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성희롱 '악성 고객' AI가 맡는다

주영재 기자 2017. 7. 2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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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KT, 인공지능 콜센터 기술

“다짜고짜 반말로 하는 사람이 많아요. ‘안 들려? 너 이름이 뭐냐, 됐어, 다른 사람 바꿔’라고 하거나, ‘너 귀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병원부터 가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서울노동권익센터 자료에 나온 콜센터 상담원 인터뷰 내용)

콜센터 상담원은 욕설과 인격모독, 성희롱, 협박을 일삼는 악성 민원인에게 노출된 감정노동자이다.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 콜센터 운영 기업은 악성 고객을 분류해 자동으로 상담을 종료하도록 하지만, 대개는 3회 정도 반복돼야 가능한 조치이다. 어느 정도 상담을 진행할 때까지는 욕설과 성희롱을 견딜 수밖에 없다.

고객이 욕설과 폭언 등을 하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텍스트 기반 상담으로 넘어가게 하거나, 악성 고객을 상대하는 전문 상담사에게 연결해주는 기술이 개발됐다.

KT는 25일 서울 우면동 ‘AI 테크센터’에서 기계학습 알고리즘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 콜센터 기술을 선보였다. 고객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주제와 핵심어를 추려 자동 분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투리도 이해하도록 음성인식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인공지능 콜센터는 고객이 욕설을 하면 이를 인식한 인공지능이 ‘욕설 고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담사에게 자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또 고객 음성을 글자로 자동 변환하기 때문에 욕설을 듣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KT는 앞으로 이 시스템을 자사 콜센터에 적용하기로 했다.

음성인식은 생활밀착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위한 핵심 과제이다. KT는 이곳에서 콜센터로 들어오는 고객의 요구를 인공지능이 인식해 적합한 답을 찾아내는 음성인식 ARS 기술도 선보였다. 시연자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전화번호는 ○○○이야. 분실신고를 해줘, 마지막 위치는 어디였어?”라고 물으면 음성인식 ARS가 “분실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마지막 위치는 KT 연구개발센터입니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금융회사 콜센터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AIA생명은 지난 17일 보험업계 최초로 인공지능에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여부 확인을 맡기는 ‘인공지능 콜센터’를 선보였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 기반의 인공지능 플랫폼 ‘에이브릴’을 활용한 것이다. 에이브릴은 한국어 학습을 마쳤고, 앞으로 보험업 관련 내용을 학습하게 된다. SK텔레콤도 음성인식을 콜센터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콜센터의 상담원을 대체하기까지는 꽤 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상담 고객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다양한 질문과 요구를 하는데 인공지능이 이에 답하려면 굉장히 높은 수준의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틀에 박힌 대답만 하면 사용자들이 곧 짜증을 내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채용한 콜센터라 하더라도 사람을 직접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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