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장관 "예타 1년, 말도 안 된다"..과기계에 '호된 질타'

류준영 기자 2017. 7. 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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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민, KIST 첫 정책 현장 방문.."R&D 중간·실패결과물도 빅데이터화 할 것"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과학기술인 현장간담회'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미래부


“1년이요?” 예상 밖이란 반응에 일순간 간담회장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R&D(연구·개발) 예비타당성(예타)기간이 얼마나 걸리냐는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질문에 예타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손병호 정책기획본부장이 “평균 1년 정도 걸린다”고 답하자 유 장관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이 같은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

그는 “아니, 급변하는 R&D 시장 상황에서 예타(예비타당성 조사)가 연 단위로 이뤄진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다른 곳을 벤치마킹하더라도 예타에 걸리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 후 첫 정책현장 방문 일정으로 25일 서울 홍릉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찾았다. 청문회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연구자 중심’의 연구 환경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자리였다.

유 장관은 이날 산·학·연 및 언론·과학기술정책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국가 R&D 전체적으로 챌린지(challenge, 도전)가 이뤄지고 있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차 산업혁명을 선두에서 이끌 역할을 부여받은 정부의 CIO(최고기술책임자)격 부처로서 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도전하고 상상하며 치열하게 토론하는 업무 문화를 정착시키고, 과학과 ICT(정보통신기술)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새 정부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제언과 함께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유 장관은 “기초와 응용, 개발중 조금더 관심을 가질 분야는 ‘기초’일 것”이라고 말하며 “이 분야 연구프로젝트 성공률이 현재 97~98% 정도 된다는 얘기는 뒤접어 보면 성공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자원이 집중된다는 의미로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연구는 성과에 연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구자들이 연구 예산 확보를 위해 프로젝트 수주에만 몰두하는 것을 지양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연구자가 기본적으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성과평가 등 연구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과감하게 줄여나가자는 게 제 철학”이라며 “연구현장에서 이뤄지는 실태를 리얼하게 들여다 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현행 R&D 성과평가체계를 대폭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 있는 유 장관은 “일각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성과평가체계를 도입할 경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부분은 자율·창의, 성과 등 2개의 트랙으로 나눠 굉장히 냉정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중간 산출물이나 연구실패에서 얻는 지식도 ‘자산화’가 가능하다며, 이런 결과물을 정부 차원에서 빅데이터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부처에서 이뤄지는 R&D가 많은 데 여기서 거둔 성과가 모두 데이터베이스(DB)화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하며 “이런 정보나 지식들이 서로 모여 공유되고 결합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고, 필요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 장관은 부처 내 과학기술과 ICT간 칸막이를 허물겠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관료사회에서 공무원들은 언젠가는 독립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물리적·화학적으로 ‘통합’이란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과 ICT가 접목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다”며 “먹거리와 일자리를 책임질 부처에서 언제까지 두 개의 경계를 가지고 지낼 수 없는 큰 챌린지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새 정부가 5년간 100대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선 재정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과제에 당면해 있다”며 “연구현장에서 ‘묻지마 연구’ 등 관행적으로 장기간 별 생각없이 리소스를 배분하는 것도 다시 들여다 볼 것”이라며 ‘R&D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참엔지니어링 김광무 사장, 광주과학기술연구원(GIST) 물리·광과학과 노도영 교수, KIST 여준구 로봇·미디어연구소장, 한국연구재단 이광복 기초연구본부장, 등 총 14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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