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은 중국 지도자들의 무덤?

입력 2017. 7. 25. 17:16 수정 2017. 7. 25. 20: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의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 후보로 거론돼온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의 낙마가 공식 발표되면서, 최근 5년간 줄줄이 몰락의 길을 걸은 충칭 지도자들과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칭이 권력 상실의 무대가 된 것은 2012년 3월 보시라이 당시 충칭시 서기가 당 정치국에서 축출되면서부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쑨정차이에 앞서 보시라이·왕리쥔·황치판 낙마
보시라이와의 관계, 지도부 교체기 등 배경
'직할시 승격 20년 착잡'..충칭모델은 확산 '역설'

[한겨레]

왼쪽부터 보시라이 전 충칭 서기, 왕리쥔 전 충칭 공안국장, 황치판 전 충칭시장, 쑨정차이 전 충칭 서기.

중국의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 후보로 거론돼온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의 낙마가 공식 발표되면서, 최근 5년간 줄줄이 몰락의 길을 걸은 충칭 지도자들과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충칭이 권력 상실의 무대가 된 것은 2012년 3월 보시라이 당시 충칭시 서기가 당 정치국에서 축출되면서부터다. 혁명 원로 보이보의 아들인 보시라이는 준수한 외모와 빼어난 능력으로 ‘황태자'로 떠오르던 중 각종 부패 혐의로 실각했다. 이 과정에서 그와 사이가 틀어져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당국에 연행된 왕리쥔 당시 충칭시 공안부장도 낙마했다.

보시라이와 함께 충칭을 이끌었던 황치판 전 시장은 지난해 말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으로 자리를 옮기며 좌천됐다. 물론 쑨정차이나 그와 동향 출신이며 부패 혐의로 면직된 허팅 부시장 겸 공안국장 등에 견주면 그나마 나은 처지다.

잇따른 ‘충칭 낙마 드라마’의 면면을 보면, 우선 보시라이와의 직간접적 관계가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시라이 자신과 한때 그의 측근이었던 왕리쥔은 물론, 최근 자리를 잃은 쑨정차이 또한 ‘보왕유독'(보시라이와 왕리쥔이 남긴 잔재)을 적극 해소하지 않은 것이 축출 배경으로 거론된다. 보시라이는 오랫동안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쟁자였다.

권력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권력투쟁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3300만명의 인구를 품은 4대 직할시인 충칭시를 다스리는 서기 자리가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현재 7인 체제) 진입의 디딤돌인 상황에서, 지도부 인선이 이뤄지는 당대회를 앞둔 최종 권력투쟁에서 특정 인사들의 탈락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앞서 17차 당대회를 앞두고 2006년 천량위 당시 상하이시 서기가 낙마했듯이, 보시라이·쑨정차이도 각각 18차,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자리를 잃었다.

권력투쟁의 결과로 쑨정차이가 제거되고 그 자리에 시 주석의 측근인 천민얼 서기가 채워진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한 중국 언론인은 “중국 지도부 권력투쟁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며 “시 주석 쪽에서 애초부터 보시라이 탓에 문제가 있었던 충칭 서기 자리에 다른 계파의 유력 주자인 쑨정차이를 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대학 교수는 “역사가 처음에는 비극으로, 나중에는 희극으로 반복된다는 마르크스의 말을 충칭에서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둥이나 상하이 인근의 해안 도시들이 경제 성장의 상징이 된 것과 달리, 올해 직할시 승격 20돌을 맞은 내륙의 거점 도시 충칭은 여전히 정치투쟁의 무대로 인식되는 데 착잡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시라이와 황치판이 이끌어온 충칭의 경제 성장 방식(충칭 모델)이 사실상 중국 전체의 발전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인 대목이다. 국유기업으로부터 걷은 세금 등을 기반으로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에게 도시 후커우(호적)와 복지제도, 주택 등을 보급하는 등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경제 발전을 추구한다는 ‘충칭 모델’은 시 주석의 중국 지도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의 원형이기도 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 페이스북][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