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팔면 46원 남아.. 매달 1조원 번 SK하이닉스, 다음 과제는

임미진 2017. 7. 2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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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 3조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4% 증가
클라우드 시장의 폭발적 메모리 수요
고용량·고성능 제품 "없어 못판다"
"연간 영업이익 15조원 가능" 전망에도
"D램 치우침과 중국 추격은 경계해야"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을 넘었다. SK하이닉스는 2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 매출이 6조6923억원, 영업이익이 3조507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에 역대 처음으로 2조원대 영업이익(2조4676억원)을 내고, 3개월 만에 3조원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지난 분기 대비론 24% 늘어난 영업이익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74%, 6배에 가까운 수치다. 영업이익률 역시 46%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100원을 팔면 46원을 남겼단 얘기다.

이로써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분기 실적이 11조원을 넘기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27일 2분기 확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에서만 8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두 간판 반도체 회사가 매일같이 120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시작된 건 지난해 하반기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메모리 가격이 언제 살아날지 불투명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4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실패했다.

2014년 이후 SK하이닉스의 분기별 실적. 25일 발표된 2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면에서 모두 사상 최대치다.
D램ㆍ낸드플래시 수요가 살아난 건 클라우드 서비스와 중국의 스마트폰, 쌍끌이 수요 덕이다. 특히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덩치를 키우며 데이터 센터의 서버 수요가 급증, 고용량ㆍ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빚게 됐다. 아마존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들의 승부처인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버의 성능이 제품 경쟁력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성능 좋은 메모리반도체를 확보해야 ^데이터를 읽고 쓰는 시간도 줄어들고 ^데이터 센터의 공간 대비 데이터 저장 용량도 늘어나며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을 발표하며 "서버 수요에 대응해 출하량을 3% 늘렸고 평균 판매 단가가 11%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달라진 눈높이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을 부채질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ㆍ오포ㆍ비보 등이 ‘스펙(specificationㆍ사양) 경쟁’에 들어가면서 고용량 D램과 3차원(3D) 낸드플래시 수요가 특히 크게 늘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제품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시장에서 압도적 기술을 확보한 국내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과 영업이익을 크게 키우고 있다”며 “지금도 핵심 메모리 제품들은 주문해도 몇개월씩 기다렸다 받아갈 수 있을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72단 256Gb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주역들이 웨이퍼와 칩, 개발 중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들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IT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이 당분간 지속될 거라 예상한다. 일단 클라우드 시장은 초기 단계라 데이터 센터 증설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거기다 인공지능(AI) 시스템 및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콘텐트 등이 보편화되며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는 예전같은 저장 용량으론 제대로 된 성능을 구현할 수 없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아직은 본격화되지 않은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리면 더 많은 가전과 가구에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될 것”이라며 “당분간 메모리 수요가 꺾이지 않을 거라 보는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하반기에도 기록 행진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 우세한 건 이런 시장 상황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대만의 D램 제조사인 이노테라가 질소 유출 사고로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해 D램의 수급은 더욱 빡빡해진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가 하반기에만 7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연간 영업이익 15조 시대를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축포를 터뜨리기엔 SK하이닉스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모두 압도적인 기술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D램에 치우친 포트폴리오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D램 시장에선 3위를 여유있게 제치는 2위이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5위에 불과하다. 하이닉스 실적의 70% 정도가 D램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낸드플래시 생산 기술로만 따지면 하이닉스가 2위 수준이지만 문제는 생산 규모”라며 “하이닉스가 이미 청주 2공장 등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시장 질서를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72단으로 쌓아올린 3차원(3D) 낸드플래시와 이를 적용해 개발 중인 저장장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진 SK하이닉스]
같은 맥락에서 일본ㆍ미국의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진행하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는 사활이 걸린 승부가 될 전망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업계 2위 회사다. 하이닉스가 포함된 한ㆍ미ㆍ일 연합 컨소시엄은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돈만 대겠다던 하이닉스가 지분까지 확보하려 한다”는 일본 여론 때문에 인수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자칫 미국의 웨스턴디지털로 넘어가거나 대만 훙하이 같은 비메모리 회사에 팔리면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위상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이 쫓아오기 전에 기술 격차를 더 벌리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동 숙제다. 특히 2020년 무렵 중국에서 직접 만든 D램과 낸드플래시가 시장에 풀리면 한국 제품과 직접 경쟁을 벌이진 않더라도 시장 가격을 흐려놓을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송용호 교수는 “초기엔 형편없는 수준의 중국 메모리 반도체라도 정부의 지원으로 판로를 확보할 가능성이 꽤 크다”며 “이들 업체가 5, 10년 뒤 본격적으로 쫓아오기 전에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기술 격차를 벌려놔야 지금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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