간고사 당시 김 모 교사가 낸 서술형 문제 답안에 대해 한 학생이 이의를 제기하자 해당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시험지를 학생의 얼굴에 던지며 온갖 욕설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한 교실에 들어가 “난 채점 안 할 테니 이 XX한테 채점을 받아“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학생들은 해당 교사의 폭언과 과도한 체벌이 일상적인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터뷰: 울산 A고 재학생

"교칙대로 행한다기보다는 자기 선에서 끝내자는 생각으로 애를 무지하게 때리세요."

"그것도 습관인 것 같아요. 때리는 것도. 습관화돼 있는 것 같아요."

또 이 학교 교사들은 생활기록부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자율학습이나 방과후활동을 사실상 강제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방학중 자율학습을 하지 않을 경우 생활기록부 포기각서까지 써야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울산 A고 재학생

"저는 완전히 빼지 않았거든요. 그냥 자습만 빼는 거였는데 그걸 또 생기부 포기 각서를 쓰게 하더라고요. 보충 다 듣는 애하고 제 것하고 (생기부를) 비교를 하잖아요. 많이 차이가 나요."

전교생이 기숙사생활을 하는 울산의 B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은 오후 9시 반부터 두 시간으로 제한됩니다.

그외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이 학교는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했습니다.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나서야 금속탐지기를 이용한 단속은 사라졌습니다.

울산 C 사립고의 경우 수학 문제를 못 풀었다는 이유로 한 달간 매일 아침 반성문을 썼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또 교내 연애를 할 경우 학생들의 학부모를 학교로 불러 일종의 반성문을 작성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이같은 인권침해 사례에도 문제제기를 할 엄두도 못내는 건 학교 전반의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학교 내부적으로 과도한 생활지도를 묵인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교사들은 교육청 등 상급기관에 진정이나 탄원을 넣어봤자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는 걸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울산 지역 고등학교 재학생

"교육청으로 직통으로 전화했다고 혼났어요, 저는. 교육청은 네가 전화할 곳이 아니다."

인터뷰: 울산 C고 졸업생 학부모

"학교 오지 마라. 왜 오지 마라 하는데 물으면 선생님들이 언제든지 엄마, 아빠 오라 해라, 그런데 와봐야 소용없다. 학교가 이기고 선생님들이 이기지 와봐야 너희들이 더 손해가 난다는 투로 계속 아이들한테 얘기를…"

동료 교사들 역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문제 교사들을 신고는커녕 충고조차 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습니다.

울산지역 고등학교 교사

“너 학생들한테 쌍욕을 한다는데 하지마 한다고 그 선생님이 내 말을 들었겠나. 내가 들었는데도 그 사람을 신고하지 않았는 거 그거 나도 반성한다. 그럼 뭐라고 하겠노. 니 친구가 잘못할 때 하지마라 충고해야 하는데 충고가 쉽게 되드나.”

학생들의 입장에선 대학입시에서 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교사들과의 갈등이 부담스러운 게 현실입니다.

인터뷰: 울산 A고 재학생

"(문제 제기가) 잘못됐다가는 그 선생님 귀에 들어갔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진짜 많이 맞을 수도 있는 거고 잘 안 끝나면 생기부로 문제가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한 조사에서 교사나 학교에 문제제기를 할 때 불이익이 걱정된다고 답한 울산 학생의 비율은 74%로, 조사 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