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는 기자가 아닌 김봉규였다..세월호 3년의 기록 '팽목항에서'

조수정 입력 2017. 7. 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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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년 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고 현장을 기록해 왔다. 기자 초년 시절부터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셔터를 눌러 왔다. 그런 것이 마치 훌륭한 기자의 태도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차마 세월호 비극 앞에선 카메라를 들이댈 수가 없었다. 컴컴한 바닷속에서 엄마를 부르며 죽어 간 아이들의 부모처럼 나도 그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였기 때문이었다."

"세월호는 3년이 지나서야 인양됐다. 세월호의 침몰·아이들의 처참한 죽음,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김봉규의 말처럼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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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차 사진기자 김봉규 ‘팽목항에서’ 사진집 출간 및 전시
세월호 참사 침몰 당시부터 선체 인양까지 3년간 기록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봉규 한겨레신문 출판국 사진부 선임기자가 '팽목항에서' 사진집을 출간하고 동명의 사진전을 연다. 2014년 4월16일 오후 김봉규 기자가 촬영한 세월호 침몰. 2017.07.25. (사진=김봉규 기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지난 27년 동안 수많은 사건과 사고 현장을 기록해 왔다. 기자 초년 시절부터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셔터를 눌러 왔다. 그런 것이 마치 훌륭한 기자의 태도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차마 세월호 비극 앞에선 카메라를 들이댈 수가 없었다. 컴컴한 바닷속에서 엄마를 부르며 죽어 간 아이들의 부모처럼 나도 그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였기 때문이었다.”

김봉규 한겨레신문 출판국 사진부 선임기자의 이야기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봉규 한겨레신문 출판국 사진부 선임기자가 '팽목항에서' 사진집을 출간하고 동명의 사진전을 연다. 사진은 김봉규 기자가 촬영한 2014년 11월 29일 오후 팽목항. (사진=김봉규 기자 제공)2017.07.25. photo@newsis.com

김 기자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침몰 당시부터 선체 인양까지 3년간을 기록한 사진집 '팽목항에서(눈빛출판사)'를 출간하며 25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동명의 사진전을 연다.

3년 전 그날, 김봉규는 오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 자동차가 기계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진도 팽목항까지 내달렸다. 짧지 않은 세월, 기자로서 한국 현대사의 허다한 현장을 지켜 온 그다. 그런 기자로서의 예민함과 민첩함이 그를 사건 현장으로 빠르게 이끌었다.

현장에 도착했으나 승객 304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해 가는 비극 앞에 감히 카메라를 들 수 없었다. 기자로서 현장에 갔지만, 그 참담한 바다 앞에서는 ‘김봉규’라는 한 개인일 뿐이었다. 수많은 나날을 팽목항에서 서성였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봉규 한겨레신문 출판국 사진부 선임기자가 '팽목항에서' 사진집을 출간하고 동명의 사진전을 연다. 사진은 김봉규 기자가 2014년 4월 29일 오전 촬영한 동거차도 앞바다 다이빙 벨 시험. (사진=김봉규 기자 제공) 2017.07.25. photo@newsis.com

다른 사건 현장 같았으면 그는 사진기자로서 ‘명확하게’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날만큼은 팽목항 현장을 ‘충실하게’ 담고자 했다.

그의 사진에는 바다에 뛰어드는 잠수부부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들, 기도하는 스님들까지 팽목항의 사람들이 있다. 시신과 함께 건져 올린 녹슨 빗부터 희생자 수만큼 많은 노란 리본, 바다 위를 떠도는 국화꽃까지 팽목항의 사물들이 있다. 배를 집어삼킨 바다와 어둠이 있다. 모두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현실에 대한 빠짐없는 갈무리다.

그는 3인칭 시점에서 벗어나 2인칭, 또는 1인칭으로 세월호 비극에 가닿기 위해 노력했다. 갓 쉰을 넘긴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로서 비극의 현장을 카메라 뷰파인더로 바라본,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의 시각적 표현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봉규 한겨레신문 출판국 사진부 선임기자가 '팽목항에서' 사진집을 출간하고 동명의 사진전을 연다. 사진은 2014년 7월9일 오후 팽목항. (사진=김봉규 기자 제공) 2017.07.25. photo@newsis.com

한겨레 신문 동료였던 소설가 김훈은 김봉규의 사진에 대해 이렇게 해설했다.

“김봉규의 사진들은 대체로 비극의 슬픔과 분노를 적막 속에 감추고 있다. 감춘다기보다는 감춤으로써 표출되고, 억누름으로써 드러난다. 이 억누름은 힘을 가해서 얻어지는 물리적 억누름이 아니라, 드러나지 못해서 아우성치면서 심층에 잠겨 있는 것들의 드러남을 허용하는 여백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이 억누름과 드러남은 고통스런 분열의 과정인데 그 과정을 통해서 인칭의 국면은 힘겹게 전환되면서 인칭들 사이에 새로운 의미가 빚어지고, 대상은 보이기 시작한다.”

“세월호는 3년이 지나서야 인양됐다. 세월호의 침몰·아이들의 처참한 죽음,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김봉규의 말처럼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팽목항에서’는 지독히도 생생하게 그 현실이 현실임을 보여준다. 사진이, 그날의 팽목항 앞에 오늘의 우리를 세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김봉규 한겨레신문 출판국 사진부 선임기자가 '팽목항에서' 사진집을 출간하고 동명의 사진전을 연다. 사진은 김봉규 기자가 촬영한 팽목항. 2014년 4월 25일 오후.(사진=김봉규 기자 제공) 2017.07.25 photo@newsis.com

*김봉규는 1990년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사진부를 거쳐 1996년 9월, 한겨레신문 편집국 사진부로 자리를 옮긴 뒤 현재까지 근무(출판국 사진부)하고 있다. 저서로 다큐멘터리 사진집 ‘분단 한국’(2011)이 있으며 ‘조선왕릉’ 작업을 최근에 마쳤다. 현재 ‘민간인 학살(Genocide)’과 관련한 작업을 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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