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홍대'만든다더니..노숙인·쓰레기 더미가 점령한 '락희거리'

2017. 7.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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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인근 골목.

'노인 친화거리'에 노인보다 노숙인과 무단투기 쓰레기가 더 많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말 노인들의 '홍대 거리'를 만들었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락희(樂喜) 거리'의 현 주소다.

그러나 락희거리 주변 주민들은 "너무 성급하게 추진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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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악취 진동…노숙자에 담배꽁초 수북
-주민ㆍ상인 “너무 성급하게 추진했다” 지적
-서울시ㆍ자치구도 골머리…개선방안 논의 중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인근 골목.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진동했다. 얼핏봐도 담배 꽁초와 일회용 컵 등 쓰레기가 즐비했다. 조금 더 가보니 담벼락을 따라 만들어진 노숙인의 생활공간이 보였다. 이미 한바탕 술판을 벌인듯 주변에는 술병이 굴러다녔다. 주민 김활란(60) 씨는 “밤이 되면 노숙인이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지나가기도 꺼려진다”며 “으스스한 분위기에 여기가 ‘그 곳’이 맞냐고 몇 차례씩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노인 친화거리’에 노인보다 노숙인과 무단투기 쓰레기가 더 많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말 노인들의 ‘홍대 거리’를 만들었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락희(樂喜) 거리’의 현 주소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북문 일대에 있는 락희거리 초입 부분.

시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노인특화구역을 조성하기 위해 2억6000만원 예산을 들여 탑골공원 북문~낙원상가 사이 약 100m 구간에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비슷한 취지로 만들어진 일본 도쿄도의 ‘스가모 거리’를 본따 업소 11곳의 간판을 복고풍으로 바꾸고 지팡이 거치대 등 편의시설도 조성했다. 당시 시는 수 십년간 낙후됐던 이번 거리를 ‘지붕없는 복지관’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북문 일대에 있는 락희거리 모습. 노숙인이 모여 집단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락희거리 주변 주민들은 “너무 성급하게 추진했다”고 입을 모았다. 인근을 청소하는 환경 미화원도 “조성 전에 이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노숙인과 무단투기 쓰레기 등의 해결방안부터 마련해야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락희 거리 사업으로 주변 곳곳에 어느 정도 생기가 돌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싼 가격에 이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 이발관’에는 노인 몇 명이 순서를 기다렸다. 노인에게 물을 주고 화장실 공간도 내어주는 장소로 시가 지정한 ‘상냥한 가게’ 11곳도 문을 열어두고 방문객을 맞이했다. 방송인 송해의 모습이 그려진 소공연장도 시선을 끌었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북문 일대에 있는 락희거리 모습. 소공연장에는 자전거와 테이블, 음식물 쓰레기통 등이 방치돼 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소공연장은 오랜 기간 쓰지 않은 듯 그 앞에는 자전거와 음식물 쓰레기통이 방치돼 있었다.

‘상냥한 가게’ 중 한 곳을 운영 중인 A 씨는 “단골 손님은 없고, 상당수는 지나가다 찾은 시민”이라며 “재방문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관할 자치구인 종로구 관계자는 “노숙인 등 문제로 하루 한 번 이상 청결작업을 하나, 사실상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같은 느낌”이라며 “상황에 따라 주변 노숙인 관련시설들의 협조를 구하면서, 청결작업 횟수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 북문 일대에 있는 락희거리 모습. 곳곳 담배꽁초 등 무단투기 쓰레기가 보인다.

서울시는 아직 사업이 초기인 만큼 자리를 잡는 데 좀 더 기다려달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1억7000만원 규모 주민참여예산 사업들이 시행되면 거리 분위기도 보다 달라질 것”이라며 “주변환경 개선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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