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전범들은 원래 우리와는 다른 사이코패스였나

2017. 7.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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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이 끝난 뒤 독일 뉘른베르크에서는 나치 전범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판이 진행됐다.

신간 '악의 해부'(에이도스 펴냄)는 딤스데일 교수가 나치 전범들의 심리 분석 기록을 통해 악의 실체를 추적한 책이다.

전범재판정의 심리 조사는 이들이 모두 '악마같은 사이코패스'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의도였지만 결과는 그리 천편일률적이지 않았다.

반면 심리학자인 길버트는 전범들이 본질적으로 사이코패스였으며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랐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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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악의 해부'..나치 전범들의 심리 분석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차 대전이 끝난 뒤 독일 뉘른베르크에서는 나치 전범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에 앞서 연합국측은 나치 전범들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를 뉘른베르크에 파견했다. 미국의 심리학자 구스타브 길버트와 정신과 의사 더글러스 켈리는 각종 심리검사와 대면 조사를 통해 전범들의 심리를 심리학적, 정신의학적으로 연구하고 기록을 남겼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인 조엘 딤스데일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정신의학과 석좌교수는 이 기록들에 주목했다.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심리를 분석하면 악(惡)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신간 '악의 해부'(에이도스 펴냄)는 딤스데일 교수가 나치 전범들의 심리 분석 기록을 통해 악의 실체를 추적한 책이다.

책은 정신과 의사들이 관찰하고 검사한 전범 22명 중 4명의 심리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나치 정권의 2인자였던 헤르만 괴링 나치독일 공군총사령관과 루돌프 헤스 부총통, 독일 노동전선의 수장이었던 로베르트 레이, 유대인 혐오잡지인 '데어 슈튀르머'(돌격대)의 편집자 율리우스 스트라이허가 그 대상으로, 이들은 모두 고위급 나치 관리들이었다.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전쟁 범죄를 저지른 인물들이다.

전범재판정의 심리 조사는 이들이 모두 '악마같은 사이코패스'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한 의도였지만 결과는 그리 천편일률적이지 않았다.

나치 노선을 지지하지 않는 노조 활동가들을 살해하도록 지시했던 레이는 기소된 것을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일로 생각했다. 재판 도중 자살한 그의 뇌에서는 부검결과 전두엽 손상이 발견됐다. 전두엽에 있는 통제 중추는 인간이 폭력 행위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레이는 전쟁 전 머리를 두 차례 다치면서 전두엽이 손상됐다.

게슈타포를 창설하고 강제수용소를 만든 괴링은 재판 과정 내내 당당했다. 그는 전쟁 중에는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며 떳떳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식의 태도를 견지하며 결코 사과나 변명을 하지 않았다. 길버트는 그를 '호감형 사이코패스'로 결론 내린다.

스트라이허는 반유대주의에 미친 편집증적인 인물로 분석된다. 그는 반유대주의에 일련의 체계화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단지 그 토대가 사실에 근거한 게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감정과 편견에 기반을 뒀을 뿐이다. 헤스는 해리성 기억상실 증상을 보였고 자신이 독살당할 위험에 처해있다는 망상에도 시달렸다. 오늘날의 정신의학 용어로는 편집성 조현병 증세를 보였다.

이들을 조사한 사람들은 상반된 견해를 내놓았다. 정신과 의사였던 켈리는 이들이 사회적 환경에 따라 '악마'가 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러 여건이 잘못 맞물린 상황에서는 누구나 '전범'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반면 심리학자인 길버트는 전범들이 본질적으로 사이코패스였으며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랐다는 주장을 폈다.

책은 어느 쪽의 의견이 맞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악이 한 가지 색깔이 아니며 악의 기저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함을 보여주며 악을 바라보는 관점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악에 관한 내 질문에 답을 해줄 만한 자료라는 게 과연 있기는 했을까?(중략) 켈리는 모든 사람에게서 약간씩의 어둠을 찾아냈고 길버트는 몇몇 사람들에게서 보기 드문 어둠을 찾아냈다 둘 다 옳았다."(에필로그 중)

박경선 옮김. 324쪽. 1만7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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