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인권 "나는 희망을 말하는 사람"

김향미 기자 2017. 7. 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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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수 전인권. 다산아이엔지 제공

애환. 슬픔과 기쁨을 아울러 이르는 말. 가수 전인권(63)에게 노래란 삶의 ‘애환’을 담는 그릇이다. “리듬과 비트를 맞추다 보면 기뻐요. 그렇게 즐겁다가 또 슬퍼지고 그럽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전인권을 만났다. 다음달 서강대 메리홀에서 ‘사랑과 평화’ 콘서트를 여는 그는 밴드 멤버들과 리듬과 비트를 맞춰가며 한창 ‘연습 중’이라고 했다. 애환이란 단어를 꺼낸 것은 콘서트 주제와 관련된 질문에서였다.

“집회 같은 데서도 흥이 나면 기분이 좋아요. 신나게 놀아야 하죠. 대중음악의 첫 조건은 대중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같이 어울릴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죠. 전인권밴드는 대중의 애환을 알고 있어요. 다행히도…. 이번 콘서트에서도 애환이 담긴 노래들을 부를 겁니다.”

이번 콘서트는 ‘사랑’(8월8~10일)과 ‘평화’(8월18~20일)란 두 가지 주제로 열린다. 지난 5월 세종문화회관 콘서트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여는 콘서트다. 그는 삼청동 자택 연습실에서 밴드 멤버들과 연습을 하면서, 그동안과는 다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연습을 하다보니까 ‘이제는 보여줄 게 있겠다’ 그렇게 뜻이 모였다”고 했다.

가수 전인권. 다산아이엔지 제공

“‘사랑’ 콘서트에서는 제가 위로받고자 한 게 크고, ‘평화’ 콘서트에서는 관객들에게 위로를 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주변에서 이번 공연에 큰 도움을 줬고, 관객들을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얘기다. 그가 먼저 ‘상처’ 이야기를 꺼냈다. ‘걱정말아요, 그대’ 표절 시비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4월 이 노래가 독일 밴드 ‘블랙 푀스’의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Drink doch eine met)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표절 시비로 비화됐다.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가 됐습니다.” 굵곡진 삶에서 이 사건이 ‘가장 큰 상처’가 된 이유에 대해 그는 “누군가 ‘영혼을 씻으라’는 표현을 썼는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돈 한 번 훔쳐봤는데,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꿈에서 파란 하늘이 나타나면서 편해진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친구들과 공사장에서 공구를 훔쳐본 적이 있는데, 그 다음부터는 ‘이것은 내가 할 짓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고…. 내 나름대로의 양심 같은 것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데,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반박하는 글도 올리고 그랬어요.”

표절 논란이 일었을 때 그는 독일에 가겠다고 했다. “두 노래는 다른 곡”이라고 선을 그은 그는 왜 독일에 가려고 했을까. “블랙 푀스를 만나서 멜로디가 같다고 보는지 확인하려고, 나름 합리적으로 따져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노래는 멜로디와 가사의 조화, 특히 가사가 제일 중요해요. 다른 노래예요. 같은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니까 (표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줄 것이라) 자신감이 있었어요. 다만 ‘지나간 것은’이라는 구절이 비슷한 위치에 있어서 저도 놀랐습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런데 바로 그 다음 구절부터는 또 달라요. 만약 멜로디가 같다고 해서 곡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이고요. 그런데 ‘독일행’이 오히려 비난을 받는 상황이 됐습니다.”

독일엔 왜 아직 가지 않았을까. 전인권은 이 문제를 음악적으로 풀려고 한다고 했다. 블랙 푀스 측과 계속 접촉하고 있었는데, 그쪽에서 표절 문제를 다루기보다 한국에서 합동 공연을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는 것이다. 전인권은 블랙 푀스뿐만 아니라 스콜피온스, 닐 영, 윌리 넬슨 측과도 함께 공연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공연이 필요하고, 닐 영과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이 와주면 굉장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선 정국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이후로, 그는 여러 가지로 혼란한 상황을 맞았다고 했다. 표절 시비가 일었고, 지난 5월엔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정됐던 이틀 공연 중 하루 공연이 취소됐다. 그는 “표절 시비 이후로 불황 탓인지…. 티켓 움직임이 예전만 못했다”라고 말했다.

전인권은 최근 ‘사회적인 무대’에 자주 올랐다. 지난 겨울 촛불정국 때 광화문광장에서 ‘애국가’를 불렀을 때, 5·18광주민주화운동 37주기 기념식에서 ‘상록수’를 불렀을 때, 지난 6월 고 이한열 열사 30주기 추모제에서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렀을 때. “정말 잘 불러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섰노라고 그는 전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이매진’을 불러달라는 제안이 왔어요. 다른 가수와 함께 부를지, 단독으로 부를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무대’니까 한다면 잘해야죠.”

다산아이엔지 제공

그는 오는 28일엔 전원책이 진행하는 TV조선 <종합뉴스9>에도 출연한다. “작은 무대든 큰 무대든 방송이든 젊은층이나 대중과 교감을 더 넓혀가라고 하고 있어요.” 새 앨범 작업은 ‘상처’ 때문에 멈춰 있는 상태다. 그는 적어도 9월달까진 앨범을 낼 생각이다.

전인권은 이번 소극장 공연에서 히트곡 ‘걷고 걷고’, ‘내가 왜 서울을’, ‘돌고, 돌고, 돌고’를 필두로 비틀스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등을 전인권밴드의 탄탄한 연주와 함께 들려줄 예정이다. 다시 ‘애환’에 대해 물었다. “제 딸이 냄새나는 걸 참 싫어했는데, 애기를 낳고(기저귀를 갈며) 확 달라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명작이고 시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애환의 시작이죠. 한 사람이 태어나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평생 겪는 여러 가지 일들, 아픔들…. 사람들은 보통 절망을 떠올리지 희망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인생은 장편이에요. 잠깐 한 시간 그림 그려놓고 안 될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죠. 그런 것을 달래주는 노래가 애환을 담은 노래들이죠.”

‘사랑’ 콘서트에서는 전인권이 관객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교감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보통 ‘전인권의 공연’에는 젊은 친구들이 80~90%를 차지합니다. 록페스티벌에서 ‘돌고 돌고 돌고’를 부르면 노래가 끝나도 계속 ‘다시 돌고’를 외칩니다. 울기도 합니다. 여기(록페스티벌이나 공연장)는 울어도 되는 곳이니까, 그러는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계속 연결되고 있어요.”

또한 이번 공연에선 뮤지컬 <신과 함께>의 영상 디자이너 정재진 비주얼 디렉터가 콘서트 무대 연출을 맡는다. “무대 장치에 신경 써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전인권은 “이번엔 흑백으로 가득 채운, 음악을 돋보이게 할 만한 무대를 정재진 감독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도 특별하다. 전인권의 삼청동 자택 근처에 살던 대학생 정재진이 10여년 세월이 흘러 예술가가 돼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이다.

“상처가 아물지는 모르겠지만 전인권은 역시 희망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전인권은 이번 콘서트 무대를 준비하면서 음악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음악의 반복, 연습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 것인지 새삼 느끼고 있어요. ‘쟁이’ 같은 기질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음악쟁이’. 참 멋있는 말이죠. 저의 목표는 세계적인 뮤지션이 되는 것이고, 세계 평화를 노래하는 것이지만 최종 목표는 ‘이 정도면 전인권이 최선을 다했다’, ‘이 정도면 정말 멋있게 됐다’라는 말을 듣고 싶죠.”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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