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3대 베팅 분야는 'IoT 인프라·빅데이터·로봇'..소프트뱅크가 투자한 10여곳 분석해보니

도쿄=이다비 기자 2017. 7.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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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서비스와 초고속인터넷망 서비스가 본업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사람과 사물, 산업까지 모두 연결하는 초연결·초지능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9일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7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도쿄=이다비 기자

손정의(孫正義·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겸 사장과 미야우치 켄(宮內謙)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1일 도쿄 프린스파크타워 호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7(Softbank world 2017)’ 기조강연에서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의 중요성을 내내 강조하면서도 현재 핵심 사업인 휴대전화 사업은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소프트뱅크가 최근 인수·투자했던 회사 10여곳의 경영자들을 불러 이번 무대에서 한번에 소개했다는 점이다. 손 회장과 미야우치 사장이 기조연설 도중 해당 회사를 소개하면, 해당 업체 경영자들이 무대에 올라 회사의 비전을 청중들과 나눴다. CEO 강연이 끝나면 손 회장과 미야우치 사장은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애정어린 응원을 보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들을 분석하면, 소프트뱅크의 중장기 전략과 미래 비전이 나온다. 이 회사는 초연결 사회의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IoT 인프라’ ‘빅데이터·AI’ ‘로봇’ 등 3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 소프트뱅크 “ARM·원웹으로 IoT 인프라 구축”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약 36조원을 들여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은 소프트뱅크가 그리는 초연결 사회의 핵심이다. IoT 시대에는 통신망과 사물·사람·산업을 잇는 곳에는 항상 반도체가 쓰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0% 이상의 회로를 설계한 ARM은 빅데이터와 연산처리가 빠르게 증가하는 IoT 시대에 ‘향후 20년 후 연간 1조개 칩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손 회장은 ARM을 두고 “모든 기술의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먼 시가스 ARM CEO는 “앞으로 4년간은 IoT 보급으로 출하되는 칩이 1000억개로 증가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에 인수된 후 기술자 중심으로 800명을 신규 채용하고, 기술을 보완하기 위한 인수합병도 5건 진행했다”고 밝혔다.

손정의 회장이 사이먼 시거스 ARM CEO를 소개하고 있다. / 도쿄=이다비 기자

ARM과 더불어 인공위성으로 전파망을 제공해 '전 세계를 하나의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원웹(OneWeb)’은 소프트뱅크가 그리는 IoT 시대를 견인한다. 손 회장은 원웹 기술로 IoT 시대 인프라를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원웹은 10억달러에 달하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았다. 원웹은 무게 130㎏의 소형 위성 648개를 1200㎞ 상공에 올려 세계를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RM과 원웹을 두고 “손 회장이 통신망(원앱)과 이를 잇는 반도체(ARM)를 인수함으로써 IoT 시대의 인프라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 “데이터 다루고 AI 개발하는 기업 잡아라”

손 회장은 20일 기조강연에서 “인터넷 시대에 이어 IoT 시대가 오고, AI는 IoT를 가능하게 한다”며 “이들 기반에는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는 산업혁명 시대의 석유 같은 자원이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기반이 돼 AI와 IoT 시대를 이끈다는 말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다양한 종류의 빅데이터 업체들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산업계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불리는 산업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OSI소프트(OSISoft)’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한국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에너지 빅데이터 서비스 기업인 인코어드테크놀로지스(이하 인코어드)와 합작회사인 ‘인코어드 재팬’을 설립하고 에너지 IoT 플랫폼 사업을 펼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코어드는 에너지 빅데이터 서비스 ‘에너톡’을 개발한 회사로, 에너톡을 이용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 약 10만 가구의 에너지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렉 윌러 원웹 대표가 소프트뱅크 월드 2017 기조강연에서 원웹을 설명하고 있다. / 도쿄=이다비 기자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나우토(Nauto), 혈액검사와 AI 데이터로 암을 진단하는 가든트헬스(GUARDANT HEALTH), 클라우드 자료를 모아 AI로 분석하는 클라우즈마인즈(CloudsMinds), 가상현실(VR) 기술 전문 업체 임프러버블(IMPROBABLE)의 CEO들도 기조 강연 무대에 올랐다.

데이터가 중요해질 수록 데이터를 업체의 중요성도 커진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사이버리즌(Cybereason)’과 이스라엘 모바일 보안 솔루션 스타트업 ‘짐페리움(ZIMPERIUM)’ 등 보안업체에도 투자했다.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보안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이버리즌은 소프트뱅크 월드 2017 기조강연에서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 프로그램도 배포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단순 로봇을 넘어 ‘지능 갖춘’ 스마트 로봇으로

감정 로봇 ‘페퍼(Pepper)’로 유명한 소프트뱅크에 로봇 업체도 빼놓을 수 없다.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알파벳으로부터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를 받은 미국 무인로봇 회사 ‘브레인코프(Brain corp)’가 있다.

특히 두발 로봇과 네발 로봇으로 유명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일 기조강연에서 네발 로봇 ‘스팟 미니’를 직접 선보여 관객을 탄성을 자아냈다. 브레인 코프는 물류 창고나 쇼핑센터에 들어가는 자율주행 로봇, 슈퍼마켓 청소용 로봇 등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회사로, ‘브레인 OS(Brain OS)’ 플랫폼을 공급해 로봇 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노리고 있다.

손 회장은 기조강연에서 “초지성을 가진 로봇과 함께 길을 가고 로봇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며 “지능이 없는 단순 로봇에서 지능을 가진 스마트 로봇의 등장으로 세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라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CEO가 네발 로봇 ‘스팟 미니’를 선보이고 있다. / 도쿄=이다비 기자

또 “현재의 페퍼 버전 1, 2는 아직도 부족하며 페퍼 버전 20, 30 등으로 진화하면서 (페퍼가) 인간과 함께할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소프트뱅크가 공격적으로 스마트 로봇 산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기조강연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일본 로봇 기업 ‘샤프트(Shaft)’도 인수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샤프트의 인수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프트뱅크가 로봇 업체를 차례로 인수하며 두 발로 걸을 수 없는 페퍼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 소프트뱅크가 스마트 로봇으로 노동력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밖에 수직농장 벤처기업 ‘플랜티(Plenty)’, 사무실 공유서비스 업체 ‘위워크(WeWork)’ 등 산업의 틀을 바꾼 스타트업도 소프트뱅크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사람과 산업, 농장, 공간을 연결시키며 새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위워크는 소프트뱅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내년 초에 도쿄에 첫 사업을 펼 예정이다.

손 회장은 20일 기조강연에서 “‘사람들이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에 투자한 것은 행운이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대부분 회사가 알리바바와 같은 성장세를 보였다”며 “행운이 반복되는 것을 ‘실력’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은가”라며 투자한 회사의 성공 가능성에 자신감은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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