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사전·웹사전 '공생의 길' 찾고 싶다

이윤재 2017. 7. 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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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사전 편찬자들' 펴낸 카카오 어학사전 기획자 정철씨

그는 '사전 마니아'다. 어렸을 때부터 사전을 읽고 보는 것 자체를 즐겼다. 매력을 느낀 건 바로 '검색 가능성' 때문이었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혹은 외우지 않은 것이 있어도 찾으면 답을 줄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것이 좋았다.

카카오 어학사전 기획자이자 한국위키미디어협회 이사로 일하는 정철 씨가 '최후의 사전 편찬자들'을 펴냈다. 국내에서 과거 사전 편찬 작업을 맡았던 대가 다섯 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나눈 후 그 기록을 담은 책이다. 조재수 겨레말큰사전편찬위원장·장경식 한국브리태니커 대표·도원영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사전부장·안상순 금성출판사 사전팀장·김정남 민중서림 사전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씨는 과거 그들이 해온 방대한 작업 과정과 열정, 이들에 대한 존경을 책 속에 담았다.

"온라인 어학사전의 토대를 닦는 일을 시작할 때부터 종이사전이 살기 위해선 온라인 속에 잘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이라는 매체는 약해져도 그 안에 있는 콘텐츠의 힘은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죠. 하지만 종이사전도 예상치 못한 빠른 변화로 인해 결국 사전 출판사들과 그 종사자들이 다 사라지는 비극을 맞고 말았습니다."

정씨는 네이버에 입사해 2002년부터 온라인 사전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2000년대 초반은 국내 사전시장에 전자사전과 웹사전이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종이사전은 변곡점에 놓여 있던 시점이었다. 이때만 해도 사전시장이 죽지는 않았다. 졸업·입학 선물용으로 전자사전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전체적인 매출은 오히려 상승세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종이사전은 어느 순간에 '훅 가면서' 종말을 맞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느 국가든 사전 편찬 작업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사전은 바로 문화 발전의 척도였기 때문이죠. 한국에선 종이사전이 다 죽었지만 영국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로 대표되는 양대 사전 출판사가 그 권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건 바로 영국이 가진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죠. 미국·일본·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씨는 웹사전 기획자이지만 종이사전 출판사와 편찬자들이 부활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종이사전의 쇠락은 결국 온라인사전의 쇠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종이사전이 존재하던 시절엔 개정판이 계속 나오면서 언어의 변화를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역할이 사라졌습니다. 온라인 어학사전도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못한 채 결국 과거의 말에 머무르는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다양성이 있어야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문화적 인프라스트럭처가 통째로 없어진 거죠. 이는 사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충돌하는 모든 것의 문제죠."

그는 발전된 미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비교를 통한 '검증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식에 있어서 '검증 가능성' 여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비교 대상이 없이 독식의 세계로 접어들면 발전은 끝난 거죠. 비교가 가능할 때 지식이 더 정확해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는 온라인에서 검색만 하면 어학사전이 줄줄이 뜨는 시대에 사전은 이제 '공공재'나 다름없다며 이 공공재를 앞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찌 보면 돈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사전 편찬 작업을 다시 복원하고 이를 꾸준히 개정하는 모든 과정이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또 국격 문제이기도 합니다. 세계 경제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국가를 대표하는 사전이 사라지는 건 정말 불행한 일이지요. 뜻있는 사람들과 기관이 나타나 단절된 이 일을 되살리는 일이 하루라도 빨리 진행되는 모습을 보는 게 제 바람입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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