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피자·치킨..1세대 한국 프랜차이즈의 위기

이가영 입력 2017. 7. 25. 21:21 수정 2017. 7. 2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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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왼쪽부터), 미스터피자, 호식이두마리치킨. [사진 카페베네 제공, 연합뉴스, 중앙포토]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커피왕'으로 불리던 강훈 KH 컴퍼니 대표가 경영난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미스터피자는 '치즈 통행세' 등의 불공정 거래와 회장 갑질 폭행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호식이두마리치킨은 회장의 직원 성추행 논란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과 방만 경영 속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1세대들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 현황'을 보면 평균 가맹사업 기간은 4년 8개월로 5년에도 미치지 못했다. 10년 이상 유지한 브랜드는 전체의 12.6%에 불과했다.

━ '커피왕'의 무리한 사업 확장
카페 '할리스', '카페베네', '망고식스'를 이끌어 '커피왕'으로 알려진 강훈(49) KH컴퍼니 대표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5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된 강훈 대표는 할리스커피·카페베네 등 커피전문점 브랜드를 연달아 히트시킨 프랜차이즈업계 1세대 성공 신화로 불렸다. 그러나 카페베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336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적자는 558억원으로 자본금 432억원을 웃돌았다. 망고식스 역시 2014년 말 161개의 매장 수로 최대치를 찍은 후 2015년 145개, 지난해 101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강 대표는 지난해 말 또 다른 커피·디저트 브랜드 디센트를 론칭했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올 초부터 임직원들의 월급이 미지급되고 퇴사가 잇따르는 등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힘들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강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민사소송 등의 소송에도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 오너리스크…회장 행실로 매출 급감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과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연합뉴스, 임현동 기자.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 그룹 역시 2015년 적자 전환한 후 지난해 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우현 MP 그룹 당시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진 후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30~60% 감소했고, 매출 감소에 허덕이던 매장 60여곳이 문을 닫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703억원에 달했던 MP 그룹 매출은 2014년 1429억원, 2015년 1103억원으로 줄었으며 정 회장의 갑질 폭행 사건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970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최근 정 회장이 검찰 조사 등에 책임을 지며 회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지만 미스터피자 불매운동은 확산하고 있다.

1999년 창업한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최호식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혐의가 보도된 이후 최대 40% 매출이 감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4대 카드사의 일별 카드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 회장의 성추행 혐의 보도 이후 열흘간 전월 대비 20~40%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외형 확장에만 신경 써 가맹점을 늘리는데만 신경쓰거나, 회장의 잘못으로 매출이 줄어들었을 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식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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